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는 예상대로 현실이 됐다. 확산세가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로 2020 프로야구의 개막전이 연기됐다. 4월 중 개막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코로나 사태의 상황에 따라 개막 일정은 유동적이다. 시범경기 취소로 리그 일정의 연기는 예상되었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이 큰 고민이다.
개막전 연기로 프로 각 구단들은 비상체제가 불가피해졌다. 이전에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범경기를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개막전에 사이클을 맞추려는 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당장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가 쉽지 않다. 각 구단은 스프링 캠프 기간을 연장하는 방법 등으로 대응했지만, 세계 각국의 한국으로부터의 입국 제한 조치가 시행되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 롯데와 KIA를 제외하면 대부분 구단들이 국내로 복귀했다. 롯데, KIA 역시 복귀할 예정이다.
이제 개막전까지 각 구단들은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와 함께 건강 관리에도 힘써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선수들이나 구단 직원, 코치진 준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리그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각 구단은 3월 중 또 다른 스프링 캠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합숙을 하면서 선수들의 이동을 통제하는 구단도 있고 출퇴근하는 선수들에게도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선수들 역시 최근 상황에 대해 경각심이 크다.
하지만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한 연습 경기 부재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시범경기가 취소되면서 구단 간 연습 경기 일정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이동과 숙박 과정에서의 감염 우려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구간들은 자체 청백전으로 이를 대체하고 있지만,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막상 리그가 시작되었을 때 경기력 저하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4월 중 리그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여부다. KBO로서는 비상 운영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리그 개막이 연기되면서 일정 수정은 불가피하다. 가상의 개막일을 가정해 몇 가지의 일정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올림픽 기간 경기 중단 등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일본의 상황 악화로 도쿄 올림픽이 취소 또는 연기되는 변수까지 고려해야 한다.
리그를 4월에 개막한다고 해도 대규모 관중들이 운집한 경기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무관중 경기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그게 아니면 관중의 규모를 줄이고 관중 별 거리를 두게 하는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 어떤 식이든 우리 프로야구의 큰 특징인 응원단장과 치어리더가 주도하는 대규모 관중들의 일사불란한 응원의 장면을 보기 어려워진 건 분명하다. 이는 프로야구의 중요한 요소 하나가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상황에 따라 리그 축소 등도 검토할 단계가 됐다. 개막전 일정 연기에 장마철 우천 취소, 올림픽 등을 고려하면 팀당 144경기를 소화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가을까지 정규리그 진행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고 자칫 초겨울에 포스트시즌을 치를 수도 있다. 최근 야구팬들 사이에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10개 구단이 모두 가을야구를 하는 상황도 상상할 수 있다. 4월 중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리그 경기 수 축소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순위 판도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시즌 준비 기간이 길어진 만큼 구단들의 철저한 시즌 준비가 더 중요해졌다. 상대적으로 긴 스프링 캠프를 소화한 롯데와 KIA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도 있다. 리그 일정이 단축된다면 베테랑 선수들이 많은 팀들이 더 유리함을 가질 수도 있다. 장기 레이스가 이어지는 데 따른 체력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들의 관리에도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이미 프로 농구나 프로배구에서 몇몇 외국인 선수들의 시즌 도중 팀을 떠난 사례도 있다. 이에 구단들은 리그 중단 기간 외국인 선수들에게 휴가를 주는 등 방안으로 외적 변수가 흔들리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돌발 상황을 발생할 수 있다. 프로야구 각 구단들 역시 외국인 선수의 갑작스러운 이탈은 전력의 큰 공백으로 이어진다. 몇몇 구단은 외국인 선수들의 입국을 미뤄주면서 배려를 하고 있고 외국인 선수가 국내에 함께 있는 구단들은 상황을 이해시키고 심리적 동요를 막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렇게 코로사 사태는 프로 스포츠에 큰 변수가 되고 있다.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많은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프로야구도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저런 문제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돼야 하는 것이고 프로야구 역시 이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점이다. 선수들과 프런트 코치진 역시 자신의 건강 관리가 리그 전체의 파행을 막는 일임을 인식하고 보다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할 필요가 있다. KBO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대응 방안을 사전에 만들고 준비해야 한다. 이런 노력들이 모일 때 지금의 불확실성을 조금은 걷어낼 수 있다.
사진,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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