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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가 구단의 또 다른 역사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썼다. 1번만 더 패하면 시리즈를 내줘야 했던 KT는 11월 12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8회 초 5득점의 빅이닝을 만들며 5 : 2로 승리했다. KT는 시리즈 전적 1승 2패를 만들었다. KT에게는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이은 첫 포스트시즌 승리였다. 고 준플레이오프에 이어 무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하려 했던 두산은 그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경기전 분위기는 두산의 확실한 우위였다. 두산은 1, 2차전에서 투. 타와 수비에서 KT에 우위를 보이며 2연승을 했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의 조합인 두산의 관록이 KT를 압도하는 경기 내용이었다. KT는 나름의 대비책을 가지고 투지 있게 맞섰지만, 승부처에서 고비를 넘지 못했고 두산과의 닿을 듯 닿지 못하는 격차를 느껴야 했다. 연승의 기세를 몰아 두산은 3차전 선발 투수인 에이스 알칸타라를 내세워 3연승으로 시리를 끝낼 마음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오프를 3연승으로 마무리한다면 충분한 휴식 후 NC와의 한국시리즈를 대비할 수 있는 두산이었다. 

하지만 이런 두산의 의도는 예상치 못한 투수전으로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투수전의 주인공 KT 선발 투수 쿠에바스와 두산 선발 투수 알칸타라는 KBO 리그 2년 차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남다른 인연이 있는 투수들이기도 했다. 두 투수는 지난 시즌 KT의 원투 펀치로 활약했다. 두 투수는 모두 두자릿 수 승수를 기록했고 선발 로테이션을 든든히 지켰다. 이들의 활약은 KT가 창단 첫 5할 승률을 달성하고 5위 경쟁까지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당연히 두 투수의 올 시즌 재계약이 예상됐지만, KT는 알칸타라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KT는 알칸타라가 뛰어난 구위를 가지고 있지만, 이능 소화능력이 떨어지는 점을 주목했다. KT는 불펜진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이닝 이터를 원했다. KT의 선택은 쿠에바스였고 알칸타라의 자리는 올 시즌 15승을 기록한 데스파이네로 채워졌다. 재계약을 강하게 원했던 알칸타라는 두산에 입단하면서 KBO 리그에서의 선수 이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엇갈린 운명은 두 투수의 위상을 크게 달라지게 했다. 

알칸타라는 넓은 잠실 홈구장과 단단한 공수 라인업을 갖춘 두산 효과를 톡톡히 경험하며 리그 최고 투수로 거듭났다. 알칸타라는 올 시즌 20승과 함께 2.54의 방어율, 182개의 탈삼진과 198.2이닝을 소화했다. 그의 약점이었던 이닝 소화 능력은 크게 향상했고 변화구가 추가되면서 투구 내용도 다양해졌다. 1년 사이 알칸타라는 놀라운 발전을 보였다. 쿠에바스는 올 시즌 성적에서 두산 선발 투수 알칸타라에 크게 밀렸다. 쿠에바스는 10승을 넘기긴 했지만, 4점대 방어율을 기록했고 부상으로 공백기도 있었다. 쿠에바스는 1선발 자리를 데스파이네에게 내주고 2선발 투수로 시즌을 보냈다. 

지난 시즌 KT 원투 펀치에서 크게 달라진 처지로 만난 두 투수의 선발 대결은 당연히 알칸타라의 우세를 예상하게 했다. 쿠에바스는 벼랑 끝에 몰린 팀 상황이 큰 부담이었고 1차전 불펜 투수로 등판했지만,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고 투구 내용도 부진했다. 1차전에서  KT는 그의 불펜 등판을 큰 승부수로 활용했지만, 결과적으로 패배의 원인이 됐다. 하지만 쿠에바스는 
올 시즌 최고 투수로 벼랑 끝에 몰렸던 KT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쿠에바스는 8이닝 동안 단 1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1실점은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8회 말 5 : 0으로 앞선 상황에서 나온 실점이었다. 피안타는 2개에 불과했고 탈삼진은 2개에 불과했지만, 사사구가 하나도. 시종일관 쿠에바스는 안정된 투구를 했고 그의 호투는 KT의 8회 초 5득점으로 승기를 잡는 발판이 됐다. 쿠에바스는 KT 포스트시즌 첫 승의 승리투수가 됐다. 두산 선발 알칸타라 역시 7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하며 호투했지만, 전반적인 투구 내용은 쿠에바스가 앞섰다. 알칸타라의 무실점 투구는 KT 타선의 득점권 집중력 부재 덕도 있었다.  

