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시즌을 준비하는 롯데는 불펜진에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 4년간 롯데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손승락의 은퇴로 마무리 투수 자리가 비었기 때문이다. 손승락은 승락극장이라는 별칭을 붙을 정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인 기억도 있지만, 그동안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없었던 롯데가 마무리 투수 걱정을 덜 수 있도록 해준 선수였다.
롯데는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손승락의 잔류를 위해 협상을 지속했지만, 서로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손승락은 4년 전 롯데와 FA 계약을 할 당시와는 크게 달라진 자신의 위상과 계약 조건에 동기 부여 요인을 찾지 못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해외에서 돌아온 오승환과 함께 베테랑 마무리 투수들의 대결을 기대했던 야구팬들로서는 아쉬운 일이었다. 롯데 역시 냉정한 가치 평가로 손승락과 협상을 하긴 했지만, 그의 은퇴는 전력의 손실로 연결되는 일이었다.
물론, 손승락이 2020 시즌에도 마무리 투수로 기용되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지난 시즌 구위 저하가 뚜렷했고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기에 체력 부담이 있는 베테랑인 그를 마무리 투수로 중용하기는 어려웠다. 다른 대안이 필요했고 손승락은 후보군이었다. 그 때문에 그에 대한 가치를 높게 유지할 수 없었다.
롯데는 마무리 투수 후보 중 한 명이었던 손승락의 은퇴로 새로운 마무리 투수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그 대안으로 가장 먼저 떠오른 후보는 김원중이다. 김원중은 2017 시즌 이후 그동안 선발 투수로 주로 활약했다. 풀타임 선발 투수로 경험치도 쌓았다. 선발 투수의 마무리 투수로의 전환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김원중이 선발 투수로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한 면도 있었다. 김원중은 2012년 롯데 1라운드 지명 선수로 입단했다. 롯데는 그가 부상으로 장기간 재활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미래 가능성에 주목했다. 김원중은 입단 후 수년간 재활에 힘썼다. 그 사이 병역 의무를 마치며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었다.
긴 기다림 끝에 김원중은 2017 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본격 합류했다. 그 해 김원중은 10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부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방어율은 5점대로 높았지만, 7승을 기록하며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했다. 2018 시즌 김원중은 8승 7패 방어율 6.94를 기록했다. 기복이 심했고 한 번 난타를 당하며 대량 실점하는 단점이 그의 방어율을 크게 높였다. 145.1이닝을 소화하며 선발 투수로서 내구성을 입증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롯데는 2년간 김원중을 꾸준히 로테이션에 합류시키며 신뢰를 보냈다. 롯데는 2년간의 경험이 그를 더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2019 시즌 김원중은 더 큰 기대 속에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선발 투수진의 부진과 부상이 겹치는 와중에서 김원중은 호투를 이어갔다. 이제는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속성이 문제였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김원중은 그의 단점을 제어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지는 경기가 늘어났다. 한 번 난타당하면 걷잡을 수없이 무너지는 경기가 계속됐고 방어율도 크게 치솟았다. 계속된 부진에 김원중 스스로도 자신감을 잃었다. 결국, 김원중은 7월 이후 2군에서 조정기를 거쳐야 했다. 선발 투수 김원중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낮아졌다.
롯데는 김원중의 활용방법에 대한 재검토를 시작했다. 롯데는 김원중의 1군 복귀와 함께 선발 투수로서 부진이 이어지자 그를 불펜 투수로 역할을 변화시켰다. 부득이한 선택이었지만, 불펜 투수 김원중은 성공적이었다. 김원중은 주로 불펜 투수로 나선 9월 한 달 자책점 0를 기록하며 안정감 있는 투구를 했다. 그의 강점이 탈삼진 능력이 더 돋보였고 볼넷도 크게 줄었다. 김원중이나 롯데 모두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시즌 후반기였다.
이를 바탕으로 롯데는 김원중의 불펜 투수 전환을 적극 검토했고 스프링 캠프 기간 이를 실행에 옮겼다. 김원중은 불펜 투수로서 시즌을 준비했다. 그의 위치는 마무리 투수 1순위 후보까지 이르렀다. 롯데는 김원중이 짧은 이닝을 소화할 경우 그의 장점이 더 빛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원중은 탈삼진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직구 구위는 스피드 이상의 무게감이 있다. 포크볼이라는 강력한 변화구도 있다. 김원중이 적은 투구수로 집중력 있는 투구를 한다면 마무리 투수로 재 큰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전까지 김원중이 난타 당하는 경기 내용은 볼넷을 남발하며 무너지기보다는 공이 가운데 몰리거나 단조로운 투구 패턴을 읽히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1이닝 정도를 투구하는 마무리 투수라면 힘으로 타자들을 제압할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김원중 역시 긴 호흡으로 경기를 이끌어가는 선발 투수보다 힘을 모아서 쓰는 마무리 투수가 더 적성에 맞을 수 있다.
이런 배경 속에 김원중은 마무리 투수로 새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문제는 마무리 투수로서 경험이 일천한 그가 타이트한 승부에서 마무리 투수로서의 압박감을 견딜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 김원중의 위기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는 맨탈적이 문제는 자주 지적당했던 투수이기도 했다. 공 하나로 승패가 엇갈릴 수 있는 상황을 얼마나 잘 견딜 수 있을지 실패의 경험에도 자신의 투구를 계속하는 대범함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선발 투수로 주로 경기에 나섰던 그가 연투도 필요한 마무리 투수로서 얼마나 페이스를 잘 유지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김원중은 뛰어난 구위가 있고 실패의 경험도 많았지만, 경기 경험도 쌓아왔다. 아직 20대 선수로 발전의 여지도 남아있다. 시즌 초반 세이브를 쌓는다면 자신감을 높일 수 있고 마무리 투수로서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긍정 요소가 늘어난 팀 분위기도 김원중에게는 플러스 요인이다. 김원중이 그에 대한 우려를 이겨내고 마무리 투수로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롯데의 시즌 구상에서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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