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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외국인 투수 레일리가 믿음직한 선발 투수로 돌아왔다. 레일리는 6월 30일 NC전에서 7이닝 6피안타 2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했다. 그의 호투에 힘입은 롯데는 타선까지 홈런 3개를 포함한 9안타 9득점의 순도 높은 공격으로 NC 마운드를 무너뜨리며 9 : 0으로 완승했다. 롯데는 그들의 연승을 이어가는 한편 NC와의 홈 경기 14연패 치욕적인 기록까지 끝냈다. 수년간 NC전에서 절대 약세를 보였던 롯데로서는 모처럼 만의 완승이기도 했다.  

이 승리의 주역은 단연 선발 투수 레일리였다. 레일리는 전날 LG전 등판예정이었지만, 비로 하루를 더 쉬고 등판했다. 하루 더 휴식했다는 점은 체력적으로 유리함이 있었지만, 투구 리듬 유지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그가 NC전에 상당한 약점을 보였다는 점이었다. 

롯데는 LG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이전 로테이션보다 하루 일찍 선발 등판시키려 했다. 팀 마운드 사정을 고려한 일이었지만, 그와 NC와의 상관관계를 고려한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장맛비는 그를 다시 NC와의 대결의 장으로 이끌었다. 




레일리는 6월 7일 올 시즌 NC전 첫 등판에서 3.1이닝 홈런포 2방을 허용하며 3.1이닝 6실점 투구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 경기 롯데는 패했고 레일리는 패전을 기록했다. 당시 부진한 투구로 우려감을 높였던 레일리는 그 경기를 끝으로 2군행을 통보받았다. 롯데는 그와 함께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 애디튼까지 2군으로 내려보냈고 외국인 투수 없는 마운드 운영을 해야 했다. 그만큼 외국인 투수의 부진은 심각했다. 

특히, 레일리는 KBO리그 3년 차로 시즌  초반 대체 외국인 투수로 급히 영입된 애디튼보다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팀과 팬들의 아쉬움은 더했다. 레일리는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가 고심 끝에 3번째 계약을 했다. 팀 융화력과 선발 투수로서 꾸준함을 보였지만,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던 레일리였다. 2년간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린드블럼과 재계약에 실패한 롯데로서는 에이스급 외국인 투수를 원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롯데는 모험보다는 기량이 검증된 레일리와 재계약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그에게 더 큰 역할을 부여했다. 레일리는 팀 개막전 선발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올 시즌은 순탄치 않았다. 각종 성적 지표는 지난 2년간과 비교해 안 좋은 방향으로 수치가 높아졌다. 14개의 피홈런이 말해주듯 장타 허용율이 급격히 올라갔다. 피안타율은 3할을 웃돌았고 당연히 방어율도 치솟았다. 탈삼진 능력은 향상됐지만, 집중타로 대량 실점하는 경기가 늘어나면서 신뢰감도 크게 떨어졌다. 위기에서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이 반복됐다. 

여기에 좌타자에 비해 우타자 승부에 큰 약점을 보이다는 점도 불안감을 높였다. 레일리의 주무기 투심과 슬라이더 낙차 큰 커브는 좌타자 승부에는 유용했지만, 우타자 승부에서는 위력이 떨어졌다. 우타자 바깥쪽을 찌를 수 있는 결정구에 문제를 보인것도 큰 문제였다. 

결국, 레일리는 에이스 투수의 자리를 신예 박세웅에게 내줘야 했다. 기량의 문제도 있었지만, 스스로 자신감을 잃어버린 것이 그의 부진을 더 길고 깊게했다. 롯데는 레일리, 애디튼 두 외국인 투수 활용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교체 가능성도 커졌지만,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이미 한 장 써버린 상황에서 누구를 교체해야 할지 선택하기 어려웠다. 두 외국인 투수의 부진은 우열을 가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롯데는 두 외국인 투수를 나란히 2군에 내려보내 조정기를 거치도록 했다. 비슷한 시기 투 투수는 1군 마운드로 돌아왔다. KBO 리그 생존을 위한 선발 등판이 이어졌다. 순위 상승을 위해 선발 투수진 강화가 절실한 롯데로서는 두 외국인 투수 중 누구를 내보낼지 선택해야 했다. 

이런 팀 분위기를 모를 리 없는 레일리, 애디튼은 모두 부담이 큰 등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애디튼은 여전히 의문부호를 남겼지만, 레일리는 달랐다. 1군 복귀 후 첫 경기에서 부진했던 레일리는 6월 24일 두산전 7이닝 4실점 투구로 승리투수가 되며 회복 가능성을 보였다. 경기 초반 4실점 하며 역시나 하는 말을 들었던 레일리는 이후 호투를 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고 긴 이닝을 버텼다. 그의 7이닝 투구는 롯데의 후반 반격과 역전의 발판이 됐다. 

거의 한달만에 승리투수가 된 레일리는 그 흐름을 이어가며 6월 마지막 경기에서 더 나은 투구로 선발 2연승에 성공했다. 무실점 투구라는 점과 함께 7이닝 투구를 했다는 점이 팀에 큰 도움이 됐다. 주중 LG와의 3연전에서 불펜 소모가 극심했던 롯데로서는 그의 7이닝 투구로 큰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만나기만 하면 팀과 자신 모두 스스로 작아졌던 상대 NC전 완승을 이끄는 호투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했다. 

레일리는 2경기를 통해 이전 투구와 달리 체인지업을 적극 활용하며 우타자 승부의 약점을 덜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기술적인 변화외에 레일리는 위기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되던 과거를 뒤로하고 위기에서 적극적인 승부를 이를 극복했다. 6월 30일 경기에서 레일리는 3회 초 무사 만루 위기를 병살타 유도와 함께 실점없이 막았고 4회 초 1사 1, 3루, 5회 초 무사 2루 실점 위기에서 실점하지 않았다. 레일리의 투구는 이전과는 다른 투쟁심이 느껴졌고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절실함이 묻어났다. 결과도 최상이었다. 

레일로서는 2경기 연속 7이닝 호투로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적극적인 승부가 통했다는 점은 자신의 투구에 대해 스스로 믿음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로서는 레일리가 지난 2년간의 모습만 보여준다면 선발 로테이션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레일리는 2경기 선발 등판으로 그것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였다. 

선수가 깊은 부진에 빠졌다 다시 회복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해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외국인 선수에는 더 어려운 일이다. 레일리는 이 위기를 극복해가는 모습이다. 지난 2경기에서 레일리는 실점이라는 결과에 위축되는 나약한 투수가 아닌 타자와 강하게 승부 하는 승부사였다. 6월의 끝자락에 강인함을 되찾은 레일리가 앞으로 로 선발 등판에서도 이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는 롯데의 후반기 반격에서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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