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이 한일전 승리로 결승 진출의 가능성을 높였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8월 30일 일본과의 결승 라운드 대결에서 투. 타의 조화 속에 5 : 1로 승리했다. 예선리그 전적을 안고 치러지는 결승 라운드에 조 2위로 진출한 대표팀은 1승 1패가 됐지만, 결승 라운드 마지막 경기 상대가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중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단 결승전 진출 실패라는 최악의 결과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경기전 대표팀의 상황은 여러 가지 악재들로 가득했다. 예선 라운드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실망감을 안긴 대표팀은 그 과정에서 여러 비난 여론에 직면해야 했다. 실업 리그 선수들의 주축인 대만전 패배는 KBO 리그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되는가 하는 자괴감마저 들게 했다. 프로 리그까지 중단하면서 리그 최정상급 선수들의 보낸 대표팀으로서는 압도적인 경기력이 필요했지만, 그렇지 못하면서 비난을 자초하고 말았다.
여기에 몇몇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로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는 것까지 힘들어지면서 결승 라운드 일본전에 대한 우려감마저 커졌다. 일본 역시 사회인 리그 선수들이 주축으로 한수 아래 전력으로 여겨졌지만, 예선 라운드 일본은 대만 이상의 경기력을 보였고 대표팀의 침체한 분위기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했다. 아시안게임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상상하지 못한 장면이었다.
경기 초반은 역시 쉽지 않았다. 초반 1, 2회 대표팀은 득점 기회를 놓치면서 경기 주도권을 가져오지 못했다. 선발 투수로 나섰던 최원태가 1,2회를 잘 막아내긴 했지만, 대만전과 같은 타선 부진이 이어진다면 경기가 어려워질 수 었었다. 이런 대표팀의 분위기를 바꾼 건 홈런이었다.
대표팀은 3회 초 넥센의 중심 타자 김하성, 박병호의 솔로 홈런 2방으로 2 : 0 리드를 잡았다. 대표팀은 이어진 4회 초에서는 황재균의 솔로 홈런으로 3 : 0으로 한 걸음 더 앞서갔고 5회 초 추가 2득점으로 확실한 리드를 잡았다. 타선이 초반 득점에 성공한 대표팀은 3회 초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선발 투수 최원태가 마운드를 물러나는 돌발 상황은 급히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이용찬의 호투로 수습하면서 여유 있는 경기 흐름을 가져갈 수 있었다. 대표팀은 이용찬의 3.2이닝 1실점 호투에 이어 최충연, 함덕주까지 불펜 투수들의 무실점 호투로 일본 타선을 막아내면서 완승을 이끌어 냈다.
8회 마운드에 오른 좌완 불펜 함덕주는 2이닝 동안 탈삼진 4개를 기록하는 위력적인 투구로 컨디션 난조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KBO 리그 세이브 1위인 좌완 불펜 투수 정우람의 공백을 전혀 느끼지 않도록 해주었다. 같은 두산 소속의 이용찬 역시 준비가 덜된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지만, 관록의 호투로 대표팀의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마운드의 활약과 함께 타선에서는 넥센 트리오의 활약이 돋보였다. 3회 초 홈런포를 작렬한 김하성, 박병호는 각각 2안타 3안타로 2번과 4번 타순에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해주었고 대표팀의 새로운 1번 타자로 자리 잡은 이정후는 2안타 활약을 하며 아시안게임에서의 좋은 타격감을 그대로 유지했다.
특히, 이정후는 애초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이후 엔트리 변경 과정에서 추가 발탁되었고 예선 라운드 타선의 전반적인 부진에서 홀로 분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이정후는 일본전에서 그 활약을 이어가며 대표 선수로서의 자격을 실력으로 보여주었다.
이 같은 넥센 트리오의 활약에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전천후 내야수 겸 한 방 능력을 과시하고 있는 황재균 역시 과거 넥센의 중심 타자였음을 고려하면 역시 넥센 소속인 선발 투수 최원태까지 더해 한일전 승리는 영웅들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넥센 타자들이 상위 타순에서 활발한 타격을 한 대표팀 타선은 일본 마운드를 상대로 14안타를 때려내며 예선 리그 부진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대표팀 타선의 좌타선을 책임져야 할 김현수, 손아섭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중요한 고비를 넘었지만, 대표팀은 결승 라운드 중국전이 남아있다. 전력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중국은 대만과의 결승 라운드 경기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접전을 펼쳤다. 중국이 승리에 대한 중압감이 크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중국전을 승리한다 해도 금메달까지는 결승전의 승리가 더해져야 한다.
마운드 총력적으로 나설 결승전은 일본이든 대만이든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만은 예선 라운드 승리 경험으로 자신감을 높였고 일본은 우리 대표팀과의 경기보다는 대만전에 더 집중하는 인상도 있었다. 무엇보다애초 한 수 아래 전력이라고 평가했던 일본전을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야 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대표팀으로서는 여전히 마음 놓을 수 없는 일정이다.
사진,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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