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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시즌 정규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팀 두산이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두산은 11월 13일 KT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과감한 마운드 운영과 안정된 수비로 4회 말 나온 최주환의 2점 홈런으로 얻은 리드를 끝까지 지키며 2 : 0으로 승리했다. 두산은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플레이오프 최종 승자가 됐고 NC와 한국시리즈에 만나게 됐다. 

두산으로서는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는 게 중요했다. 만약 5차전까지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승리한다 해도 한국시리즈까지 하루 휴식만 주어지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끝장 승부를 통해 전력 소모도 극심할 수밖에 없었다. 두산이 1차전 선발 투수 플렉센을 불펜에서 대기시킨 것도 이런 이유였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하는 두산에게는 최대한 빨리 시리즈를 끝낼 필요가 있었다. 

두산은 3차전에서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 수 있었지만, KT 선발 투수 쿠에바스의 올 시즌 최고 투구에 타선이 막혔고 8회 초 승부처에서 마운드와 수비가 함께 흔들렸다. 그 결과 KT는 꽉 막혔던 타선이 폭발했고 반격의 1승을 할 수 있었다. 3차전 승리는 KT에게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두산의 4차전 선발 투수가 KT전에 약점이 있었던 유희관이라는 점도 KT에게는 해볼만 하다는 마음을 가지게 할 수 있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파죽의 연승으로 포스트시즌 연승을 이어온 두산으로서는 아쉬운 패배에 다소 기세가 꺾일 수 있었다. 

 

 



두산은 과감한 변화로 분위기를 바꾸고 4차전에 나섰다. 시리즈에서 부진한 중심타자 오재일을 타순을 8번으로 내리고 테이블 세터진은 박건우, 정수빈으로 변경했다. 두산은 클린업은 페르난데스, 김재환, 최주환으로 재편됐다. 키 플레이어는 최주환이었다. 최주환은 뛰어난 공격력을 바탕으로 올 시즌 두산의 주전 2루수로 자리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부상으로 선발 출전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자리를 메운 오재원이 공수에서 큰 활약을 하면서 최주환은 대타 요원으로 주로 나서야 했다. 

두산은 부상이 있는 오재원을 대신해 최주환을 선발 2루수로 출전하게 했고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뛰어난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는 4번 타자 김재환의 뒤를 잇게 했다.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선수들을 믿고 라인업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던 두산으로서는 처음 가동하는 라인업이었다. 무게감이 떨어지는 선발투수들의 대결임을 고려해 3차전에서 부진했던 팀 타선에 자극을 주는 일종의 플랜 B였다. 

결과적으로 두산의 최주환 선발 기용은 대성공이었다. 최주환은 4회 말 양 팀 통틀어 유일한 타점인 2점 홈런을 때려냈고 그 점수는 그대로 결승점이 되어 두산의 한국시리즈행을 이끌었다. 오재원이 정상 컨디션이었고 그가 선발 2루수로 출전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오재원이 경기 후반 2루수로 출전했음을 고려하면 최주환의 기용은 신의 한 수였다. 

두산의 성공적인 플랜 B는 마운드 운영에서도 빛났다. 두산은 1회 수비에서 선발 투수 유희관이 연속 3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리자 곧바로 교체하는 강수를 던졌다.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포스트시즌에서 첫 선발 등판한 유희관은 특유의 정교한 제구가 나오지 않았다. 전날 승리로 기세가 오른 KT 타선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유희관은 KT 테이블 세터 조용호, 황재균에 연속 안타를 허용했고 3번 타자 로하스에 펜스를 맞는 장타를 허용했다. 이 상황에서 KT 2루 주자 조용호가 판단 착오로 홈에서 아웃 당하면서 두산은 가까스로 실점을 막았다. 두산에게는 행운이었다. 조용호는 넓은 수비폭을 자랑하는 두산 중견수 정수빈이 로하스의 타구를 잡을 수도 있다는 판단을 했지만, 그 타구는 펜스를 직격했다. KT는 펜스를 때리는 2루타에서 2루 주자가 홈에서 아웃되는 불운 속에 선취 득점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KT는 1사 2, 3루의 득점 기회를 이어갔다. 여기서 두산은 유희관을 내리고 김민규를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렸다. 김민규는 KT 중심타자 유한준과 강백호를 범타와 삼진으로 처리하며 실점을 막았다. 선취 득점이 모두 승리로 이어졌던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KT는 1회 초 승기를 잡을 기회를 흘려보내고 말았다. KT는 1회 초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면 3차전 승리의 기세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미숙한 주루와 두산의 과감한 선발투수 교체에 말려들었다. 

