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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100억원 시대가 열렸고 억대 연봉 선수가 매년 다수 배출되는 프로야구지만, 이런 과실을 따낼 수 있는 선수들의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여전히 많은 선수들의 프로 입단 후 1군 엔트리 진입이 버겁고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 놓여있다. 그나마 매년 새로 들어오는 신인 선수들의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입지가 확실하지 않은 선수들의 소속 팀에서 정리 대상이 되는 매 시즌 후 일어나는 일이다. 이에 속한 선수들의 매 시즌은 프로에서 생존하기 위한 투쟁을 해야 하고 저 연봉을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회의 문이 점점 좁아진다는 점이다.

이런 과정을 견디고 뒤늦게 이름을 알리는 선수들도 있지만, 그 경우는 극히 드물다.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 젊은 나이에라도 프로야구 선수가 아닌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올 시즌 스토브리그에서는 선수단 정리가 더 과감해진 모습이다. 그에 비례해 만연 2군 선수들의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롯데 내야수 황진수는 10년이 넘는 무명의 세월을 묵묵히 견디고 올 시즌 비로소 그 이름을 야구 팬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몇 안되는 경우 중 하나다. 황진수의 프로 입단 연도는 2007시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력으로만 따지면 팀 중견 선수가 되어야 하지만, 황진수에게 1군 무대는 너무나 멀었다. 

2007시즌 롯데에 입단한 이후 황진수는 수년간 2군을 전전해야 했다. 그가 1군 경기에 나선 건 2012시즌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하지만 1군 출전 기회는 너무나 한정적이었다. 그 역할도 대주자 대수비 정도였다. 황진수의 1군 경험은 주전 선수의 부상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 잠깐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정도였다. 1.5군이라 하기에도 애매한 위치였다. 2012시즌 2016 시즌까지 황진수는 1군에서 20타수 이상을 소화하지 못했다. 그의 무대는 대부분 퓨처스 리그였다. 그 사이 그보다 어린 후배들이 다수 입단하여 퓨처스리그에서 함께했다. 






황진수는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능력에  스위치히터로서 장점을 자신만의 장점을 만들기도 했다. 과거 롯데의 백업 내야수로 존재감을 높였던 박준서와 같은 유형의 선수였다. 황진수는 이런 특화된 능력도 주력도 빠른 편으로 쓰임새를 갖춘 선수였지만, 경쟁에서 번번이 밀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황진수는 1군 엔트리 경쟁에서 밀려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여기에 롯데는 외국인 타자로 내야수 번즈를 선택했다. 그만큼 국내 선수들의 1군 엔트리 진입의 문이 더 좁아졌다. 황진수는 개막 이후 5월까지 2군에 머물렀다. 간간이 찾아오는 1군 엔트리 등록의 기회도 없었다. 그를 대신해 신인 김민수가 1군에 종종 이름을 올리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황진수의 시즌은 여느 때처럼 흘러갔다. 

하지만 6월 들어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롯데는 황재균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따른 3루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었다. 시즌 초반 베테랑 문규현이 나섰지만, 이에 적응하지 못했다. 롯데는 이후 신본기, 김동한 등으로 그 자리를 메웠지만, 공격력에서 부족함이 컸다. 보통 각 팀별로 거포들이 3루수에 자리한 현실과 비교하면 롯데 3루수 자리는 팀 공격력에 있어 마이너스 요소였다. 이를 메울 트레이드도 여의치 않았다. 롯데는 내부 자원에서 대안을 찾았고 마침 퓨처스리그에서 괜찮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는 황진수에게 기회를 줬다. 

황진수는 6월의 시작과 함께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6월 한 달 황진수는 자신의 지금까지 통산 타수보다 더 많은 54타수를 기록했고 0.278의 타율을 기록하며 내야 경쟁 군에 합류했다. 출전 경기가 들쑥날쑥했지만, 황진수에게는 이전에 없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타 경쟁자들에게 없는 스위치히터라는 장점과 멀티 능력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절실함에서 나오는 근성 있는 플레이는 롯데 팬들에게 그의 이름을 조금씩 조금씩 알려지게 했다. 어렵게 1군 엔트리에 자리를 잡았지만, 고비는 있었다. 

황진수는 7월 들어 타격 페이스가 떨어졌고 출전 기회마저 줄었다. 급기야 다시 2군행을 통보받았다. 그로서는 힘이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황진수는 다시 기약 없는 2군 생활을 해야 했다. 하지만 1달 후 황진수는 다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출전 경기 수를 늘렸다. 황진수는 8월 월간 타율 0.400에 이어 9월에도 0.353의 월간 타율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황진수의 후반기 활약은 롯데의 상승세와 맞물리며 그 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 황진수는 이 활약과 함께 포스트시즌에도 나설 수 있었다. 

황진수로는 프로 입단 후 개인적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60경기에 출전한 황진수는 117타수에 34안타, 타율은 0.291을 기록했다. 평범하다 할 수도 있지만, 황진수로서는 이를 위해 10년의 세월을 견뎌낸 결과였다. 올 시즌 활약으로 황진수는 내년 시즌 롯데 내야진의 경쟁자로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아직 롯데 주전 3루수 자리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황진수는 신본기, 김동한 등과 함께 주전 경쟁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감한 투자로 내년 시즌 올 시즌 정규 3위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고 있는 롯데로서는 3루수의 공격력 강화가 필수적이고 황진수를 비롯한 후보군이 이를 채우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다른 대안 모색이 계속될 수 있다. 올 시즌 신인 중에도 경쟁 구도 속에 포함될 자원이 있고 트레이드 가능성은 물론이고 타 팀에서 보류선수 제외된 베테랑의 영입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황진수로서는 여전히 엔트리 진입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10년 무명 선수에서 프로선수로서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는 점은 황진수에게는 가치가 있는 올 시즌이었다. 그럼에도 내년 시즌 황진수의 1군에서 입지는 여전히 유동적이다. 스프링캠프는 물론이고 시범경기까지 황진수는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수비력 보완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올 시즌 경험은 그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자신감도 한층 더 높아졌을 것으로 보이고 내년 시즌을 위한 동기부여 요소도 될 수 있다. 황진수가 내년 시즌 올 시즌 이상의 존재감을 보일 수 있을지 여전히 2군에서 1군 진입을 위해 애쓰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황진수가 긍정의 예가 될 수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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