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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75회] 산업화 역사 품은 구로구 속 꿈을 지켜가는 사람들

문화/미디어

by 지후니74 지후니74 2020. 6. 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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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공단 하면 1960년대 그리고 1990년 초반까지 우리나라의 대표적 산업단지였다. 봉제공장에서부터 다양한 공장들이 밀집해있었고 구로공단은 산업화를 상징하는 곳이었다.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이곳의 공장에 일하기 위해 모였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힘든 노동의 현장을 지켰다. 이후 산업구조가 개편되고 구로공단의 공장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산업단지의 면모를 잃었다. 

이제 공장의 즐비한 굴뚝은 사라졌지만, 대신 구로구에는 IT 기업들이 다수 입점한 신 산업단지로 변했다. 대한민국 발전의 역사를 함께 하는 곳이 구로구라 할 수 있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75회에서는 서울 구로구에서 산업화 시대의 기억을 간직한 사람들과 달라진 구로구를 지키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른 아침 활기찬 출근길에서 시작한 여정은 코로나 사태에도 바삐 움직이는 직장인들 틈에서 앞으로 여정을 위한 에너지를 얻었다.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이지만, 구로구의 회사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꿈을 마음속에 품고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출근길 시민들의 모습에서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북적이는 출근길을 지나 빌딩 숲 뒤편의 가리봉동 동네로 향했다. 1970년대와 80년대 느낌 가득한 포스터가 붙어있는 가게가 눈에 띄었다. 흔히 동게 구멍가게로 불리는 이 가게는 과거의 모습을 외형은 물론이고 내부에도 유지하고 있었다. 깔끔하고 현대적인 편의점이 구멍가게를 대신하고 있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다. 이 가게의 사장님은 수십 년간 한자리에서 이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그에게 이 가게는 과거 구로공단이 활성화되던 시절의 추억이 함께하고 있었다.

가게 사장님은 구로공단 근로자들이 밤늦게까지 일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자신들의 작은방으로 퇴근하던 모습들, 통행금지가 있었던 시절 밤늦게 가게 작은 창문을 통해 식재료나 간식을 몰래몰래 근로자들에게 판매했던 기억들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구로공단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나이 어린 여성 근로자들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열악한 근로환경에서도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그 상황을 견뎌냈다. 가게 사장님은 당시 여성근로자들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때의 기억이 쌓이고 쌓인 이 가게를 그는 쉽게 떠날 수 없었다. 이 가게는 한 사람의 가게가 아닌 구로구의 역사를 만들어간 사람들의 꿈과 그들의 역사가 함께 하는 공간이었다. 

가게를 나서 오래된 빌딩에 자리한 기계상가로 향했다. 과거 이전보다 쇠락한 상가지만 소규모 업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한편에서 들리는 음악소리가 발걸음을 이끌었다. 그곳에서는 지금은 생소한 LP 판을 재생하는 턴테이블이 제작되고 있었다. 이 턴테이블은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되고 있었는데 아버지를 이어 아들이 함께 이곳을 운영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해 기술을 배우고 익혀 자리를 잡았고 이후 그가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턴테이블 제작 기술을 스스로 익혀 이제는 마니아들이 인정하는 장인이 되었다. 최근 LP 판 특유의 음악소리가 매료된 사람들이 다시 늘어나면서 수제 턴테이블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수십 년의 노력이 응축된 수제 턴테이블 제작공장은 과거의 추억을 넘어 과거와 현재가 융합된 레트로 흐름을 이끌어 가는 장소로 보였다. 아버지가 기계상가 한 편에 만든 턴테이블 음악감상실은 그의 음악에 대한 꿈을 실현하는 장소이자 색다른 음악을 접할 수 있는 문화의 공간이었다. 그래서 이 음악감상실의 LP 판에서 들리는 음악은 더 특별했다. 

