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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 속에 이루어졌던 2022 시즌 신인 1차 지명이 사실상 완료됐다. 이번 신인 지명은 연고지 우선 지명의 마지막 해라는 점에서 그 상징성이 크고 뛰어난 신인들이 많았다. 특히, KIA의 선택은 가장 주목받는 구단이었다. KIA는 그들의 연고지에서 투. 타 1순위 후보가 될만한 신인이 동시에 나왔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KIA는 단 1명 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연고지 우선 지명 결정일, KIA는 다재다능한 내야수 김도영을 선택했다. 그와 함께 1순위 후보에 있었던 투구 문동주는 한화에 지명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프로야구는 전년도 순위 하위 3개 팀에 대해 1차 지명에서 연고지 외 전국 지명권을 부여했다. 전력의 불균형을 막고 서울에 편중된 우수한 자원을 특정 팀들이 독점하는 폐단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지난 시즌 롯데는 이 제도를 활용해 서울 연고의 손성빈, 나승엽까지 재능 있는 신인들을 영입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한화가 그 혜택을 받게 됐다. 

한화 지명이 유력한 문동주는 고교에서 이미 150킬로를 훌쩍 넘기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다. 여기에 변화구 구사 능력과 제구력도 갖추고 있다. 당장 프로에 들어와도 1군 전력에서 활용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문동주였다. 신인 지명에 있어 투수 선호도가 큰 현실에서 그는 가장 주목받는 투수 자원이었다. 한화는 문동주 영입을 통해 마운드의 높이를 확실히 높임과 동시에 미래 에이스 후보를 추가 가할 가능성이 크다. 

KIA 역시 이점을 모를 리 없었다. 150킬로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문동주는 매력적인 투수였다. 하지만 KIA는 고교 2학년 때부터 주목하던 김도영의 재능에 주목했다. 김도영은 고교 무대에서 최고의 야수였다. 김도영은 유격수로 야구에서 가장 이상적인 선수 유형인 5툴 플레이어였다. 최근 리그에서 귀한 우타자다. 장타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파워, 도루 능력을 갖춘 스피드, 공을 맞히는 콘택트 능력, 안정된 수비 능력, 수비의 안정감을 더해주는 강한 어깨까지 김도영은 다재다능한 선수로 평가받았다. 그를 제2의 이종범이라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종범은 KIA는 물론이고 리그를 대표하는 레전드였다. 프로 입단 직후부터 최고 유격수로 자리한 이종범은 타격에서도 리그 최고 타자였다. 이종범은 입단 2년 차였던 1994 시즌 0.393의 타율에 84도루를 기록하며 호타 준족의 면모를 과시했다. 84도루는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는 기록이다. 당시 이종범이 도루를 조금 줄이고 관리를 했다면 4할 타율도 가능했다는 말도 있었다.

이후 이종범은 최고 타자이자 유격수였다. 이종범은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상대하기 힘든 타자였고 출루 후에는 까다로운 주자였다. 그의 활약은 리그를 벗어나 일본 리그 진출로 이어졌다. 아쉽게도 불의의 부상으로 그 도전이 일찍 끝나고 말았지만, 이종범은 이후 외야수로 변신하며 꾸준한 활약을 했다. KIA의 전신 해태의 우승 청부사이기도 했고 일본 리그에서 돌아온 이후 KIA 타이거즈에서 팀의 10번째 우승을 함께 하기도 했다. 팀과 리그의 역사와 함께 하는 이종범과 비견될 정도라면 그의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KIA의 선택은 당연한 일로 보이지만, 150킬로 이상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문동주의 급부상이 변수로 떠올랐다. 여전히 투수에 대한 선호도가 큰 리그 현실에서 문동주는 탐나는 자원이었다. 그가 그의 재능을 발휘해 리그를 주름잡는 투수가 된다면 그 아쉬움은 더 클 수 있었다. 

KIA는 팀 상황을 고려했다. KIA는 상대적으로 야수 자원이 부족하다. 최근 KIA는 수년간 허약한 타선으로 고민이 있었다. 그동안 재능 있는 젊은 야수들을 육성했지만, 그 성과가 크지 않았다. KIA의 중심 타자는 30대 후반의 최형우다. 그의 포지션도 지명 타자로 한정적이다. 그와 함께 중심 타선을 구성하고 있는 나지완은 기량 저하가 뚜렷하다.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교타자인 김선빈은 여전히 정교한 타격을 하고 있지만, 부상이 잦다. 타선의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타자의 활약이 절실하지만, 지난 시즌 큰 활약을 했던 터커는 올 시즌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KIA 타선을 이끄는 선수는 김선빈과 최근 기량이 급성장한 최원준 정도다. 최형우는 시즌 초반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다 최근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전반적으로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진다.

이에 KIA는 지난 시즌 귀한 투수 자원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야수진을 보강하기도 했다. 그 결과로 영입한 김태진과 류지혁이다. 김태진은 올 시즌 주전 3루수 겸 3번 타자로 자리를 잡았지만, 임팩트가 강한 건 아니다. 류지혁은 다재다능함을 갖춘 선수지만, 햄스트링 부상으로 경기 출전수가 제한적이다. 타격에서도 팀 타선의 분위기를 바꿀 정도의 파괴력은 아니다. 

