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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서 기량이 급격히 떨어진 이후 반등하는 일은 매울 어렵다. 몇몇 선수들이 그런 사례를 만들기도 하지만, 확률은 극히 떨어진다. 특히, 투수들은 그 가능성이 더 떨어진다. 과거 리그를 대표하던 투수 등 중에도 부상과 부진으로 그 페이스를 잃으면 재기하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자신의 몸 전체는 사용해야 하는 투수들에게 운동능력 저하는 더 치명적이다. 하지만 선수는 쉽게 포기할 수 없다. 과거의 모습을 되찾고 싶은 마음을 쉽게 접을 수 없다. 대부분의 현실은 의지가 다르다. 

두산의 베테랑 좌완 투수 장원준은 부활을 위한 3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2004 시즌 롯데에서 프로 데뷔 한 장원준은 꾸준히 기량을 발전시켜 2008 시즌부터 2017 시즌까지 선발 투수로 매 시즌 10승 이상을 기록했고 많은 이닝을 소화해 주는 이닝이터로서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장원준은 2014 시즌 이후 FA 자격을 얻었고 두산과 FA 계약을 하며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당시 장원준은 롯데 잔류 가능성이 컸고 롯데 역시 대형 계약을 제시했다. 장원준은 또 다른 이면 계약이 있다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롯데보다 더 낮은 수준의 계약으로 두산행을 택했다. 롯데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잃으며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FA 시장에서 외부 영입에 소극적이었던 두산은 예상을 깨고 그를 영입해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두산과 장원준의 만남은 성공적이었다. 계약 당시 두산은 꾸준한 선발 로테이션을 책임지며 많은 이닝을 책임질 선발투수가 절실했다. 장원준은 두산의 기대에 딱 맞는 투수였다. 넓은 잠실 홈구장과 두산 야수진의 리그 정상급 수비도 장원준에게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2015 시즌 장원준은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그 존재감을 높였다. 이후 2016 시즌 15승, 2017 시즌 14승으로 선수 이력의 정점을 찍었다.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도 함께 할 수 있었다. 이는 그가 정들었던 롯데를 떠나 두산으로 온 이유를 보여주는 일이었다.

장원준은 구위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유형은 아니지만,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있어 타자들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였다. 프로 입단 초기에는 기복이 심한 투수였지만, 경력이 쌓이면서 안정감이 더해졌다. 부드러운 투구폼은 꾸준함과 부상을 방지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런 이유로 또 한 번의 FA 계약 전망도 밝아 보였다. FA 계약 4년 차인 2018 시즌 이후가 기대됐던 장원준이었다.

하지만 2018 시즌 장원준은 믿기 힘든 부진을 보였다. 장원준은 3승 7패, 방어율 9.92를 기록했다. 두산은 그의 컨디션 회복을 위해 조정 기간을 거치기도 했지만, 장원준은 이전에 알던 장원준이 아니었다. 그의 부진을 두고 그동안 누적된 피로가 원인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장원준은 거의 매 시즌 160이닝 이상을 투구했다. 그 중간에 포스트시즌에 나서기도 했고 국제경기에서 국가대표로도 나섰다. 그 기간 그는 부상이 없었지만, 그의 몸은 점점 소모되고 있었다. 매 시즌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에서 그는 비중 있는 선발투수로 압박감이 큰 경기를 많이 치렀다. 

2018 시즌 장원준은 그 피로가 일시에 폭발했다. 그동안 없었던 부상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두 번째 FA 시즌을 앞둔 시점의 부진으로 그는 FA 자격을 행사할 수 없었다. 장원준은 기량을 회복 후 다시 가치를 인정받고자 했지만, 2019 시즌과 2020 시즌 장원준의 모습을 1군에서 보기 힘들었다. 두산은 그의 부활을 기대하며 재활을 위한 시간을 주었지만, 1군에 올라온 장원준의 투구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구위는 떨어졌고 그의 또 다른 장점인 경기 운영 능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계속된 부상도 발목을 잡았다. 그 사이 두산의 선발 마운드는 새 얼굴로 채워졌다. 장원준이 들어올 자리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2020 시즌 후 두산과의 작별을 예상할 수 있었다.

