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정규 시즌과 포스트시즌은 이미 끝났지만, FA 시장이 다시 서면서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FA 시장에서 유독 수준급 야수들이 다수 시장에 나오면서 선수 이동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해마다 FA 시장의 과열과 거품론에 대한 비판이 있었지만, FA 시장의 열기는 늘 뜨거웠다. 기량이 검증된 수준급 선수를 영입할 기회를 구단들이 외면하기 어려웠다.
올 시즌 전 FA 100억 시대가 열리고 이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100억을 넘는 초대형 계약을 한 이대호, 최형우의 성공 사례에서 보듯 FA 성공 사례가 늘어나는 것도 구단들의 FA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번 FA 시장에는 창단 후 매 시즌 최 하위를 면하지 못했던 kt가 큰 투자를 공언하고 있고 류중일 신임 감독을 영입해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낸 LG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수년간 FA 시장에서 큰 손 역할을 했던 한화가 외부 FA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의 영광을 뒤로하고 하위권으로 쳐진 삼성이 한화를 대신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수요가 늘면 당연히 시장 가는 올라간다. 원 소속 팀 우선 협상기간도 사라진 상황에서 전력 상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에 대한 영입 경쟁이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이던 이런 FA 시장에서 롯데는 내부 FA 선수 지키기에 올인해야 할 상황이다. 롯데는 아직 대상 선수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간판타자 손아섭을 시작으로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를 경험했던 주전 3루수 황재균, 중심 타자 최준석, 포수 강민호, 주전 유격수 문규현 등이 FA 자격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모두 팀에 꼭 필요한 선수들이고 이들을 대체할 내부 자원도 눈에 띄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롯데로서는 이들을 모두 잡아야 하지만,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구단 운영자금에 있어 모기업에 절대 의존해야 하는 우리 프로야구 현실에서 구단에서 FA 영입 자금 지출을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문제는 최근 롯데 그룹의 상황이 좋지 않다. 총수 일가가 형사 재판 중이고 사드 문제 등이 겹치며 중국 사업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은 롯데다. 의사 결정이 속도가 그만큼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롯데의 FA 전력 마련이 쉽지 않다.
일단 메이저리그 진출 후 1년 만에 유턴한 황재균에 대해서는 사실상 롯데가 영입전에서 손을 놓은 모양새다. 황재균은 2016 시즌 후 FA 자격을 얻었고 롯데로부터 계약 제안을 받았지만, 메이저리그 도전을 택했다. 잠깐의 경험이었고 주로 마이너리그에 머물렀던 황재균이지만, 국내 복귀를 선언하고 돌아온 KBO 리그 FA 시장의 상황은 그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내야 FA 자원이 많지 않고 그나마 FA 자격을 얻을 정근우, 손시헌 등은 많은 나이가 걸림돌이다. 아직 30대 초반에 장타력을 겸비한 타격 능력, 3루수 경쟁자가 없다는 점은 그의 시장가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황재균은 수도권 팀과의 교감설이 파다하다. 미국 월드시리즈가 끝나면 곧 계약 소식이 전해질 가능성이 크다. 롯데가 이런 상황을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어 보인다. 4년간 100억 설이 나오는 상황을 반전시킬 베팅을 롯데가 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결국, 롯데의 관심을 다른 내부 FA를 향할 수밖에 없다.
FA 최대어로 손꼽히는 손아섭은 롯데가 절대 놓칠 수 없는 선수다. 손아섭은 이제 롯데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다. 타격 능력은 더는 검증할 것이 없고 기동력도 갖추고 있다. 수비도 준수하다. 강한 근성과 성실함, 꾸준함도 유지하고 있다. 팀 타선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팀이라면 탐나는 자원이다. 롯데로서는 손아섭이 없는 팀 타선을 상상하기 힘들다. 아직 손아섭의 입장이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았다.
손아섭은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의 신분 조회 소식은 손아섭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손아섭이 도전을 선택한다면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한다. 문제는 손아섭이 원하는 수준의 메이저리그 계약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손아섭은 도전과 최고 대우 FA 계약 사이에서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롯데는 상당한 금액을 제시해야 한다.
손아섭과 함께 주전 포수 강민호와의 FA 계약도 롯데의 고민이다. 이번 FA 시장에서 유일한 포수 자원이라는 희소성에 강민호는 공. 수 능력과 풍부한 경험치를 보유한 포수다. 최근 무릎을 비롯한 부상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올 시즌 강민호는 사실상 풀타임을 소화하며 여전한 내구성을 과시했다. 포수가 필요한 팀에서는 강민호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롯데 역시 강민호의 비중이 상당하다. 손아섭과 마찬가지로 강민호가 가지는 상징성이 크다. 그를 대신할 수 있는 포수 자원인 김사훈, 나종덕,안중열 등의 기량 차는 상당하다. 4년 전 롯데는 4년간 75억 원의 계약을 강민호에 안겨주었지만, 두 번째 FA 계약에서도 상당한 계약 조건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2명 외에 롯데는 최준석, 문규현과의 계약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대호의 복기 이후 팀 내 입지가 줄었지만, 여전히 중심 타자로서 역할 비중이 크다. 떨어지는 기동력과 제한된 수비 능력은 아쉽지만, 올 시즌에도 타격에서 나름 역할을 해주었다. 지난 4년간 FA 영입 선수로서 비용 대비 준수한 결과물을 내준 것도 사실이다. 다만,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나이는 그에 시장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문규현은 롯데의 주전 유격수로 오랜 기간 활약했다. 타격 능력은 아쉬움이 있지만, 롯데에 부족한 팀 배팅 능력을 갖추고 있다. 수비 범위가 다소 좁다는 지적도 있지만, 안정된 수비 능력도 갖추고 있다. 올 시즌 롯데 내야수비가 단단했던 요인 중에는 외국인 선수 번즈와 유격수 문규현의 수비 능력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올 시즌 롯데는 신본기, 황진수, 김동한에 김민수 등 다수의 내야 자원이 더해지면서 문규현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었지만, 문규현은 이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주전 자리를 지켰다. 현시점에서 주전 유격수 문규현을 밀어낼 선수가 없다.
하지만 최준석과 문규현은 타 팀에서 관심을 가지기에는 보상 선수 유출이 부담스럽다. 즉, 타팀과의 계약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도 이들을 홀대하기도 어려운 것이 롯데다. 선수의 사기도 고려해야 하고 그동안의 활약에 대한 평가, 대체 자원의 유무도 살펴야 한다. 결국, 최준석, 문규현과의 계약도 간단치 않다.
이런 내부 FA 사정은 롯데가 외부로 눈을 돌릴 수 없게 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부 FA와의 계약에도 롯데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만약, 손아섭, 강민호의 계약이 실패한다면 롯데의 시선은 외부로 향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는 롯데가 바라는 상황은 아니다. 롯데로서는 소위 집토끼 지키기가 시급하다. 올 시즌 정규리그 3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은 롯데지만, 시즌 후 롯데는 전력 약화를 막아야 하는 과제를 풀어야 할 상황이다. 내부 FA와의 계약은 이를 위한 첫 번째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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