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프로야구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깜짝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NC와 KIA는 NC의 유망주 투수 장현식과 유망주 내야수 김태진을 KIA로 KIA의 불펜 투수 문경찬과 박정수를 NC로 보내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불펜 보강이 절실한 NC 발 트레이드 가능성은 최근 꾸준히 제기됐지만, 그 상대와 대상 선수들의 면면은 쉽게 예상할 수 없는 깜짝 트레이드였다.
트레이드 이후 뒤따르는 손익 평가는 NC가 더 크다는 여론이 크다. 특히, KIA 팬들의 반응은 구단에 대한 비난 여론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유는 있다. 대상 선수들의 올 시즌 성적에도 차이가 있다. 문경찬은 지난 시즌 중 마무리 투수로 자리를 잡은 이후 올 시즌 KIA의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 초반 빠르게 시즌 10세이를 달성하며 풀 타임 마무리 투수로서의 첫 시즌을 순조롭게 이어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6월 23일 롯데전 세이브 실패 이후 깊은 부진에 빠졌다. KIA는 그에게 회복할 시간을 주었지만, 문경찬은 쉽게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KIA는 시즌 중 마무리 투수를 문경찬에서 필승 불펜조에 있었던 전상현으로 교체했다.
새로운 마무리 투수가 된 전상현은 1점대 방어율을 유지하며 7월 15일 삼성전 세이브를 시작으로 8월 8일 NC 전까지 무실점 세이브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상현이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으면서 문경찬은 셋업맨으로 그 위치가 변경됐다. 마무리 투수의 부담을 던 문경찬은 점차 안정세를 되찾아가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 자리를 벗어난 그는 트레이드 카드가 되어 새로운 팀으로 떠나게 됐다. 최근 기복이 있었지만, 문경찬은 KIA에서 육성한 불펜 투수로 지난해 국가대표로도 선발된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은 프랜차이즈 선수였다. 쉽게 내줄 수 있는 자원은 아니었다. KIA 팬들의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의 반대 급부로 영입된 장현식의 올 시즌 부진하다는 점은 KIA 팬들의 아쉬움을 더하게 한다. 장현식은 1군과 2군을 오가며 1군에서 9경기 등판에 머물렀고 9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다. 불펜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부진이 이어지면서 선발 투수로의 전환을 모색 중이었다. 팀 마무리 투수를 내주면서 영입할만한 선수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장현식은 2013 시즌 NC의 1차 지명된 최고 유망주였다. 150킬로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고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리다. 이미 군 문제도 해결을 했다. 2017 시즌 후반기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국가대항전에서도 활약한 기억이 있다. 이후 부상이 겹치면서 더 발전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그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NC에서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다소 혼란스러운 성장기를 보낸 점도 있다. 최근 젊은 투수들의 육성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KIA의 새로운 환경에서 달라질 여지가 충분히 있다. 얼마 전까지 NC도 장현식의 활용을 위해 선발 투수로서 등판 기회를 주었다는 점은 NC에 있어 장현식의 비중이 결코 작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여기에 KIA가 문경찬을 내주는 배경에는 내야진의 부상 도미노가 크게 작용했다. KIA는 시즌 전 프랜차이즈 선수였던 안치홍을 FA 시장에서 롯데로 떠나보내면서 내야진에 공백이 발생했다. KIA는 김선빈을 유격수에서 수비 부담이 덜한 2루수로 옮기고 지난 시즌 도루왕인 박찬호를 주전 유격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여기에 트레이드로 키움에서 영입한 장영석을 주전 3루수로 SK에서 영입한 베테랑 내야수 나주환에 2군에서 육성한 젊은 내야진을 백업으로 활용했다.
KIA의 구상은 시즌 초반부터 흔들렸다. 주전 3루수로 기대했던 장영석은 부진한 경기력으로 일찌감치 전력에서 이탈했고 베테랑 나주환이 기대 이상 활약하면서 그 공백을 메웠지만, 유격수 박찬호가 공수에서 지난 시즌보다 떨어지는 모습이었고 2루수 김선빈은 타격에서 뛰어난 활약을 했지만, 계속된 부상에 시달렸다. KIA로서는 내야진 운영 구상이 크게 흔들렸다. 이에 KIA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불펜 투수 홍건희를 내주고 두산에서 전천후 내야수 류지혁을 영입하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류지혁마저 부상에 시달리고 김선빈도 부상이 재발하면서 중량감이 있는 내야수 영입이 필요했다. 이런 KIA에 NC는 김태진을 트레이드 카드로 제시했다.
