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2위 경쟁 군에 자리했던 LG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LG는 지난주 5연패 늪에 빠졌고 최근 10경기 2승 8패로 좀처럼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2위 SK와는 8경기 차, 3위 한화와는 6경기 차로 승차가 커지면서 당장 추격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오히려 5위 넥센과의 승차가 1.5경기 차, 6위 삼성과 2경기 차로 격차가 바싹 좁혀지면서 4위 수성이 더 급해졌다.
LG는 지난 수년간 후반기 강세를 보였다. 지난 시즌은 그렇지 못했지만, 전반기 부진하다가도 후반기 승률을 끌어올리며 상위권으로 도약하는 패턴이 이어졌다. 그만큼 강한 뒷심을 가진 팀이었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한 여름이 속 힘을 잃고 있다. 무엇보다 두산전 계속되는 연패가 치명적이었다.
올 시즌 LG는 두산과의 11번 맞대결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그 패배가 후반기 집중되면서 순위 경쟁의 동력을 잃었다. 그와 동시에 팀 분위기가 급속히 침체했다. 7월 20일부터 7월 22일까지 두산과의 3연전이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그전까지 LG는 넥센과의 3연전 전승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산과의 3연전에서 마운드가 붕괴하면서 3연패 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7월 21일 경기에서 초반 8 : 1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10 : 17로 역전패 당한 경기가 치명적이었다.
그 경기의 후유증은 상당했고 사실상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후 LG는 삼성, KT와의 3연전 위닝 시리즈는 내준데 이어 다신 만난 두산과의 3연전을 모두 내주며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LG는 두산전 연패를 끊기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번 틀이 잡힌 천적 관계를 재확인했을 뿐이었다. LG는 계속된 SK와의 2연전을 모두 내주었고 그동안 쌓아온 승수를 모두 잃으며 5할 승률에 턱걸이하는 처지가 됐다.
패배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마운드가 무너지고 대량 실점하는 경기가 많다는 점에서 패배의 내용이 나쁘다. 팀 사기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LG 마운드를 지탱하고 선발 투수들이 집단 부진에 빠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소사는 몇 경기 부진으로 방어율이 2점대에서 3점대로 치솟았고 KBO 리그에서 기량이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윌슨도 최근 경기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임찬규, 차우찬 등 국내 선발 투수들의 사정도 좋지 않다. 특히, 차우찬의 상태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된 그의 엔트리 교체를 고민하게 할 정도다.
이렇게 LG가 길을 잃고 헤매는 사이 5위권 팀들은 조금씩 승수를 쌓았고 어느새 LG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위치가 됐다. 7월 중순까지만 해도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당시 순위 경쟁은 선두 두산의 절대 강세, SK, 한화의 2위 경쟁 구도에 여유 있는 4위를 지키고 있는 LG가 그 팀을 노리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LG는 2위권 경쟁에서 완전히 멀어졌고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는 중위권 경쟁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이제는 4위 지키기조차 버겁게 됐다. 5위 넥센이 끈기 있게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후반기 최강팀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여름 삼성의 상승세가 무섭다. 지난 시즌 우승 팀 KIA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다. 8위 롯데 역시 마지막 희망을 잡기 위해 총력전으로 나서고 있다.
이번 주 LG는 이들과의 맞대결을 연속해서 이어가야 한다. 우선 5위권 추격의 희망을 되살려야 하는 롯데와의 대결에 이어 삼성, 넥센과의 대결까지 쉽지 않은 LG의 일정이다. 현재 팀 분위기 속에서 5할 승률을 지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런 LG에 그나마 희망적인 요소는 상대 팀들과의 상대 전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LG는 롯데에 8승 1무 3패, 삼성에 7승 5패, 넥센에는 10승 2패의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적은 LG가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을 때 쌓아온 전적이다. 지금의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앞으로 상대할 팀들은 모두 절박함으로 무장되어 있다.
더군다나 LG는 중심 타선에서 역할을 해야 할 외국인 타자 가르시아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공격력이 더 약해졌다. 마운드 사정은 여전히 열악하다. 내야 유망주 강승호를 내주고 SK에서 영입한 투구 문광은은 불펜진에 힘을 더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다른 투구 내용을 보이고 있다. 현재로서는 전력 상승 요소가 없다. 가지고 있는 전력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것외에 방법이 없다. 무엇보다 LG 선수들이 가질 수 있는 상실감을 극복하는 것이 급해 보인다.
LG는 최근 급격한 부진에 빠져있지만, 여전히 포스트시즌 진출의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전 전망과 비교하면 현재의 위치는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 지금은 그동안 예상보다 높은 고공행진을 하면서 쌓인 피로감이 한 번에 표출된 결과일수도 있다. 두산전 연패가 그 피로감을 더 크게 했을 수도 있다. 올 시즌 가장 큰 위기에 빠져있는 LG가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아시안게임 휴식기 전까지 지금의 위치를 지켜내면서 버텨야 하는 LG다.
사진 : LG 트윈스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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