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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이 한창인 프로야구는 다른 한편에서 선수단 정비가 한창이다. 새로운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팀들도 다수 있고 이미 신임 감독이 부임한 팀도 있다. 이는 코치진의 대대적 개편을 수반한다. 이미 상당수 팀들은 기존 코치진과의 계약을 포기했다.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팀을 물론이고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는 팀들도 일부 선수들의 내년 시즌 계약을 포기했고 그 대상을 발표하고 있다. 해마다 있는 일이고 통상 포스트시즌이 끝나면 이루어질 일이었지만, 프로야구 시즌 개막이 늦어진 상황에서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변화의 과정에서 이번 시즌은 지명도 있는 선수들이 다수 재계약 불가 명단에 포함되고 있다. 그중 일부는 은퇴를 발표하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LG의 레전드 박용택은 2002년부터 LG와 함께했고 40대 선수로 올 시즌까지 활약했다. 이미 올 시즌이 은퇴 시즌임을 예고한 박용택은 각 구단의 마지막 홈경기에서 조촐한 축하를 받으며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소망이었던 LG의 한국시리즈 진출과 우승은 준플레이오프 두산전 패배로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박용택 외에도 오랜 기간 팀 주축 선수로 활약했던 선수들의 은퇴 소식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국가대표 2루수였고 SK, 한화, LG를 거치며 근성 있는 선수의 대명사이기도 했던 정근우도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는 SK가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시절 주축 선수였고 한화와는 2번의 FA 계약을 한 중심 선수였다. 

 

 



그는 한화에서 2루수는 물론이고 1루와 외야수까지 소화하며 현역 선수로서의 강한 의지를 보였도 LG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웠지만, 흐르는 세월을 거스르지 못했다. 그와 프로야구 황금세대로 불리는 1982년 생 레전드 한화 김태균도 올 시즌 종료 직후 은퇴를 발표했다. 그는 선수 생활 후반기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였다. 그와 함께 또 다른 1982년 생 두산의 포수 정상호도 시즌 후 은퇴를 발표했다. SK, LG를 거치며 리그 정상급 포수로 자리했던 정상호는 올 시즌 두산에서 베테랑으로 소금 같은 역할을 했지만, 포수 유망주들의 성장 속에 사라져갔다. 

이제 프로야구를 이끌었던 1982년 생 중 현역으로 남는 이들은 롯데 중심 타자 이대호와 삼성 마무리 오승환,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추신수 정도다. 이들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지만, 나이에 따른 기량 저하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호는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지만 소속팀 롯데와 순탄치 않은 협상이 예상되고 메어저리거 추신수 역시 현역 연장을 기대하고 있지만, 대폭 삭감된 계약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 삼성의 마무리 투수로 다시 돌아온 오승환은 여전한 구위를 과시했지만, 이전과 같은 무적의 모습은 아니었다.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과의 이별과 함께 야구팬들에게 친숙한 이름들 다수도 현역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두산, 롯데, SK 다시 두산으로 이어지는 여정에도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 투수로 활약했던 김승회도 유니폼을 벗었다. 그는 FA 보상 선수로 두산에도 롯데로 이적했고 다시 또 한 번 보상 선수로 SK로 뜻하지 않게 이적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하지만 선수 생활의 끝자락에서 두산으로 돌아온 그는 2019 시즌 두산의 우승 멤버로 활약하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올 시즌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은 남겼다. 김승회와 함께 두산의 불펜진에 힘을 더했던 좌완 불펜 투수 권혁도 선수 은퇴를 발표했다. 그는 삼성에서 한화로 이어지는 전성기 시절 불펜 투수로는 보기 드문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혹사 논란의 당사자가 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는 그는 159홀드 기록을 쌓았다. 그 역시 2019 시즌 우승 멤버로 마지막 불꽃을 두산에서 태웠다. 

SK 마운드의 한 축을 담당했었던 윤희상도 올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는 부상 재활로 2019 시즌을 보냈고 올 시즌 복귀 의지를 보였지만, 1군에서 4경기 등판에 머물렀다. SK 전성기를 이끌었던 그는 시즌 마지막 경기 선발 등판 후 한 타자를 상대하며 그의 은퇴경기를 치르는 예우를 받았다. 

현대와 넥센, 키움으로 팀 명이 바뀌는 과정에서 히어로즈의 정신적 지주로 큰 역할을 했던 베테랑 외야수 이택근도 올 시즌이 현역 선수로 마지막 시즌이었다. 그는 전성기 시절 팀의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 현금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는 비운을 겪었지만, FA 계약을 통해 다시 키움으로 히어로즈로 복귀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그만큼 그는 히어로즈 구단에 대한 애착이 강했고 팀도 그의 존재감을 인정했다. 

하지만 후배 폭행 사건이 이슈가 되면서 그는 징계로 지난 시즌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올 시즌 부활을 기대했지만, 1군에서 20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그는 현역 선수의 의지를 보였지만, 구단은 그를 외면했고 시즌 막바지 갈등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결국, 그는 선수들의 마련한 조촐한 은퇴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해야 했다. 

이렇게 자기 의지대로 현역 선수 생활을 접은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뜻하지 않게 은퇴의 갈림길에 선 선수들도 다수 있다. 팀별 방출 선수 명단에는 다수의 베테랑들이 포함되어 있다. 새로운 신인들에게 기회를 줘야 하고 코로나 사태로 구단들의 재정적 여력이 떨어지는 상황까지 겹치며 그 폭이 커졌다. 

한화는 올 시즌 주장이었던 외야수 이용규를 포함해 팀 주축 선수였던 송광민, 최진행, 안영명 등이 팀을 떠나게 됐다. SK 역시 경쟁력 있는 좌타자 채태인과 우타자 윤석민 등이 계약 불가 선수로 팀을 떠났다. KIA의 호타준족의 외야수 겸 1루수 김주찬도 팀을 떠났다. 이 밖에도 각 팀 별로 야구팬들에게 익숙한 이름들이 다수 계약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제 팀별로 내부 육성이 중요한 운영 기조가 되고 있도 코로나 여파로 재정지출마저 감소하는 상황에서 방출 선수 중 대부분은 뜻하지 않게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할 상황이다. 다시 기회를 얻는다고 해도 이전보다 한참 떨어지는 계약조건을 받아들여야 가능하다. 아직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선수들이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하는 현실은 분명 안타까움이 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은 매 시즌 반복될 가능성이 크고 야구팬들은 아쉬운 이별을 계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간은 흐르고 기존의 것들이 새롭게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프로야구도 한 세대가 끝나고 새로운 선수들이 그 자리를 채우는 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매 시즌 프로야구 경기력 저하를 걱정하고 쓸만한 선수가 없다고 하면서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있는 현실에도 아직 능력이 있는 선수들을 분위기 쇄신 등의 이유로 방출하는 구단들의 모습은 아쉬움이 있다. 

또한, 과감한 선수단 정리 후 필연적인 장기간의 리빌딩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인위적인 세대교체로 인한 전력 약화를 빠르게 메우지 못하면 다시 FA 시장을 찾아야 하고 외국인 선수 영입에 온 힘을 다해야 하는 것이 우리 프로야구의 현실이다. 단순히 분위기 쇄신 등의 충격요법을 위해 선수들의 정리하는 식의 구단 운영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독립리그를 보다 활성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방출 선수나 프로에 지명받지 못한 선수들이 새롭게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장을 만들고 프로야구의 저변을 넓힐 수도 있다. 

이런 저런 생각을 뒤로하고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프로야구 이별의 계절은 상실과 단절의 기억들로 채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사진,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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