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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프로야구에서 중요한 흐름은 단장의 권한 확대다. 메이저리그 시스템이 보편화되는 상황에서 이는 구단 내에서 프런트 역할이 커지는 걸 의미한다. 실제 각 구단의 구단 운영에서 단장은 의사결정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선수단 구성이나 트레이드, FA 선수 영입과 외국인 선수 영입 등에 있어 단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와 같은 감독이 구단 운영의 전반에 관여하는 일은 줄어들었다. 이제 감독은 주어진 여건과 선수단 구성을 바탕으로 경기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역할이 변하고 있다. 

이에 감독 선임에 있어 선수 경력은 크게 고려되지 않고 있다. 프런트 출신들도 과감히 기용되고 있고 감독의 연령대도 크게 낮아지는 추세다. 이제 프로야구 감독은 각종 데이터와 과학적 분석이 대세가 된 프로야구 흐름을 읽어야 하고 이전보다 줄어든 권한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내야 하는 위치가 됐다.

다만 성적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감독이 모두 져야 하는 현실에는 볼멘 목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감독들의 고충이 있다. 이는 감독들이 구단 운영에 있어 보다 영향력을 발휘하고 자신의 색깔을 더하고 싶은 마음을 버릴 수 없게 하는 요인일 수 있다. 필연적으로 단장과 감독의 긴장관계가 조성될 수 있고 이는 갈등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항상 남겨주고 있다.

지난 시즌부터 롯데는 단장과 감독의 갈등설이 수시로 보도되고 팬들의 커뮤니티에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도 그와 관련한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 허문회 롯데 감독은 갈등에 대해 일부 인정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성민규 단장도 그 부분을 완벽하게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2019 시즌 롯데가 최악의 부진 속에 최하위를 기록한 구단의 개혁 과정에서 영입된 인사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성민규 단장은 30대 젊은 단장으로 프로야구 선수 경력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파격 인사로 평가받았다. 그런 성민규 단장이 영입한 인사가 허문회 감독이다. 허문회 감독은 초보 감독으로 그가 코치로 있었던 키움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프런트 중심 야구를 체험했었다. 최근 프로야구 흐름을 잘 알고 있을 거라는 예상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둘의 조합은 원활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성민규 단장은 롯데에 부임한 이후 과감한 트레이드와 선수단 개편을 이끌면서 이슈의 중심에 자주 섰다. 그에 대한 반신반의했던 롯데 팬들 역시 긍정적인 반응이다. 2020 시즌 롯데는 정규리그 7위에 그치긴 했지만, 한결 나아진 경기력을 보였고 고비용 저효율 팀의 이미지를 상당 부분 사라지게 했다. 2021 시즌 롯데는 선수단의 세대교체를 보다 가속화하고 있다. 내부 선수 육성의 성과도 서서히 보이고 있다. 라인업에 젊은 선수들의 상당 부분 포함됐고 2군에서 1군을 대체할 수 있는 자원도 눈에 보인다. 이대호와의 FA 협상도 무난히 완료되면서 팀 케미를 유지하는 데 긍정 효과를 더했다. 

이런 변화 속에 롯데는 포스트시즌에 대한 희망을 키우며 시즌을 시작했지만, 경기 내용은 들쑥날쑥하다. 타선은 폭발적이지만, 마운드가 부진하다. 아직 시즌 10경기도 하지 않았지만, 아쉬운 패배의 장면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에 팬들의 허문회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시즌에도 허문회 감독은 선수 기용이나 작전, 경기 운영에서 팬들의 원성을 자주 들었다. 초보 감독이고 롯데가 과도기에 있다는 점이 있다 하지만, 시즌 중요한 고비에서 감독의 역량에서 아쉬운 모습이 있었다. 

2021 시즌 허문회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전력을 다하는 전략으로 경기 운영을 하고 있다. 시범경기 선수들의 페이스를 빠르게 끌어올리며 시즌을 준비했고 타격에서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마운드는 아직 불안하다. 많은 피홈런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 투구 교체나 승부처에서 작전에서 승부 흐름을 놓치는 장면도 있었다. 잘해도 비난을 받고 못해도 비난을 받는 게 감독의 숙명이긴 하지만, 허문회 감독에 대한 비난 강도는 매우 크다. 

