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스프링캠프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프로야구는 개막전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코로나 여파로 해외 훈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각 구단은 모두 국내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따뜻한 해외훈련에 익숙했던 선수들에게는 분명 낯선 환경이다. 어느 팀이 달라진 훈련 환경에 잘 적응할지도 중요한 변수다.
2021 시즌의 전망과 함께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이번 시즌 후 FA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올 시즌 후 프로야구 FA 시장에서 다수의 대형 선수가 나올 예정이다. 그들의 면모는 리그 판도를 바꿀 정도의 파급력이 있다.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인 박병호, 김현수, 손아섭 외에 박민우, 박건우, 황재균, 김재환, 박해진, 서건창 등 빅네임의 선수들의 FA 자격을 얻게 된다. 리그에서 귀한 포수 강민호, 최재훈, 장성우, 박동원도 예비 FA 후보들이다.
FA 시장에 대한 구단들의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지만, 영입을 고려할만한 선수들이 포함되어 있다. FA 등급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선수들의 이동 가능성도 커졌다. 아직 완료되지 않았지만, 이번 FA 시장에서도 전력 상승에 도움이 되는 FA 선수들에 대해서는 영입 경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여기에 올 시즌 프로야구에 뛰어든 신세계의 투자 가능성과 이번 FA 시장에서 선수 영입의 충분한 여력이 있음에도 참을성을 발휘한 한화 변수도 있다. 아직 시즌이 시작하지 않았지만, 이는 대상 선수들에게는 큰 동기부여 요인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롯데 손아섭은 가장 주목받을 수 있는 선수다. 1988년 생으로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나이지만,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타자라는 장점이 있다. 2010 시즌부터 손아섭은 2019 시즌을 제외하고 한 번도 3할 아래의 타율을 기록하지 않았다. 두자릿 수 홈런에 80타점이 가능하고 20개 이상의 도루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약점이 선구안도 최근 4할대의 출루율을 유지하면서 사라졌다. 우익수 수비에서도 강견의 어깨와 넓은 수비폭과 함께 안정감이 있다. 풍부한 경기 경험에 투지 넘치는 플레이 스타일은 팀 사기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다. 모범적인 선수 생활로 그동안 구설이 없었고 자기 관리가 뛰어나다. 어느 팀이던 탐나는 선수다.
손아섭은 2017 시즌 후 롯데와 FA 계약을 했다. 롯데는 손아섭에게 4년간 98억 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안겨주었다. 2007 시즌 입단한 이루 롯데에서 성장해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자리한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가치와 누적된 성적이 고려되었다. 아직 전성기를 유지할 수 있는 나이도 장점이었다. 여기에 함께 FA 자격을 얻었던 강민호의 삼성으로의 전격 이적도 손아섭에게 유리한 계약을 이끌어내는 요인이었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강민호의 이적으로 롯데는 또 다른 프랜차이즈 스타를 지켜야 했다. 타 구단의 관심도 커지는 상황에서 롯데는 계약 금액을 크게 올릴 수밖에 없었다. 마침 당시는 FA 시장의 최고의 활황기에 있었다. 여러 복합적인 상황이 손아섭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렇게 롯데에 남은 손아섭은 FA 계약의 이유를 증명했다. 2018 시즌 손아섭은 0.329의 타율에 26홈런, 93타점으로 활약했다. 20개의 도루에 출루율은 4할을 넘어섰다. 다방면에 걸칠 그의 활약은 성공적인 FA 계약의 예가 됐다. 하지만 2019 시즌 손아섭은 3할 타율에 미달하는 성적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홈런수는 10개로 급감했고 타점도 63타점으로 줄었다. 이 외에도 전반적인 타격 지표가 그의 평균 성적에 미달했다.
