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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찾아온 무더위와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6월, 프로야구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마운드의 투수들에게 6월의 더위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6월 들어 대량 득점과 실점의 경기가 급증하면서 각 팀 투수들이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시즌 초반 S존의 확대로 완화하는 듯 보였던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이 되살아는 모습이다. 

롯데와 LG의 6월 마지막 주 주중 3연전 2경기는 최근 경향을 그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양 팀은 6월 27일, 28일 양일간 39점을 주고받았다. 투수 엔트리 중 불펜 투수들 대부분이 마운드를 밟았고 정규 이닝에서 경기를 끝내지 못하고 연장 12회 승부를 이틀 연속 계속했다. 투수들은 쉽게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했고 역전과 재역전, 동점이 경기 내내 이어졌다. 

보는 팬들 입장에서는 흥미진진할 수 경기였지만, 경기장의 선수들은 힘겨운 이틀이었다. 7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며 8위 한화의 추격까지 받고 있는 롯데는 지난 주 4승 2패의 상승세를 이어가야 중위권 추격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다. 4, 5위권에 갇혀있는 LG는 순위 상승을 위해 하위권 팀 롯데를 상대로 좋은 결과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마침 두 팀은 롯데는 NC, LG는 KIA 두 선두권 팀을 주말 3연전에서 상대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이래저래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가 맞서는 맞대결이었다. 이는 6월 27일 주중 3연전 첫 경기부터 접전을 불러왔다. 타자들의 높은 집중력에 투수들이 밀리는 경기내용이었다. 양 팀은 마운드 총력전으로 나섰지만, 불안한 이닝이 이어졌다.

득점 공방이 이어지며 경기는 연장전으로 접어들었고 연장 10회 초 LG의 5득점은 승부를 결정짓는 순간으로 보였다. 하지만 롯데는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고 LG 불펜진의 난조가 겹치며 경기는 다시 원점, 결국, 12회 말까지 진행된 경기는 롯데의 11 : 10 끝내기 승리로 마무리됐다. 롯데는 연장전 5 : 10의 열세를 뒤집는 기적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물론, 극심한 마운드 소모전 끝에 얻어낸 승리로 상처뿐인 영광일 수도 있었지만, 승리했다는 결과는 선수들의 피로도를 경감시킬 수 있었다. 다 잡은 경기를 놓친 LG는 더 큰 후유증이 예상됐다. 

보통이라면 그다음 날 경기에서 롯데가 경기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양 팀은 화요일에 이어 수요일에도 접전을 계속했다. 마치 전날 연장전 승부가 이어지는 듯 역전과 동점, 재역전이 반복됐다. 양 팀은 전날 마운드에 올랐던 필승 불펜조를 다시 마운드에 올려야 했다. 연승을 이어가고 싶은 롯데와 연패를 막아야 하는 LG 모두 승리할 기회를 흘려보낼 수 없었다. 

이런 마운드 총력전에도 양 팀은 이틀 연속 정규이닝에서 승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야속한 연장전이 이어졌고 다시 12회 말까지 끝장 승부를 해야했다. 이번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양 팀은 9 : 9로 무승부를 나눠 가졌다. 결국, 양 팀은 지지 않았다는 위안만을 공유한 채 소득 없는 공방전을 한 셈이었다. 

양 팀은 당장 목요일 경기 마운드 운영이 걱정이었다. 야수들도 12회 연장은 이틀 연속 치르면서 치쳐있었다. 선두권 팀과의 주말 3연전도 양팀을 고민하게 했다. 마운드 총력전을 3일 연속 하기에는 부담이 큰 목요일 경기였다. 선발 투수로 나설 롯데 레일리, LG 소사 두 외국인 투수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웠다. 

이런 양 팀에게 하늘은 많은 비로 뜻하지 않은 휴식을 주었다. 양 팀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경기 직전 내리는 폭우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이미 두 번의 경기로 상당한 내상을 입었던 롯데와 LG였다. 목요일 경기가 시작됐다면 이전 이틀간의 경기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이전 2경기에서 1승 1무를 한 롯데나 1무 1패를 한 LG 모두 내리는 비에 이심전심의 마음을 공유하고 있었다.

결국, 경기는 두 팀의 바람(?)대로 취소됐다. 롯데는 주말 홈에서 열리는 NC와의 3연전을 앞두고 천금 같은 휴식을 얻었다. 비로 경기가 순연되면서 목요일 선발 예정이었던 레일리는 5일 휴식 후 등판이 가능해졌고 에이스 박세웅도 4일 휴식 후 등판 가능성을 지웠다. 롯데는 레일리, 박세웅, 송승준으로 이어지는 그나마 가장 나은 선발 로테이션으로 NC와 상대할 수 있게 됐다. 이틀 연속 전력투구를 한 롯데 불펜진 역시 힘을 회복할 여지를 얻었고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주력 타자들도 한 템포 쉬어갈 여유를 찾았다. 

주말 3연전을 위해 부산에서 서울로 긴 이동을 해야만 했던 LG도 부담을 덜었다. 이틀 연속 접전과 긴 이동에 따른 피로를 그나마 줄일 수 있게 됐고 당장 선발투수 로테이션에 있어 소사, 허프, 임찬규의 강력한 조합으로 주말 3연전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주중 3연전에서 엄청한 화력을 뽐낸 KIA와의 3연전임을 치러야 하는 LG로서는 다행스러울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양 팀은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됨과 동시에 찾아오는 비로 인한 변수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비가 쉽지 않은 주말 3연전을 맞이하는 롯데와 LG에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해진다. 아울러 두 팀에게 반가운 단비가 우리 프로야구의 큰 고민거리로 등장한 비정상적인 타고투저 현상의 어두운 단면을 투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한 마음도 생긴다.


사진,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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