그 과정에서 특정 선수의 기용을 놓고 불편한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시즌 트레이드로 영입한 포수 지시완이 그 중심에 있다. 지난 시즌 지성준에서 금년 지시완으로 개명한 지시완은 롯데가 야심 차게 영입한 선수였다. 강민호 이후 포수 부분에 있어 고질적인 약점이 있는 롯데는 지속적으로 포수 보강을 시도했다.

롯데는 나균안, 나원탁 두 젊은 포수에 먼저 기대를 했지만, 그들은 금세 한계를 드러냈다. 이후 김준태, 정보근 등 내부 자원으로 포수 강화를 시도했지만, 타 구단에 비해 공. 수에서 기량이 떨어지는 건 피할 수 없었다. FA 시장에서 수준급 포수 김태군, 이지영의 영입도 고려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았다. 이후 롯데는 한화와의 트레이드로 지시완을 영입했다. 그 반대급부로 롯데는 2019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던 투수 장시환을 내줬다. 여기에 더해 그해 있었던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를 배려한 선수 지명까지 했다. 지시완 영입을 위한 작업이었다. 

이렇게 영입된 지시완은 롯데 팬들에게 큰 기대를 받았다. 한화에서 지시완은 출전 경기 수를 늘려가는 중이었고 타격에서도 재능을 보였다. 아직 20대의 젊은 포수로 향후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했다. 포수 부분이 약한 롯데에서 당장 주전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컸다. 무엇보다 지시완은 공격력을 갖춘 포수라는 점에서 1할대를 맴돌았던 포수 부분 타격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지시완은 시범경기 뛰어난 타격감에도 개막전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대신 롯데는 김준태, 정보근 체제로 시즌을 치렀다. 이후 그는 1군에서 몇 경기 출전 이후 다시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허문회 감독의 결정이었다. 시즌 중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었지만, 이를 두고 아쉬움이 목소리가 컸다. 김준태가 공. 수에서 기량발전을 보이면서 포수 부분의 고민을 덜어주긴 했지만, 타 팀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함이 있었던 점에서 선발투수까지 내주며 영입한 지시완의 전력 배제는 의아함을 가져다주는 일이었다.

롯데 코치진은 그의 수비 부분에 대한 문제를 표면적인 이유로 들었지만, 지시완은 한화 시절 수비에서 큰 약점을 노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단장이 주도한 지시완 영입에 대해 감독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실제 대부분 팀들은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에 대해 우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보통이다. 팀에 필요한 선수이기 때문에 영입한 선수를 전력 외로 둔다는 건 트레이드의 명분을 스스로 져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시완은 2020 시즌 대부분을 2군에 머물렀다. 여기에 더해 사생활 문제까지 겹치면서 그는 출전 정지의 징계까지 더해졌다. 롯데는 지시완 트레이드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 

2021 시즌 지시완은 개명까지 하며 의지를 다졌다. 지시완은 김준태, 강태율, 정보근과 함께 포수 부분 경쟁을 했고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데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주전 자리는 김준태가 차지했고 지사완은 강태율에 이어 제3의 포수로 1군에 머물렀다. 보통 포수 2명으로 1군 엔트리를 가져가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언제든 2군으로 내려갈 수 있는 불안정한 위치의 지시완이다. 지시완으로서는 한정된 기회에서 존재감을 보여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4월 6일 NC전에서 지시완은 대타로 출전해 결정적인 적시 안타로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에게는 보다 많은 출전 기회를 기대할 수 있는 결과였지만, 그는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교체에서 그는 후 순위였고 대타 출전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지시완은 장타력 있는 우타자로 상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타자지만, 그가 생각나는 순간에서 선택받지 못했다.

지시완은 올 시즌 2번의 타석에만 설 수 있었고 포수 출전 시간도 극히 제한적이었다. 결정적으로 4월 11일 키움전에서 대부분의 엔트리를 소진한 연장전 상황에서 지시완의 대타 출전 가능성이 있었지만, 끝내 부름을 받지 못했다. 이를 두고 롯데 팬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상대적으로 타격 능력이 뛰어난 지시완을 기용하지 않았던 허문회 감독의 결정이 원인이었다. 마침 그 경기는 롯데가 우세한 흐름에도 연장 접전 끝에 역전패했다. 그 과정에서 감독의 작전과 전략에 있어 아쉬움을 있었다. 

