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병살타는 공격하는 팀과 수비하는 팀의 희비를 극명하게 엇갈리게 한다. 한 번에 두 명의 주자가 아웃되는 상황은 공격 흐름을 한순간에 끊어버리고 수비하는 팀은 위기를 한순간에 벗어나게 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투수들은 위기에서 병살 유도가 쉬운 땅볼 타구를 만들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공격하는 팀을 이를 피하기 위해 각종 작전을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공격팀에게 병살타를 막는 완벽한 처방은 아니다. 타자들의 역량과 상황에 맞는 타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점에서 롯데는 올 시즌 전반기가 매우 불만족스러웠다. 롯데는 전반기 93개의 팀 병살타로 이 부분 1위를 기록했다. 매 경기 1개 이상의 병살타로 심각한 수치다.
개인 기록에서도 롯데는 중심 타자인 최준석이 18개로 2위, 이대호가 16개로 3위, 외국인 타자 번즈가 12개로 불명예 순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이에 반하는 장타와 타점 생산력도 갖추고 있는 이들이지만, 올 시즌 롯데 공격에서 병살타는 지나치게 도드라졌다. 롯데는 병살타와 함께 팀 삼진 2위의 기록까지 더해지면 공격의 맥이 자꾸만 끊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팀 삼진 1위 SK가 압도적인 홈런 페이스로 이를 상쇄시킨 것과는 다른 롯데였다.
롯데의 병살타 양산은 시즌 초반부터 우려되는 부분이었다. 롯데는 이대호를 영입하면서 최준석과 함께 강력한 중심 타선을 구축했지만, 이들의 떨어지는 기동력은 그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는 요소였다. 롯데는 시즌 초반 이대호, 최준석, 강민호를 중심 타선에 주로 배치했다. 이들의 모두 힘과 기술을 겸비한 타자들이었지만, 기동력이 떨어지는 공통점이 있었다.
롯데는 이대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들을 묶어 그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떨어지는 기동력이 역시 문제였다. 2루 주자로 있을 때 단타로 홈 득점이 어렵다는 점은 결정적인 순간 득점력을 떨어뜨렸다. 대주자 기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장타가 나오지 않을 경우 롯데의 공격은 답답함이 더해졌다. 6월 들어 팀 장타가 급격히 줄어들자 롯데의 공격 역시 잘 풀리지 않았다. 특히, 한 점이 아쉬운 접전에서 느린 중심 타선의 조합은 큰 부담이 됐다.
결국, 롯데는 부상에서 돌아온 전준우를 중심 타선에 배치해 기동력을 보완했다. 이와 동시에 백업 1루수였던 김상호의 기용 폭을 넓히고 최준석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일이 늘었다. 대신 강민호는 5번 타순에 주로 배치됐다. 중심 타선의 힘을 유지하면서 스피드를 더하기 위한 시도였다.
하지만 파괴력 있는 중심 타자 최준석을 대타로 주로 활용해야 하는 점은 팀 공격에서는 아쉬움 부분이었다. 주전 포수 강민호의 중심 타선 배치는 백업 포수난으로 거의 전 경기를 출전하고 있는 강민호에게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었다. 6월 중순 이후 팀 상승세와 함께 롯데의 타선 변화는 성공적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팀 병살타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이상하리 만큼 롯데 타자들은 득점 기회에서 외야로 타구를 날려보내지 못했다. 희생플라이가 필요한 상황에서 롯데 타자들의 타구는 땅볼이 양산됐다. 이는 팀 중심타자 이대호도 다르지 않았다. 이대호는 최준석이 출전 기회가 줄어든 사이 그와의 병살타 숫자도 함께 줄였다.
상대 팀들은 이대호게 집요하게 몸쪽 승부를 하고 있고 이대호는 이에 대한 대처가 원활하지 않았다. 여기에 이대호 맞춤형 수비 시프트까지 더해지면서 이대호의 잘 맞은 타구가 병살타로 연결되는 장면도 늘었다. 이대호로서는 득점권에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중심 타자의 부담은 다른 타자들에게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롯데는 7위에 머물러있지만, 중위권과 그 격차가 크지 않다. 후반기에는 돌아온 에이스 린드블럼이 가세하면서 선발진의 무게감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것만으로도 순위 상승에는 상당한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다. 불안한 불펜진 문제는 당장 해결이 안된다해도 타선에서 힘을 낸다면 좀 더 높은 승률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병살타 1위 팀의 불명예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
타격 시 상황에 맞는 전략적인 배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물론, 말처럼 실전에서 이것이 이루어지는 쉽지 않다. 하지만 득점 기회에서 땅볼이 나온다는 건 맞히는 데 주력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보다 과감한 배팅을 해야 하고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타격을 하고 난 이후 실패에 대해서는 격려를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팀 공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해결해줘야 할 타자들이 해결능력을 보이는 것이 최선이다.
팀 병살타 1위는 결코 기분 좋은 기록은 아니다. 롯데가 이 순위를 끌어내린다면 그들의 순위는 한층 더 상승할 가능성이 커진다. 후반기 롯데가 팀 성적과 반비례하는 병살타 숫자를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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