두산은 장원준의 부활 가능성을 완전히 버리지 않았다. 장원준은 2021 시즌을 위한 스프링캠프에 이름을 올렸다. 부상 재활이 아닌 온전한 몸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두산은 건강한 장원준에 아직 기대를 하고 있다. 장원준이 예전 기량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다 해도 일정 기량만 회복한다면 마운드의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다.

올 시즌 두산은 FA 계약으로 타 팀으로 이적한 오재일, 최주환의 공백으로 공격력에서 부족함이 있다. 두산의 두꺼운 선수층으로 이들의 공백을 메울 가능성도 남아있지만, 두 선수의 40홈런, 150타점을 모두 메우기는 무리가 있다. 결국, 마운드에 대한 비중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두산은 지난 시즌 팀 선발 마운드의 주축이었던 알칸타라, 플렉센 두 외국인 원투 펀치로 잃었다. 새롭게 영입한 투수들도 수준급이지만, 기량은 뚜껑을 얼어봐야 한다. 검증된 국내파 투수들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두산은 지난 시즌 부진했지만 2019 시즌 17승의 이영하라는 영건이 있고 지난 시즌 새롭게 발견된 김민규라는 또 다른 영건이 있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홍건희, 이승진은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파이어볼러도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활약이 가능하다. 지난 시즌 10승 투수로 발돋움한 최원준도 든든한 선발 투수 자원이다. 아직 FA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지만, 베테랑 유희관과 이용찬도 검증된 투수 자원이다. 국내 투수진의 상황은 질적으로 양적으로 리그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장원준이 부활한다면 두산 마운드는 한층 더 강화된다. 

물론, 장원준의 부활을 확신하긴 아직 이르다. 수년간의 부진을 단번에 극복하는 건 만화와 같은 일이다. 경기 감각도 떨어져 있고 부상 재발의 위험도 여전하다. 구위를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다. 당장 내부 경쟁도 치열하다. 두산은 두 외국인 투수에 이영하, 최원준, 김민규에 불펜에서 선발 투수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함덕주, 잔류가 유력한 내부 FA 유희관까지 선발 투수진이 풍부하다. 장원준이 이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불펜진 역시 새로운 마무리로 유력한 이승진에 선발과 불펜을 오갈 수 있는 홍건희, 사이드암 박치국, 김강률까지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이 즐비하다. 장원준이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두산은 장원준을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넣었다. 그 어느 팀보다 선수단 운영에서 냉정함을 보이는 두산임을 고려하면 장원준을 단순히 예우 차원에서 포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장원준은 팀 마운드에서 히든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라면 은퇴를 고려할 수 있는 상황에도 3번째 부활 가능성을 노크하고 있는 장원준의 의지도 아직 강하다. 구단과 장원준의 서로에 대한 신뢰는 아직 견고하다. 

장원준은 리그 최고 수준의 좌완 선발 투수였지만, 자신보다 늦게 프로에 데뷔한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좌완 투수들의 그늘에서 다소 밀려나 있었다. 이들 3인은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병역 면제의 혜택도 받았지만, 장원준은 이들에 밀리며 중요한 시가 국가대표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장원준은 경찰청 야구단에서 2시즌을 뛰며 병역 의무를 다했다. 그만큼 공백기가 있었다. 류현진,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양현종은 거액의 FA 계약을 포기하고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장원준은 이런 후배들의 모습에 그는 의기소침할 수 있지만, 재기를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스포트라이트에서는 멀어져 있지만, 장원준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장원준은 과거의 기억을 뒤로하고 1군 엔트리 진입이라는 목표를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장원준이 명예로운 선수 생활 마무리를 위한 마지막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두산 베어스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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