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kt의 6월 21일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는 연장 12회, 5시간이 넘는 혈투였지만, 결과는 5 : 5 무승부였다. 롯데는 연승의 기록은 이어가게 됐지만, 6연승에 실패했고 kt는 주중 3연전을 스윕 당할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무승부라는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양 팀 모두 아쉬움이 큰 경기였다.
롯데는 선발 투수 박세웅에 이어 마무리 손승락을 포함한 7명의 불펜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고 kt 역시 선발 투수 니퍼트에 이어 6명의 불펜 투수를 마운드에 올려 마운드 총력적으로 나섰다. 당연히 야수 엔트리는 양 팀 모두 소진됐다. 롯데는 주말 상위권 팀 LG와의 대결을 앞둔 상황에서 하위권의 kt에 승리를 더 챙기려 했고 kt는 최근 팀 부진으로 코치진이 대폭 교체, 김진욱 감독의 모친상에 따른 감독 부재 상황 등 악재가 겹친데 따른 어수선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승리가 절실했다.
이런 승리에 대한 의지는 필연적으로 접전을 불러왔다. 하지만 누구도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결정적 한 방이 부복했고 승리를 지키기 위한 방패가 다소 허술했다. 특히, 경기 후반 양 팀 불펜은 승리를 날리며 원치 않는 긴 승부를 이어가는 원인을 제공했다.
9회 초 kt 마무리 김재윤은 3 : 2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김재윤은 1사 3루 위기에서 롯데 번즈에서 유리한 볼 카운투에서 변화구 승부차 공략당하며 적시 안타를 허용했다. 7경기 연속 홈런에 도전했던 번즈는 홈런은 없었지만, 결정적인 순간 홈런 보다 값진 안타를 때려냈다.
극적인 동점을 이룬 롯데는 그 기세를 연장 10회 초까지 이어갔다. 롯데는 연장 10회 초 kt 마운드의 난조와 상대 실책으로 잡은 기회에서 2득점하며 5 : 3 리드를 잡았다. 주루 실수로 추가 득점 기회가 무산된 것이 오점이었지만, 경기 흐름상 롯데의 6연승이 눈앞에 다가온 듯 보였다.
하지만 연장 10회 말 마운드에 오른 불펜 투수 윤길현이 2사 후 kt 오태곤에 동점 2점 홈런을 허용하며 롯데의 6연승 기회도 함께 사라졌다. 롯데는 9회 말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 투구를 한 마무리 손승락의 2이닝을 맡기지 않았다. 최근 부진에서 탈출한 그에게 부담을 줄 수 없었고 주말 3연전도 대비해야 했다. 수긍할 수 있는 불펜 운영이었지만, 세이브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윤길현이 이에 부응하지 못했다. 다시 동점이 된 경기는 연장 12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마운드 소모전이라는 결과만을 남겼다.
이렇게 양 팀 도합 15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오른 경기에서 가장 돋보인 투수는 단연 kt 선발 투수 니퍼트였다. 니퍼트는 최근 가장 뜨거운 방망이를 자랑하는 롯데 타선을 상대로 7이닝 5피안타 4사사구 11탈삼진 2실점의 호투로 그들의 타격 상승세를 제어했다. 롯데는 경기 중 최근 타격감이 절정인 전준우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경기에서 교체되고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채태인이 무릎 통증으로 교체되는 변수가 있었지만, 니퍼트를 공략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니퍼트는 마치 과거 전성기를 연상시키는 구위를 선보였고 변화구의 위력까지 더한 투구를 했다. 위기에서도 흔들림 없는 관록을 보였다. 7회 초 수비에서는 투구 수 100개에 이른 그를 교체하려는 벤치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7회까지 마운드는 지키는 강한 승부욕까지 보여주었다. 니퍼트는 무려 125개의 투구 수를 기록하며 팀 연패를 끊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7회 초 수비를 마친 그를 향해 kt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렇게 에이스의 면모를 되찾은 니퍼트지만, 시즌 초반 시작은 좋지 않았다. 두산의 재계약이 불발된 이후 KBO 리그 타 구단과의 계약이 늦어지는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긴 것이 영향을 주었다. 앞 당겨진 리그 일정은 니퍼트에 또 다른 악재였다. 니퍼트는 시즌 개막을 함께하지 못하고 몸을 만들어야 했다.
이후 니퍼트는 뒤늦게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왔지만, 구위나 제구 모두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투구에도 기복이 있었다.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그의 나이를 고려할 때 그 역시 세월의 무게를 견디기 어려운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날이 더워지면서 니퍼트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6월 들어 니퍼트는 꾸준히 퀄리티스타트 이상의 투구를 해냈다. 그 사이 그의 승수는 계속 쌓였고 외국인 선수로는 최초인 KBO 리그 통산 100승에도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6월 21일 롯데전은 통산 100승을 홈구장에서 이룰 수 있는 기회였다. 6회 초 롯데 이병규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하며 2 : 0 리드를 지키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승리 투수가 되기에 충분한 내용이었지만, 팀 동료들은 그에게 승리 투수의 영광을 안겨두지 못했다. 니퍼트의 KBO 리그 통상 100승도 다음 등판으로 미뤄지게 됐다.
비록, 승리투수와 통산 100승이라는 위업을 함께 달성하는데 실패하기 했지만, 니퍼트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팀 상황에도 에이스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고 여전히 그가 살아있음을 입증했다. 그의 역투는 kt의 침체한 분위기를 되살리는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팀 동료들이 화답해야 할 때다.
사진,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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