두산은 선발 투수 유희관에 큰 미련을 가지지 않았다. 김민규의 1회 초 등판은 예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1회 초 위기를 넘긴 김민규는 5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하면서 사실상의 선발투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김민규의 호투는 두산이 승리로 가는 중요한 발판이 됐다. 두산이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불펜 카드로 큰 기대를 했었던 김민규는 결정적인 순간 빛을 발했다. 

야수진에 최주환, 마운드의 김민규 카드가 적중한 두산은 결과적으로 이들의 활약으로 승리로 가는 문을 열 수 있었다. KT 역시 선발 투수 배제성이 1회 말 무사 1, 3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극복하고 이후 기대 이상의 호투를 했다. KT는 배제성을 3회에 빠르게 교체하고 좌완 조현우를 마운드에 올린데 이어 1차전 선발 투수 소형준을 4회 말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리는 강수로 맞섰다. 2실점했지만, 두산 공격을 막아낸 KT의 마운드는 충분히 제 역할을 했다. 

물론, 실점 과정에 아쉬움이 있었다. 4회 말 KT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조현우는 2사 후 두산 김재환을 삼진 처리했지만, 포수 장성우가 그 투구를 놓치면서 김재환의 낫아웃 출루를 허용했다. 이후 조현우는 폭투로 1루 주자의 2루 진루를 허용했다. 이 상황에서 KT는 아껴두었던 필승 카드 소형준을 꺼내들었다. 1차전 등판 이후 다소 부족한 휴식이 부담이었지만, 내일이 없는 KT에게는 소형준 만한 불펜 카드가 없었다. 하지만 소형준은 불펜 등판의 어색함을 극복하지 못했고 결정적 홈런을 허용했다. 분리한 카운트에서 소형준은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가운에 몰린 공을 던졌고 타석에 최주환은 그 공을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으로 연결했다. 

만약, 김재환을 출루시키지 않았다면 폭투로 득점권에 주자를 두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실점이었다. 또한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1루가 비어있다면 최주환과 승부를 안 하는 방법도 있었다. 결과론이지만, 이런 세밀함에서 부족함이 있었던 KT는 너무나 아픈 실점을 하고 말았다. 이후 소형준은  6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4회 말 실점 장면이 더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아쉬움은 타선의 부진으로 더 깊어졌다. 3차전  회복 가능성을 보였던 팀 타선이 너무나 무기력했다. KT는 1회 초 3개의 안타를 때려낸 이후 두산의 불펜진을 상대로 2개의 안타를 추가하는데 그쳤다. 1회 초 이후 KT 타선은 득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는 이는 KT 타자들을 더 조급하게 했고 타선의 부진을 더 깊게 했다. 두산은 김민규, 이승진에 이어 7회부터 1차전 선발 플렉센은 마운드에 올려 지키기에 들어갔고 플렉센은 1차전 선발 등판에 이어 4차전에서 3이닝 무실점 호투로 철옹성의 모습을 보였다. 

두산과 KT 모두 1차전 선발 투수를 불펜 투수로 활용하는 과감함을 보였지만, 두산은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그 카드를 사용했다는 차이가 있었다. KT는 동점에서 실점을 막기 위한 소형준 카드가 실패하면서 경기를 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렇게 두산은 정규리그 2위 KT까지 넘어서며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관문을 통과했다.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 큰 경기에서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특히, 디테일에서 앞선 두산은 승부처를 넘는 능력에서 KT를 앞섰다. 

이제 두산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그들의 뜻하는 대로 4차전으로 시리즈를 끝내면서 일정 휴식시간도 생겼다. 경기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알칸타라, 플렉센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원투 펀치를 1, 2차전부터 가동할 수 있다는 점도 두산에게는 긍정적이다. 고척돔에서의 7전 4선승제 대결도 두산에게는 홈경기나 다름없다. 포스트시즌 상승세의 두산이 이 기세로 NC까지 넘어설 수 있을지 NC에게는 두산이 부담스러운 상대인 건 분명해 보인다.

사진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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