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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익부 빈익빈 구조가 심화되고 있는 프로야구 FA 시장의 흐름은 올 시즌도 변함이 없다. 대형 FA 선수들은 손아섭 98억원을 시작으로 황재균 88억원, 강민호, 민병현이 각각 80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구단 발표액에 근거하고 있지만, 실제는 더 큰 금액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재도전과 국내 복귀를 함께 고려하고 있는 김현수는 100억원 이상의 계약 가능성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해마다 FA 시장의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시장은 대형 선수들의 시세를 내리지 못했다. 

반대로 대형 FA 선수에 포함되지 못한 이들은 차가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대부분 30대 중반에 접어든 베테랑 야수들이다. 최근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는 베테랑들 선수들에 대한 구단의 인식이 냉정하게 바뀌면서 FA 계약 가능성은 더 낮아지고 있다. FA 비 대상자들도 팀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는 현실에서 보상 선수를 내주면서까지 베테랑 FA 선수를 영입할 구단이 나타나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타고 투저의 현실 속에 3할 타자가 양산되고 타격 기록 인플레가 심한 것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결국, 10명이 넘는 FA 선수들 대부분은 원소속구단과 대안 없는 줄다리기를 해야 할 처지다. 그나마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들의 계약 조건은 점점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흐름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넥센을 시작으로 FA 미계약 선수들에 대한 보상 선수 포기 선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넥센은 FA 내야수 채태인에 대한 보상 선수 권리 포기를 먼저 선언했다. 넥센은 채태인이 타 구단과 계약할 경우 보상금만을 받겠다고 밝혔다. 넥센으로서는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중심 타자 박병호가 팀에 복귀하는 상황이고 1루수 백업 자원이 확보된 상황에서 채태인과의 계약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웠다. 당연히 넥센이 제시할 수 있는 조건도 제한적이었다. 

채태인은 올 시즌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109경기에 출전해 0.322의 타율과 12홈런 62타점으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였다. 장점인 1루수로서 수비 능력도 여전했다. 좌타자 1루수가 필요한 팀에서는 고려해볼 만한 선수다. 하지만 30대 중반의 나이를 고려하면 보상 선수 내주기는 고민이 큰 채태인이었다. 넥센은 보상 선수 족쇄를 스스로 풀어 채태인 영입의 걸림돌을 제거했다. 

넥센에 이어 롯데가 그 뒤를 이었다. 롯데는 아직 계약하지 못하고 있는 내부 FA 최준석과 이우민에 대한 보상 선수 권리를 포기했다. 롯데로서는 사실상 내년 시즌 전력 구상에서 제외된 두 선수의 이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최준석은 롯데에서 4년간 중심 타자로 꾸준한 활약을 했다. 2015시즌에는 30홈런 이상, 100타점 이상, 100볼넷 이상의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최준석은 지명타자로 한정된 포지션의 제약과 주루 능력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평균 20홈런 이상 80타점이 가능한 타격 능력은 여전히 살아있다. 롯데는 팀에 스피드를 더하기 위해 최준석을 전력에서 제외했지만, 경험 많은 지명타자가 필요한 팀이라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최준석이다. 최준석과 함께 FA 신청을 한 외야수 이우민은 아직 리그 정상급 수비 능력을 갖추고 있고 빠른 주력도 살아있다. 하지만 민병헌 영입으로 북적이는 롯데 외야진에서 그의 자리가 사라진 상황이다. 이우민은 백업 외야수로 가치가 있다.  연봉이 6천만에 불과해 보상금액도 크지 않다. 이우민은 롯데의 코치직 제안을 거절할 정도로 현역 연장의 의지가 강하다. 롯데의 보상 선수 포기 선언이 그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넥센과 롯데와 함께 kt도 FA 외야수 이대형에 대한 보상 선수 권리 포기를 사실상 선언했다. 이대형은 kt에서 테이블 세터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성기만큼은 아니지만 도루 능력이 살아있고 타격에서도 3할 이상의 가능하다. 올 시즌 경기 중 불의의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것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부상에서 회복한다면 외야수로서 여전히 가치가 있다. 하지만 대형 신인 강백호의 영입과 외국인 타자 로하스, FA 영입 선수 유한준이 버티고 있는 kt 외야진에서 이대형의 지분이 크게 줄었다. 선수층이 두껍지 못한 kt는 이대형이 필요하지만, 그가 원하는 계약 조건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kt는 이대형이 타 팀 이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흐름은 타 구단에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팀 구상에서 제외된 선수들을 붙잡아두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 건 구단에 큰 부담이고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지부진한 준척급 선수들의 FA 계약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베테랑 선수들의 가치가 나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들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타 팀 이적이 가능하다 해도 보상금을 내주면서까지 원하는 계약을 안겨줄 구단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연히 선수의 눈높이를 낮춰야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를 떠나 프로구단들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는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수차례 거론됐던 FA 등급제와 일률 적으로 적용되는 보상 선수 문제 등 FA 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이제는 진지하게 검토하고 개선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구단은 물론이고 앞으로 FA 자격을 얻을 선수들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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