팬들은 감독에 대한 불만을 지시완 기용 문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가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담은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마침 그와 포수 부분에서 경쟁 중인 김준태와 강태율은 올 시즌 공. 수에서 인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김준태는 도루 저지에 약점을 노출하며 다수의 도루를 허용하고 있다.김준태는 타격에서도 1할대 빈타에 허덕이고 있다.

롯데는 그의 투수 리드와  포수 능력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지만, 롯데의 팀 방어율은 리그 최하위다. 포수 부분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단 롯데 코치진은 김준태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 강태율과 지시완은 포수의 대안이 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시완은 포수로서 그 활용도가 극히 낮다. 포수 엔트리를 3명 가동하는 이유에는 지시완의 타격 능력이 고려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은 그에게 결기 출전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고 주전 선수에 대한 믿음 가지는 건 나쁜 일은 아니지만, 의도적으로 특정 선수를 배제한다는 오해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여전히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성민규 단장과의 관계가 대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후 선수단 개편과 선수 트레이드 등에서 성민규 단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하면서 허문회 감독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배경이 지시완을 둘러싼 갈등설을 더 키우고 있다. 

 



물론, 이 문제는 미디어나 팬들을 통해 필요 이상으로 증폭되는 부분도 있다. 어느 조직에서나 내부의 갈등은 존재하고 의견 대립은 생길 수 있다. 다만, 그 문제가 외부로 쉽게 노출되는 건 곤란하다. 갈등이 있다면 상호 소통을 하고 해법을 찾는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모습은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애꿎은 선수만 중간에서 곤란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의도적으로 선수의 기회를 제한하는 것도 문제지만, 여론에 밀려 감독의 의지와 상관없이 선수를 기용하는 것도 문제다. 

현재 롯데 단장과 감독의 갈등 설은 언론과 일부 팬들에 의해 더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단장의 SNS 계정이 활성화되지 않는 일까지 일어났다. 양측에서 입장을 정확히 내놓지 않으면서 억측이 더 쏟아지고 있다. 롯데는 이제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우선 단장과 감독의 권한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각자의 영역을 지켜줄 필요가 있다. 

선수단 구성은 이제 단장의 권한이다. 그 선수단을 가지고 경기를 하는 건 감독이 몫이다. 선수 기용에 대해서는 부당한 편견이 있어서는 안되지만 감독의 권한을 인정해 주는 게 원칙이다. 감독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된다. 감독에 대해서는 경기 내용과 결과로 평가하면 된다. 누구를 기용하고 안 하고 가 평가의 절대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협적인 문제로 감독을 흔들고 단장을 비난하는 건 팀을 진정으로 위하는 이들이라면 지양해야 할 일이다. 지금은 선수단이 힘을 하나로 모으고 팬들은 이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게 우선이다.

아울러 팀 문제는 상호 존중과 소통으로 합의를 이끌어내고 정해진 방향으로 나아가는 민주적 의사결정과 이에 필요한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외부에 입김에 흔들리거나 오해를 살만한 일을 자초할 필요도 없다. 구단 역시 프로구단 다운 대응으로 상황이 왜곡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 프로야구단이 알력 다툼이 이어지는 정치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논란을 잠재우는 건 더 많은 승리와 더 나은 성적이다. 구단 내 갈등은 팀이 어려운 시기 더 불거지는 경향이 있다. 롯데는 4월 13일 주중 3연전 첫 경기에서 선발 투수 박세웅의 6이닝 2피안타 2사사구 8탈삼진의 무실점 완벽투와 장단 12안타를 적절히 집중하며 8 : 0으로 대승했다. 선수들의 경기 집중력도 돋보였다. 기분 좋은 한 주의 시작이었다. 단장과 감독의 갈등설이 보도되는 시점에서 의미 있는 승리였다. 지금 롯데는 더 많은 승리를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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