KIA로서는 팀 타선에 새 바람을 몰고 올 선수가 절실했다. 제2의 이종범이라 불리는 김도영은 KIA의 바람에 부합하는 선수다. 이종범과 같은 유격수가 주 포지션이라는 점에서 내야진의 공격력 강화가 기대된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내야진의 상황을 고려하면 외야수 전환도 고려할 수 있다. 올 시즌 후 공수에서 큰 역량을 발휘했던 최원준이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입대를 할 수 있다. 최원준은 내야수로 입단했지만, 외야로 전환한 이후 타격에서 큰 발전을 보였다. 김도영의 타격 재능을 더 살리기 위해 외야수로 시즌을 준비할 수도 있다. 

이런 야수진 상황과 함께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마운드 상황도 김도영 선택이 일정 영향을 줬다. KIA는 국가대표로서도 큰 활약을 했던 이의리라는 신인 투수가 있다. 임기영이 선발 투수로서 자리를 확고히 했다. 5선발 자원도 다수 있다. 올 시즌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외국인 투수 2자리만 잘 채워진다면 선발 마운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불펜진은 영건 정해영이 마무리 투수로 자리를 잡았고 다양한 불펜 자원이 있다. 부상자들만 정상적으로 복귀한다면 리그 상위권의 불펜진이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지만, 고전하고 있는 좌완 에이스 양현종의 내년 시즌 KBO 리그 복귀 가능성도 크다. 

물론, 150킬로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 정통파 문동주와 이미 기량을 입증한 좌완 정통파 이의리 두 영건이 원투 펀치를 구성하는 그림도 아름답지만, KIA는 그 조합을 포기했다. 대신 144경기에서 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재능을 선택했다. 신인 2차 드래프트에 여전히 다수의 투수 자원이 남아있고 내년 시즌에도 수준급 투수들이 많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KIA는 투수 육성에도 강점이 있다. 

KIA의 선택으로 한화는 큰 행운을 잡았다. 한화는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문동주를 지명할 가능성이 크다. 문동주는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활용 가능하다. 문동주는 한화 리빌딩에 주축이 될 수 있다. 문동주가 연고지 팀에 대한 애착이 강했고 강한 실망감을 가질 수 있지만, 한화는 큰 계약금으로 그 실망감을 대신해 줄 것으로 보인다. 역대로 지명 순위에 관계없이 투수들에 대한 계약금을 야수들 보다 높았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KIA 선택에 평가를 하기는 이르다. 김도영이 제2의 이종범 다운 활약을 한다면 문동주에 대한 아쉬움을 떨쳐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두고두고 회자될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문동주가 프로에서 어떤 활약을 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강속구 투수들은 프로에서 대체로 고전했다. 올 시즌 가장 큰 주목을 받아던 신인 투수 장재영은 150킬로 후반의 강속구를 던지지만, 불안한 제구로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잠재력이 모두 실력이 되는 건 아니다. 소속팀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큰 주목을 받았던 선택의 주인공이 된 선수인 만큼 기쁘기도 하겠지만, 그에 상응하는 부담감도 함께 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큰 관심과 함께 지속적으로 비교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선수에게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스타성이 있는 선수라면 그런 관심을 실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 과거 이종범이 그랬다. KIA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기도 하다. 

과거 신인 지명과 관련해 류현진의 사례는 지금도 야구팬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선택이었다. 당시 류현진은 고교시절 기량을 인정받았지만, 팔꿈치 수술로 재활에 대한 의문부호가 있었다. 이에 그를 지명할 수 있었던 연고지 팀 SK와이번스는 류현진 대신 포수 이재원을 지명했다. 2차 신인 지명에서 롯데는 1순위로 류현진을 지명할 수 있었지만, 그의 부상 이력에 다른 선택을 했다. 한화는 예상치 않게 류현진을 지명할 수 있었다. 

그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다. 류현진은 리그 최고의 좌완 선발 투수로 국제경기에서도 큰 활약을 했고 한화에 큰 포스팅 금액을 안기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지금도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선발 투수다. 이를 두고 SK와이번스, 지금의 SSG와 롯데가 그를 지명했었다면 팀과 선수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었다. 하지만 류현진이 한화가 아닌 다른 팀 선수가 됐다면 그가 지금의 성공에 이르지 못했을 수도 있다. 류현진이 입단했을 당시 한화에는 송진우, 구대성이라는 레전드 좌완 투수들이 있었다. 전성기를 지난 상황이었지만, 송진우와 구대성의 노하우는 류현진의 성장에 큰 힘이 됐다. 류현진이 신인 시절 익힌 체인지업은 그를 최고 투수로 올려놓은 무기가 됐다.

이는 선택을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신인 선수가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해도 해당 팀이 그 재능을 경기력으로 이끌어낼 수도 크게 발전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KIA는 지금이 아니면 김도영 이상의 재능을 가진 야수 자원을 얻을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남은 건 그들의 확신을 현실로 바꾸는 일이다.

이제 김도영과 문동주는 선의의 경쟁자로 당분간 프로야구에서 자주 비교되면 언급될 가능성이 크다. 과연 김도영이 KIA의 바람대로 내년 시즌 144경기에서 그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사진 : KIA 타이거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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