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경기 7승 3패의 호성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되살린 롯데가 이번 주 부산과 서울, 대전으로 이어지는 험난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롯데는 홈에서 두산과 2연전 후 고척돔에서 넥센, 이후 대전에서 한화와 대결한다. 장거리 이동도 문제지만, 상대 팀들의 면면이 그리 만만치 않다.
먼저 첫 2연전 상대 두산은 최근 지난 시즌 최강팀의 위용을 완전히 회복했다. 투. 타에서 두산은 빈틈이 없는 경기력이다. 지난 주말 NC와의 2연전을 모두 승리하면서 3위에서 2위로 순위도 상승했다. 승리한 경기 내용도 접전이었고 극적이었다. 특히, 지난주 일요일 경기는 비디오 판독까지 거치며 끝내기 승리를 가져왔다. 부상 선수들도 대부분 복귀한 두산의 팀 분위기는 최고조다. 롯데가 올 시즌 두산과 대등한 상대 전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1위 자리까지 노릴 정도로 기세 등등한 두산은 롯데에 부담스러운 상대다.
두산전 이후 롯데는 5위 넥센과 원정 2연전을 치른다. 롯데는 8월 초 넥센과의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았던 기분 좋은 기억이 있다. 그 3연승으로 롯데는 순위 경쟁의 희망을 되살릴 수 있었다. 상대 전적도 6승 5패로 우위에 있다. 최근 넥센의 4승 6패로 정체된 모습을 보이는 것도 호재다. 넥센을 2경기 차로 추격하고 있는 롯데서는 순위 상승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넥센은 홈구장인 고척돔에서 높은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불안했던 불펜진도 점점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수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룬 저력도 있다. 롯데로서는 두산과의 2연전 결과가 나쁘다면 어려운 2연전이 될 수 있다. 넥센과의 2연전 후 맞붙은 한화는 이번 주 대진 표상 가장 승리 확률이 높은 팀이다. 한화는 순위가 8위로 쳐지면서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이 멀어졌다. 부상 선수가 계속 발생하면서 최상의 전력이 아니다. 외국인 투수 비야누에바, 오간도가 돌아왔지만, 선수들의 동기부여 요소가 떨어진 분명하다.
하지만 타선이 폭발하면 상당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한화다. 한화는 최근 10경기 5승 5패로 승패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경기력 기복이 심하다는 것이 문제지만, 롯데전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일지 알 수 없다. 롯데는 한화와의 상대 전적에서 6승 4패의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 내용을 살피면 대부분 접전이었다. 힘든 4경기를 치르고 맞이하는 한화전을 낙관할 수 없는 롯데다.
힘든 여정이지만, 롯데는 희망적인 요소가 있다. 마운드에 비해 후반기 활약이 부족했던 타선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롯데는 한 경기를 제외하고 5득점 이상을 해냈다. 지난주 일요일 삼성전에서는 1 : 4로 뒤지고 있던 경기를 4회 초 빅이닝을 만들어내며 9 : 7로 승리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 경기에서 롯데 에이스 박세웅은 5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지만, 타선의 지원으로 8번째 도전만에 시즌 10승에 성공할 수 있었다. 팀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에이스의 10승 달성이었다.
롯데는 최근 경기에서 뛰는 야구와 작전 야구로 떨어지는 득점력을 보완하는 등 공격의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위 타선의 분전으로 타선의 불균형도 크게 개선됐다. 여전히 팀 병살타 1위 팀의 불명예는 유지되고 있지만, 타자들이 득점 기회에서 공을 띄우려 애쓰는 모습을 역력하다. 순위 경쟁이 가능성이 유지되면서 타자들의 집중력도 높아진 롯데다.
이런 롯데에 문제는 불펜진이 크게 지쳐있다는 점이다. 후반기 롯데 불펜진은 전반기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전반기 다수의 블론세이브를 양산하던 롯데 불펜진이 아니다. 마무리 손승락은 세이브 부분 단독 1위에 올라서며 전성기 못지않은 투구를 하고 있다. 직구의 구속과 주무기 컷패스트볼의 위력이 전반기보다 좋아진 것이 호투의 요인이 되고 있다.
손승락을 중심으로 롯데는 배장호, 조정훈에 박진형이 더해지면서 강한 필승 불펜진이 만들어졌다. 이들이 있어 후반기 롯데는 경기 후반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 거의 대부분 경기를 3점 차 이내의 접전을 펼친 탓에 롯데 필승 불펜진의 등판이 많았다. 긴장된 경기가 계속되면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주 롯데 불펜진은 이전과 달리 실점률이 높아졌다. 마무리 손승락은 부상 관리를 하면서 등판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롯데 후반기 상승세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불펜진이지만, 과부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선발진에서 외국인 투수 레일리, 린드블럼이 이닝 이터로서 면모를 보이고 에이스 박세웅이 10승 달성 이후 상승 반전할 수 있다면 불펜진의 부담을 덜 수 있지만, 레일리를 제외하고 린드블럼은 메이저리그에서 불펜 투수로 주로 활약한 탓에 긴 이닝 투구를 하는 것이 부담될 수 있다. 박세웅은 팀 사정상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있지만, 분명 체력적으로 힘든 기색이 뚜렸하다. 또 다른 선발투수 김원중, 송승준은 5이닝 이상 투구에 부담이 있다.
롯데로서는 다른 불펜 자원으로 힘이 떨어진 불펜진에 힘을 더해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는 최근 2군에서 윤길현, 진명호를 콜업했다. 불펜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카드다. 윤길현은 올 시즌 지난 시즌의 부진을 벗어날 조짐을 보였지만, 시즌 중반 부진하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직구와 슬라이더에 의존하는 투구 패턴으로는 버티기 힘든 윤길현이었다. 부상도 있었고 구위도 떨어지면서 윤길현은 2군에서 상당 기간을 보내야 했다.
롯데는 2군으로 내려간 베테랑 불펜 투수 이정민의 자리를 윤길현으로 채웠다. 윤길현은 당장은 추격조로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의 자리는 필승 불펜조가 돼야 한다. 윤길현만큼의 경험치를 쌓은 불펜 투수가 롯데에 많지 않다. 2군에서의 시간이 그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었기를 롯데는 기대하고 있다.
진명호는 올 시즌 군 제대로 마운드에 긍정 변수가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부상으로 팀 합류가 늦어졌다. 애초 선발 투수로 기대된 진명호지만, 2군에서 진명호는 불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6월 이후 투구 내용도 좋았다. 한 경기 무너지긴 했지만, 안정감을 주는 투구를 이어간 진명호였다. 진명호는 그동안 힘 있는 직구를 던지는 선발 투수 유망주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틀을 깨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불펜 투수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은 진명호가 2군에서만큼 투구를 해준다면 불펜진 운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제 20대 후반에 이른 진명호로서 오랜만에 잡은 1군 등판 기회에서 자신의 역량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롯데는 불펜진에 관록과 패기를 함께 수혈했다. 이들이 롯데 필승 불펜진의 짐을 덜어준다면 롯데는 남은 후반기 싸울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윤길현, 진명호의 역할이 결코 작지 않다. 윤길현은 FA 선수로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오명을 씻어야 하고 진명호는 만년 유망주의 틀을 깨야 한다. 이들이 마운드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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