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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서 FA 투수와의 계약은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FA 신청 기한이 긴 탓에 FA 계약 시점에 상당수 투수들의 부상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고 기량이 정점에서 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젊은 FA 투수들 특히, 선발 투수들의 가치가 폭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투자 대비 효과를 모두 기대하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30대 중반의 FA 투수에 장기 계약을 안겨주는 것은 모험이 가까운 일이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이 모험을 감행했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롯데는 30대 후반의 나이에 접어든 송승준에서 4년간 40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투자를 했지만, 그가 올 시즌 남긴 기록은 10경기 등판에 1승 2패 방어율 8.71이었다. 그나마도 후반기에는 부상 재활로 전력에서 제외됐고 시즌 후 송승준은 부상에 따른 수술로 재활 중에 있다. 송승준 계약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송승준 계약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송승준은 2007시즌 해외 진출 선수 특별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이후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왔다. 이닝 소화 능력도 훌륭했고 큰 부상도 없었다. 2008시즌부터 2011시즌까지 4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했다. 2012시즌 7승 11패로 주춤했지만, 2013시즌 12승 6패를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 기간 송승준은 매 시즌 150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내구성을 보여줬다. 롯데로서는 소중한 선발 투수자원이었다. 









하지만 송승준은 2014시즌부터 내림세를 보였다. 잔부상이 이어졌고 성적도 떨어졌다. 2014시즌 8승 11패 방어율 5.98을 기록한 송승준은 2015시즌 8승 7패 방어율 4.75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에 실패했다. 여기에 2년 연속 150이닝 이상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그의 장점이 내구성이 이상징후를 보였다. 이런 이유로 2015시즌 후 FA 자격을 얻은 그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객관적인 지표만 살핀다면 롯데도 그에 대해 장기계약을 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문제는 주변 여건이 냉정한 결정을 어렵게 했다. 이미 롯데는 2014시즌 후 좌완 에이스 장원준을 FA 계약 실패로 떠나보낸 기억이 있었다. 당시 롯데는 시즌 중 프런트와 선수들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상당한 비난 여론에 직면해 있었다. 롯데는 장원준에 상당한 배팅을 했지만, 장원준은 그 제안을 뿌리치고 두산행을 선택했다. 팬들은 오랜 기간 프랜차이즈 선수로 롯데와 함께 했던 그를 잡지 못한 구단에 큰 실망감을 보였다. 



롯데는 전력상으로도 장원준의 공백이 치명적이었다. 2015시즌 롯데는 선발진의 누수를 메우지 못하고 하위권으로 밀렸다. 당시 타선이 나름 선전했고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도 나쁘지 않았지만, 두 자릿수 승수가 보장된 선발 투수의 부재는 순위 경쟁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FA로 풀린 또 한 명의 프랜차이즈 선수 송승준의 존재는 롯데에 큰 부담이었다. 선발 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KBO리그 현실에서 검증된 선발투수 송승준을 타 팀에 빼앗기는 건 상당한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롯데선수로서의 상징성까지 고려하면 그를 떠나보낸 것이 롯데에는 큰 부담이었다. 롯데는 팬들의 여론과 전력의 공백 등을 고려했고 위험을 감수했다. 



하지만 송승준은 롯데의 선택을 실망감으로 바뀌게 했다. 물론, 부상도 있었지만, 구위 저하가 뚜렷했고 베테랑 투수다운 경기 운영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미 간파된 포크볼에 의존하는 투구 패턴에도 변화가 없었다. 직구의 구위가 떨어진 상황에서 그의 포크볼은 위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당연히 오랜 이닝을 버틸 수 없었다. 결국, 송승준은 시즌 초반 등판 이후 1군 마운드에서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그의 부재로 롯데는 시즌 전 선발 투수진 구성에 흐트러졌고 이는 하위권 추락의 중요한 원인이었다. 롯데는 그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두산에서 노경은을 트레이드로 영입하고 젊은 투수들을 기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당연히 롯데는 물론이고 송승준에 대해서도 팬들의 비난은 거셀 수밖에 없었다. 송승준은 올 시즌 실패를 거울삼아 내년 시즌 나은 모습을 보여주려 하겠지만, 2017시즌이면 송승준은 우리 나이로 38세다. 갑작스러운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건강하다면 관록의 투구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최근 부상 빈도가 높아졌고 회복 기간도 길어진 점을 고려하면 현재 부상 재활중인 그를 풀 타임 선발 투수로 기용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그동안 선발투수로만 경기에 나섰던 송승준임을 고려하면 불펜투수 활용도 쉽지 않다. 롯데로서는 분명 고민되는 부분이다. 현재까지의 상황은 송승준이 롯데에 있어 또 한 번의 실패한 FA의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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