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는 입단 이후 이름을 바꾼 개명 선수들이 눈에 많이 띈다. 보다 야구를 더 잘하기 위한 각오를 다지는 의미가 크다. 일부 선수들은 개명 후 기량이 크게 발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비율이 높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해마다 개명한 선수들의 이름이 보인다. 이는 야구에 대한 절실함이 반영될 결과라 할 수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팬들에게 알려진 개명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롯데의 1루수로 뛰어난 수비 능력을 보여주었던 좌타자 박종윤은 박승종에서 개명한 이름이고 주전 유격수로 오랜 기간 활약하다 퓨처스 코치가 된 문규현의 본래 이름은 문재화였다. 이들 외에도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로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자리한 손아섭의 입당 당시 이름은 손광민이었다.
그는 손아섭으로 개명 후 기량이 급성장했다. 손아섭의 성공 사례는 롯데 선수들의 개명을 더 활발하게 하는 요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후 롯데는 특급 대타로 큰 활약을 했던 박준서가 박남섭에서 이름을 개명했고 백업 외야수로 활약했던 황동채는 입단 당시 이름이 황성용이었다. 명품 외야 수비로 롯데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이우민은 이승화에서 개명했다.
이렇게 롯데 자이언츠의 개명 역사는 길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도 다수의 선수가 이 대열에 합류했다. 최근 개명한 선수들의 특징은 아직 팀에서 완벽하게 자리를 잡지 못한 젊은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올 시즌을 준비하는 스프링캠프에서 누구보다 절실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강동수에서 개명한 강로한은 한때 롯데 내야진의 세대교체를 이룰 선수로 주목받았지만, 더 성장하지 못했다. 우투, 좌타의 장점에 빠른 발과 타격 감각도 갖추고 있다. 2019 시즌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시즌에서 강로한은 104경기에 출전하며 주전 도약의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시즌 20개의 실책을 기록할 만큼 내야수로서 수비가 불안했다. 의욕은 넘쳤지만, 안정감이 떨어졌다. 타격에서도 한때 돌풍을 일으켰지만, 약점이 노출되면서 한계를 보였다. 2020 시즌 강로한은 외야 전환을 모색했다. 내야와 외야를 겸하면서 출전 기회를 더 잡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런 노력에도 강로한은 1군에서 19경기 출전에 그쳤다. 외야 수비는 큰 문제를 보이지 않았지만, 1할대 타율이 문제였다. 타격 능력을 살리기 위한 외야 전환 효과가 무색했다.
2021 시즌 강로한은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외야수로 포함됐다. 그의 가능성을 롯데는 인정하고 있다. 마침 주전 외야수 민병헌이 뇌동맥류 수술로 올 시즌 출전이 불투명해지면서 그 자리를 놓고 주전 경쟁이 치열하다. 강로한도 후보군에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 큰 활약을 했던 베테랑 정훈이 입지가 단단하고 백업 외야수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했던 김재유가 있다. 트레이드와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추재현, 최민재 등의 유망주들도 만만치 않다. 강로한과 같이 내야에서 외야로 전환한 신용수는 지난 시즌 퓨처스 리그에서 그보다 뛰어난 타격 능력을 보여주었다. 강로한으로서는 1군 엔트리 진입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강로한과 함께 1군 스프링 캠프에 합류한 지시완과 강태율도 개명 선수다. 이들은 포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현재 이들은 지난 시즌 1군 포수진을 책임졌던 김준태, 정보근과 함께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올 시즌 후반기에는 경험 많은 포수 안중열이 상무에서 제대하면서 경쟁 군에 합류한다.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는 않았지만, 1차 지명 신인 포수 손성빈 역시 잠재적 경쟁자다.
지시완은 지난 시즌까지 지성준이라는 이름으로 엔트리에 있었다. 그는 롯데가 포수진 강화를 위해 야심 차게 영입한 선수로 큰 주목을 받았다. 롯데는 지성준 영입을 위해 선발 투수 장시환을 트레이드 카드로 내놓았고 2차 드래프트에서도 트레이드 상대인 한화를 고려한 선택을 했다. 지성준은 20대 젊은 포수로 롯데 포수진에 부족한 공격력을 갖추고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한화 시절 그는 주전 포수 최재훈의 백업 포수로 경험을 쌓았고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질 롯데에서 더 큰 발전이 기대됐다. 강민호 이후 주전 포수 자리가 불안했던 롯데는 지성준이 포수진의 현재와 미래를 밝게 해줄 선수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2020 시즌 개막 엔트리에서 지성준은 탈락하면서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개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뛰어난 타격감을 선보였던 그의 2군행은 큰 충격이었다. 롯데는 그의 수비가 1군에서 뛰기에는 부족하는 설명을 했다. 이를 두고 롯데 팬들은 아쉬움이 컸다. 그의 영입을 주도한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의 의견 대립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도 많았다.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 지성준은 2군에서도 공수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1군에서 몇 경기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그뿐이었다. 기약 없는 2군 생활이 이어지는 과정에 지성준은 사생활 문제가 불거지며 리그와 팀 징계를 받았다. 그렇게 그의 시즌은 마무리됐다.