김태진은 2014 시즌 NC에 입단한 이후 차근차근 주전으로 도약하는 과정에 있는 내야수로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하고 외야 수비도 가능한 선수다. 2019 시즌에는 주전급 활약을 하면서 가능성도 보였다. NC로서는 미래 자원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었고 멀티 수비 능력은 큰 장점이었다. 김태진은 올 시즌 부상과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1군에서 많은 기회를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KIA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됐다. 1군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내야수가 필요한 KIA는 김태진이 필요했다. 여기에 장현식과 김태진의 아직 20대 중반의 선수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고려했다.
KIA는 올 시즌보다 그다음 시즌을 더 기대하는 팀이고 세대교체를 진행 중에 있어 미래까지 바라볼 수 있는 선수 확보가 필요하기도 했다. 당장 올 시즌 우승 목표를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 NC와는 지향점이 달랐다. 이런 배경은 KIA가 NC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이유가 됐다. 김태진이 더해지면서 KIA는 최근 또 다른 불펜 투수 박정수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다. 박정수는 1, 2군을 오가는 선수였지만, 최근 투구 내용이 좋았고 군필 선수라는 장점에 사이드암이라는 희소성이 있다. 여기에 잘생긴 외모로 관심을 끄는 선수이기도 했다.
NC는 팀의 미래 자원임과 동시에 숨은 잠재력이 있는 영건과 내야수를 내야수를 내주는 대신 당장 마무리 투수로도 활용할 수 있는 불펜 자원인 문경찬과 팀에 부족한 사이드암 투수인 박정수를 영입해 약점이 불펜진 보강을 하게 됐다. NC로서는 문경찬이 마무리 원종현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고 박정수는 불펜진의 다양성을 더해주는 장점이 있다. 당장 두 투수는 1군 엔트리에 등록될 가능성이 크다. NC 팬들도 장현식, 김태진이라는 유망주를 내주는 것이 아쉽지만,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KIA는 문경찬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군필 투수인 장현식을 영입해 미래까지 내다보는 결정을 했다. 당장 1군 엔트리에 있는 2명의 불펜 투수를 내주는 출혈이 있지만, KIA는 또 다른 내야 자원 김태진 영입을 위해 과감한 결정을 했다. KIA로서는 우승보다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2, 3년 후를 바라보는 팀의 정책에 맞는 결정을 한 셈이다.
하지만 팬들의 비난 여론은 당분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1군 엔트리의 불펜 투수 2명을 당장 활용 여부가 불투명한 선수들과 교환했다는 점은 중위권 순위 경쟁에 있는 KIA에게 큰 모험일 수 있다. 불펜의 주축인 박준표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상황에서 단기간 불펜진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올 시즌 트레이드 결과가 좋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KIA는 시즌 전 영입한 내야수 장영석이 전력에 보탬이 안됐고 그의 트레이드 카드였던 외야수 박준태가 키움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하고 있다. 내야수 류지혁이 부상으로 전력에 가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의 트레이드 카드였던 홍건희는 두산에서 필승 불펜 투수로 활약 중이다. 이번 트레이드 또한 아직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KIA로서는 이번 트레이드 결과마저 기대에 못 미친다면 상당한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어려움에도 KIA는 과감한 결정을 했다. 트레이드의 결과는 당장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수년간의 시간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또한, KIA가 장영석, 류지혁을 영입할 당시 평가는 KIA가 더 이익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아직은 득실을 평가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 NC 역시 전력 보강을 이루었다 할 수 있지만, 문경찬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트레이드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 결국, 서로가 원해서 영입한 선수들을 어떻게 잘 활용하고 선수들의 새로운 팀에서 빨리 적응하여 제 기량을 발휘할지가 중요하다. 다만, 현시점에서 NC보다는 KIA가 트레이드에 대한 부담이 더 크게 보이는 건 사실이다.
사진,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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