그 시즌은 공인구 반발력 조정으로 타자들이 어려움일 겪었다. 손아섭은 꾸준히 장타력을 증진시켜나갔다. 그 결과 타율과 장타력을 모두 잡을 수 있었다. 2019 시즌 공인구 반발력 조정은 큰 벽으로 다가왔다. 그 시즌 손아섭은 주장의 역할까지 더해졌다. 최하위로 추락한 팀 성적에 대한 부담이 더해졌다. 결국, 손아섭은 반등하지 못했고 주장 자리도 시즌 후반기 민병헌이 대신했다. 손아섭으로서는 긴 기간 유지했던 3할 타율도 지키지 못했고 그의 선수 이력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2020 시즌 손아섭은 반등에 성공하며 그의 클래스는 입증했다. 손아섭은 장타에 대한 부담을 덜고 정교함을 더했다. 손아섭은 0.352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시즌 막바지 타율왕 경쟁에서 밀리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2014 시즌 0.362의 타율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타율이었다. 여기에 4할을 넘기는 출루율과 85타점이 더해졌다. 홈런수는 11개였지만, 득점권에서 순도 높은 타격을 했다. 61개의 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삼진은 56개에 불과했다. 눈 야구가 한층 더 발전했다. 그러면서도 190개의 안타로 공격적인 타격을 하는 성향도 유지했다. 손아섭은 보다 완성형의 타자로 거듭난 2020 시즌이었다.
손아섭은 강한 2번 타자나 1번 타자로도 활용할 수 있고 중심 타선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타자였다. 어느 자리에서나 예측 가능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손아섭은 롯데 라인업의 유연성을 더해주었다. 2019 시즌의 아쉬움을 이겨내고 더 크게 반등했다는 점이 긍정적이었다.
2021 시즌 손아섭은 2020 시즌의 활약을 이어가려 하고 있다. 2021 시즌에도 2020 시즌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두 번째 FA 계약도 순풍이 불 수 있다.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4년간 98억 원의 초대형 계약은 무리가 있지만, 상당한 계약을 이끌어낼 수 있다. 손아섭은 그 어떤 타자보다 꾸준했고 부상 변수가 없었다. 다재다능한 능력도 있다. 이는 큰 장점이다.
다만, 선수로서의 커리어에서 팀 성적이 비례하지 않았다는 점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손아섭은 롯데가 성적과 흥행을 모두 잡았던 로이스터 감독 시절 입단해 팀의 황금기를 함께 하며 기량을 끌어올렸다. 로이스터 시대가 끝나고 롯데가 방향성을 잡지 못하던 시절을 거쳐 하위권 팀으로 전락하는 시간도 함께 했다. 로이스터 감독 시절 그는 신인급 선수였지만, 이제는 베테랑 선수가 됐다. 이 기간 손아섭은 그의 기량을 꽃피웠지만, 롯데는 점점 리그에서 위치가 쪼그라들었다. 팀 성적이 선수의 가치 평가에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충분히 참고할만한 요소라는 점에서 손아섭 스스로에게도 아쉬움이 있는 롯데의 최근 모습이다.
하지만 2020 시즌 롯데는 팀 개혁의 효과를 체감했고 반등의 가능성을 보였다. 손아섭도 달라진 팀에서 2019 시즌의 아쉬움을 털어내며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롯데는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 이상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지난 시즌은 과도기였다면 올 시즌은 성적을 내야 하는 시즌이기도 하다. 팀 레전드 이대호가 두 번째 FA 계약을 하면서 롯데의 우승을 개인적 목표로 천명했다는 점은 선수단에게 큰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손아섭 역시 팀 주축 선수로서 팀 성적에 대한 의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다면 강력한 동기부여 요소가 있다. 그 누구보다 롯데에 대한 애정이 크고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자부심이 강한 손아섭으로서는 올 시즌 팀 성적과 그의 성적을 모두 잡을 수 있다면 최고의 시즌이 될 수 있다.
2021 시즌 롯데에서 손아섭은 여전히 중요한 핵심 선수다. 민병헌이 뇌동맥류 수술로 상당 기간 치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새로운 주장 전준우와 함께 팀을 외야진의 주축을 이뤄야 한다. 타선에서는 테이블 세터, 중심 타선에서 활약해야 한다. 민병헌의 자리를 메울 젊은 선수들의 이끌어가야 하는 역할도 있다. 자신의 성적과 함께 팀 리더로서의 역할도 함께해야 하는 손아섭이다. 2019 시즌 주장으로서의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손아섭의 쌓아온 커리어의 깊이는 자신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충분히 이겨내기에 충분히다. 기량에서는 의심할 부분이 없는 손아섭이다. 이제 남은 건 그의 기량을 팀 성적과 연결하는 일이다. 손아섭이 이 미션까지 성공하며 FA 선수로서의 또 다른 가치는 창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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