최근 프로야구에서 불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덩달아 FA 시장에서 불펜 투수들의 가치고 치솟고 있다. 이는 우리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도 그런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선발 투수들의 절대 부족한 우리 리그 사정은 불펜진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흐름은 선발 투수 두 자리를 외국인 투수에 맡기고 가능성 있는 젊은 투수들을 불펜투수로 기용하는 패턴을 심화시켰다. 분명 좋은 현상은 아니지만,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나름의 전략으로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프로야구 롯데는 오랜 기간 마무리 투수를 비롯한 불펜진 운영에 있어 어려움을 겪었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없어 매 시즌 마무리 투수가 바뀌었다. 마무리 투수의 잦은 교체는 불펜진의 안정감을 떨어뜨렸다. 이는 불펜진의 보직을 자주 변경시켰고 컨디션 유지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었다. 롯데는 과거 FA 시장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정대현과 좌완 불펜 투수 이승호를 SK에서 영입해 불펜 강화를 시도했었다.
이들은 SK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핵심 불펜 투수들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들은 롯데 소속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정대현은 부상에 시달리며 풀타임 시즌을 제대로 완주하지 못하는 것이 다반사였고 이승호는 급격한 노쇠화 현상을 보이며 1시즌 만에 2차 드래프트로 팀을 떠났다. 두 선수의 실패로 롯데는 FA 시장에서 더는 불펜투수를 영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롯데 마무리 손승락)
문제는 불펜 투수의 내부 육성은 지지부진했고 불펜 불안이 계속됐다는 점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는 다시 FA 시장의 문을 두드렸고 대형 불펜 투수 2명의 동시에 영입했다. 롯데는 넥센의 마무리 손승락과 함께 SK 불펜진의 핵심 요원이었던 윤길현은 롯데의 강력한 배팅에 오랜 기간 함께 했던 팀과 작별을 고했다. 롯데는 이들의 영입으로 불안하기만 했던 8회와 9회를 안정시킬 수 있기를 기대했다.
이들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이미 전성기를 지난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불펜 투수 영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했다. 롯데는 이런 우려보다는 당장 불펜진 강화가 시급했다. 올 시즌 더 나은 성적에 대한 강한 열망도 반영된 결과였다. 롯데는 올 시즌 그 전해 큰 활약을 했던 린드블럼, 레일리 외국인 원투펀치에 베테랑 송승준에 신예 박세웅, 군에서 돌아온 20대의 선발 투수 고원준까지 5인 로테이션을 갖출 수 있었다. 여기에 장타력을 업그레이드한 나름 힘 있는 타선도 구축한 상황이었다. 고질적인 불펜 문제만 해결된다면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는 시즌이었다. 손승락, 윤길현 영입으로 롯데는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받았었다.
시즌 초반 FA 듀오 손승락, 윤길현의 분위기는 좋았다. 두 불펜 투수는 관록의 투구로 롯데 불펜진에 안정감을 가져다주었다. 손승락은 뒷문을 든든히 지켰고 윤길현은 7회와 8회를 잘 막아냈다. 이들이 불펜진을 중심을 잡으면서 롯데는 불펜 운영에 한결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롯데는 이들의 투구 수와 경기출전을 조절해주면서 상당한 배려를 했다. 시즌 후반기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도 있었다.
하지만 순위 경쟁이 뜨거워지던 여름, 손승락과 윤길현은 함께 부진에 빠졌다. 중간에 부상도 있었지만, 이들의 동반 부진을 롯데에 치명적이었다. 손승락은 주 무기 컷패스트볼에 의존하는 패턴에 간파당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 컷패스트볼의 구위가 떨어지면서 공략당하는 빈도가 늘었다. 시즌 초반 없었던 블론세이브가 양산됐다. 6월 월간 방어율이 7점에 치솟은 손승락은 8월에도 8점대 방어율로 부진했다. 손승락은 9월 들어 구질의 다양화를 시도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며 나아진 모습을 보였지만, 이미 팀의 포스트시즌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 이후였다.
결국, 손승락은 5년 연속 20세이브 이상을 달성하긴 했지만, 최근 5년간 가장 적은 20세이브에 머물렀고 방어율도 4.26으로 크게 치솟았다. 6번의 블론세이브와 함께 투수 내용에서도 근래 들어 가장 많은 볼넷 허용과 함께 탈삼진 비율도 떨어졌다. 한 마디로 그에 대한 롯데의 투자는 실패였다.
손승락과 함께 영입된 윤길현은 더 처참했다. 윤길현은 올 시즌 6점대의 방어율에 8번의 블론세이브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7승이 있었지만, 7번의 패전이 함께했다. 특히, 9월 이후 등판하는 경기마다 난타당하면서 팀의 신뢰도 함께 잃었다. 그 전 시즌 13세이브 17홀드를 기록했던 강력한 불펜 투수의 모습이 아니었다. 윤길현 스스로도 시즌 후반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을 보일 정도였다. 강한 직구와 슬라이더 두 가지 구질을 주로 사용하는 윤길현은 두 가지고 구질이 모두 공략당하면서 위기를 극복한 대안을 잃고 말았다.
이렇게 FA 불펜 듀오의 동반 부진은 롯데 불펜진 운영에 큰 어려움을 가져왔다. 사실상 이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시즌이 되고 말았다. 30대 후반의 불펜투수 이정민이 고군분투하며 이들의 부진을 대신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롯데는 선발 투수진마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시즌 내내 마운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마운드의 부진은 조원우 감독이 강조하던 승부처에서의 총력전 기회마저 상실하게 했다.
이에 더해 손승락, 윤길현은 시즌 중 팬과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며 비난 여론에 직면하기도 했다. 당시 팀의 연패를 당하는 시점에 터진 사건으로 두 선수에 대한 실망감은 더 컸었다. 거액의 연봉을 받는 베테랑 선수라는 점에서 당시 처신에 대해서는 분명 아쉬움이 많았다.
이렇게 손승락, 윤길현 두 FA 듀오의 롯데에서 첫 시즌은 실패였다. FA 시장에서 불펜투수의 영입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들은 다시 상기시키고 말았다. 분명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낸 이들이지만, 내년 시즌에도 손승락, 윤길현은 팀의 핵심 불펜 투수들이다. 이들을 빼고는 롯데 불펜진 구성을 생각할 수 없다.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이들의 구질과 약점이 모두 알려지고 철저히 분석된 만큼, 이제는 구종의 다양화 등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신임 김원형 투수코치의 부임은 긍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한 시즌 실패로 이들의 영입을 실패로 단정하기에는 이들이 그동안 보여준 것이 많다. 부상만 없다면 충분히 롯데 불펜진에 큰 힘이 될 수 있는 손승락, 윤길현이다. 손승락, 윤길현이 올 시즌 실패를 내년 시즌을 위한 긍정의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지후니(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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