다시 나선 길, 직장들의 점심을 위해 찾는 식당 골목에서 오래된 식당을 찾았다. 이 식당에서는 수십 개의 솥밥이 한꺼번에 가스 화로에 올려져 있었다. 바쁜 점심시간 손님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함이었었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식재료가 들어있었고 무엇보다 금방 지어낸 밥을 먹을 수 있어 든든한 식사가 가능해 보였다. 여러 야채와 마가린을 곁들인 비빔밥은 식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 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했다고 하는 마가린 비빔밥은 매일 솥밥을 지어내는 식당의 사장님과 손님들의 보이지 않는 유대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작품이었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구로구 접한 안양천변을 걸었다.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던 당시 각종 폐수가 하수가 뒤섞여 악취가 가득했던 안양천이었지만, 지금은 정화되어 수질이 크게 개선되었다. 안양천변을 따라 각종 공원과 산책로가 조성되었고 이제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었다. 그 안양천변에 자리한 고척돔은 국내 유일의 돔구장으로 프로야구가 열리고 각종 문화공연이 열리는 서울의 또 다른 명소로 자리했다. 안양천변과 고척돔은 구로의 변화를 상징하는 장소였다.

안양천에서 잠시 여유를 가진 여정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위해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해남에서 아버지가 보내오는 우리 밀로 만드는 빵집에서는 우리 밀과 농산물로 만드는 건강한 빵을 접할 수 있었고 아버지의 정성에 자신들의 손길을 더해 건강한 빵을 만드는 빵집 사장님 부부의 서로를 위하는 사랑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젊은 사장님이 운영하는 한 식당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경영에 큰 어려움이 있는 젊은 소상공인들에게는 위기를 헤쳐나길 힘을 얻게 하고 취약계층에게는 하루를 견딜 식사를 제공하는 상생의 현장인 상생 도시락 사업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희망을 위해 노력하는 현장이었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벽돌집들로 가득한 골목 안쪽으로 접어들었다. 한마을의 한편에 자리한 텃밭에서 마을 주민들이 키우는 채소와 야채들이 이채로웠다. 도심 속에서 농촌의 풍경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텃밭과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한 양봉장은 더 이색적이었다. 장년의 양봉장 사장님은 지극정성으로 양봉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오랜 세월 공장 근로자로 일하다 6년 전 양봉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큰돈을 버는 일은 아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큰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오랜 꿈이 가득 담긴 벌통의 꿀은 더 달콤해 보였다. 

도심 속 텃밭과 양봉장의 색다름을 마음에 품고 또 다른 동네로 향했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공업용 철길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과거의 한순간에 잠시 머물게 해주었다. 이 철길을 따라 구로공단과 지방을 오갔을 각종 생산품들은 우리를 풍요롭게 해주었다. 지금은 낡고 녹슬었지만, 그 공간이 버려지지 않고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는 또 다른 도시재생의 한 단면으로 보였다. 그 철길을 걷다 만난 구로구의 명소 푸른 수목원은 다양한 식물들이 가득한 시민들의 쉼터였다. 삭막한 도심 속에서 편안히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반가웠다. 

여정은 끝자락 가리봉동 시장 골목의 한 곱창집을 찾았다. 과거 포장마차로 시작한 이 곱창집은 구로공단이 활성화되었던 시절 공장 근로자들이 허기를 덜어주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이 곱창집 사장님은 그들의 힘든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탓에 후한 인심으로 그들을 대했다고 했다. 당시 곱창을 그릇에 담아 팔던 시절 사장님은 더 많이 주려고 했다고 했다. 

당시 이 시장에 있었던 곱창집이 모두 떠나고 이제는 이 집 하나만 남았지만, 당시 추억을 떠올리며 이것을 찾는 손님들이 여전히 많다고 해다. 이곳에서 만난 중년의 여성들은 힘들고 배고프던 시절 이 식당에서의 곱창 맛을 잊지 못해 찾는다고 했다. 기억하기 싫은 추억일 수도 있었지만, 손님들은 함께 어려움을 이겨냈던 동료들이 있었고 사람의 정이 있던 시절이 훈훈함을 밝게 기억하고 있었다. 어쩌면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었기에 그 시절을 견뎌냈을지도 모른다. 이 곱창집은 추억과 당시의 꿈을 파는 곳이었었다. 

구로구는 우리나라에서 그 어느 곳보다 극적인 변화를 겪은 곳이었다. 산업화 시절의 영광과 그 안에서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냈던 사람들의 눈물과 꿈이 뒤섞여 있는 구로구로 할 수 있다. 그때의 꿈을 위한 노력들이 지금의 우리나라가 만들어져다. 지금도 구로구에는 과거의 꿈을 이어가거나 새로운 꿈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오늘을 살아가고 있었다. 

사진 :  프로그램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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