2021 시즌을 준비하면서 그는 지성준에서 지시완으로 개명했다. 실망스러웠던 2020 시즌의 기억을 지우고 새 출발 하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지난 시즌 징계가 남아있고 당장 1군 경기에 나설 수 없다. 경쟁구도도 한층 복잡하고 치열해졌다. 그의 존재감을 더 확실히 보여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는 그를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시키면서 전력에 포함했다. 지시완이 기대했던 기량을 보여준다면 다시 중용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기량과 함께 인격적으로 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공격력을 갖춘 포수로서 그의 가치는 여전하다.
또 다른 개명 선수 강태율은 입단 당시 강동관으로 엔트리에 등록됐다. 그는 2015 시즌 1차 지명 선수로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기량이 발전이 정체되면서 1군에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강민호 이후 주전 포수를 놓고 내부 경쟁이 있었지만, 그의 이름을 없었다. 2017 시즌 이후 그는 현역으로 입대를 하면서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제대 후에도 1군 출전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2020 시즌 후반기 강태율로 개명한 그는 1군에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긴 2군 생활의 설움을 날리려는 듯 강태율은 타격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프로 데뷔 첫 안타와 홈런, 타점과 득점도 기록했다. 잊혀갔던 그의 존재감도 되살아났다. 무엇보다 타격에서 재능을 보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포수 타순에서 항상 고민이 이었던 롯데로서는 강태율의 이름을 눈여볼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후반기 활약으로 강태율은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쟁이 치열하지만, 이것만으로도 그에게는 큰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지나 시즌의 상승세가 이어갈 수 있을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이 밖에 지난 시즌 팀 최고 유망주 포수에서 투수로 변신한 나균안도 개명 선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는 나종덕이라는 이름으로 2017 시즌 2차 1라운드에 지명됐다. 그는 팀의 미래를 책임질 포수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큰 기대를 모았다. 입단 이후 얼마 안 가 주전 포수 기회를 잡기도 했다. 롯데와 팬들은 그가 고졸 선수로 입단해 롯데는 물론이고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로 성장한 강민호의 스토리를 재현할 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런 큰 기대가 부담이 되었는지 나종덕은 공수에서 기량을 발전시키지 못했다. 특히, 1할대 타율이 문제였다. 높은 기대에 비례해 정체된 기량에 대한 팬들의 실망감은 그를 더 움츠리게 했다.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나종덕은 포수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 있었다. 2020 시즌을 앞두고 나종덕은 1군 엔트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긴 재활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그 사이 1군 포수 자리는 김준태와 정보근이 자리를 잡았다. 나종덕은 재활을 지속하며 복귀를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투수로서 또 다른 재능을 확인했다. 시즌 중 나종덕은 투수로의 전환을 선택했다.
그와 동시에 그는 나균안으로 개명했다. 투수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열어가려는 강한 의지가 보이는 일었다. 나균안은 투수 경험이 없음에도 지난 시즌 퓨처스 리그에서 인상적인 투구 내용을 보였다. 투수로서 본격적으로 나서는 올 시즌 더 발전될 가능성도 크다. 아직 20대의 젊은 나이와 강한 어깨도 장점이다.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없지만, 1군 마운드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올라올 수 있는 후보군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투수로서 완벽하게 자리를 잡는 일이 급선무다.
이렇게 롯데의 개명 선수들은 스프링 캠프에서 치열한 내부 경쟁을 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손아섭의 성공사례가 자신들에게도 찾아오길 소망하고 있다. 물론, 개명 효과가 모두에게 찾아오기는 어렵다. 하지만 개명 선수들은 모두 롯데에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고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다.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은 갖추고 있다. 최근 롯데의 강력한 리빌딩 기조도 이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들 중 누가 1군에 엔트리에 남아 활약을 하고 새로운 이름을 알리게 될지 롯데 팬들에게는 큰 관심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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