쿠에바스의 호투는 과감한 변화가 있어 가능했다. 쿠에바스는 정규 시즌 내내 유지했던 직구 위주의 투구 대신 타자 앞에서 급격히 꺾이는 컷 패스트볼의 활용 빈도는 급격히 높였다. 이 컷 패스트볼은 좌타자가 중심을 이루는 두산 타선에 매우 효과적이었다. 제구까지 더해진 쿠에바스의 컷 패스트볼에 두산 타자들은 대응하지 못했다. 두산 타자들의 타구는 정타가 없었고 범타로 이어졌다. 컷 패스트볼이 통하면서 쿠에바스는 한층 더 자신감 있는 투구를 했다. 삼진 욕심을 버리고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투구로 쿠에바스는 투구수도 줄이면서 긴 이닝을 버틸 수 있었다.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KT로서는 쿠에바스의 호투가 큰 힘이 됐다. 만약,KT가 먼저 실점했다면 심리적으로 그대로 무너질 수 있는 흐름이었다. KT 타선은 두산 선발 투수 알칸타라를 공략하지 못했지만, 쿠에바스의 무실점호투에 힘입어 희망을 유지할 수 있었다. 쿠에바스는 상대적으로 많은 득점 기회에도 팀 타선이 득점하지 못하는 악조건이 더해졌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7회까지 무실점 공방전이 이어진 경기는 8회 초 KT 공격에서 사실상 승패가 결정됐다. 2사 후 황재균의 볼넷이 시작이었다. 로하스, 유한준, 강백호로 이어진 KT 중심 타선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여기에 견고함을 유지했던 두산의 수비도 흔들렸다. 유한준의 선취 1타점 적시안타는 두산 유격수 김재호의 글러브를 맞고 흐르는 타구였다. 두산 포수 박세혁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 패스트볼로 추가 득점을 내줬다. KT 배정대의 2타점 적시타는 두산 중견수 정수빈의 수비 능력이라면 잡힐 듯한 타구였다.

빗맞은 배정대의 타구는 두산 내야와 외야 사이에 떨어졌고 정수빈의 키를 넘겼다. 모두가 한 이닝을 이어난 일이었다. 시리즈 내내 집중력 부재 속에 답답했던 KT 타선이 첫 선취득점과 함께 첫 빅이닝을 만드는 순간이었다. 이는 철옹성 같던 두산이 수비에서 흔들리는 모습도 함께 불러왔다. 두산은 불펜 투수를 연이어 마운드에 올리며 실점을 막으려 했지만, 이번에는 그들의 의지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 모든 일은 KT 선발 투수 쿠에바스가 상대 에이스에 밀리지 않는 투구를 했기에 가능했다. 8회 초 KT의 5득점은 선발 투수의 운명을 엇갈리게 했다. 쿠에바스는 승리투수가 알칸타라는 패전투수가 됐다. 두산으로서는 충격적인 패배였다.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모든 것이 계획대로 이루어졌던 두산으로서는 기분 좋은 리듬이 끊어졌다. KT는 어렵긴 하지만, 시리즈 승리에 대한 희망을 되살리게 됐다. 

이렇게 팀을 엇갈린 전 KT 원투펀치들의 선발 맞대결은 치열한 투수전이었지만, 그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쿠에바스가 KBO 리그 데뷔 후 최고의 투구를 한 결과였다. 알칸타라 역시 패전을 기록했지만, 부상 우려를 씻어내는 20승 투수다운 투구를 했다. 두 투수는 모두 KBO 리그에서 올 시즌 더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승패를 떠나 KBO 데뷔 2년 차 외국인 투수들이 투수전은 의미 있게 다가왔다. 

사진 : KT 위즈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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