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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변수들도 경기 일정 소화에 비상이 걸린 프로야구에 가을장마의 변수가 더해졌다. 우천 취소 경기가 늘었고 각 팀들은 한층 더 빽빽한 경기 일정 소화가 불가피해졌다. 매주 휴식 일로 지정된 월요일 경기는 물론이고 다수의 더블헤더 경기도 현실이 됐다. 경기 일정이 들쑥날쑥하면서 경기 감각 유지가 어려울 수 있고 선수들의 9월 들어 휴식일 없는 일정을 치르면 체력 관리도 쉽지 않다. 그만큼 마운드가 안정되고 두꺼운 선수층을 가진 팀이 남은 일정에 유리해졌다. 8월에는 우천 경기의 변수를 극복해야 하는 미션이 더 늘었다.

8월 23일 롯데와 KT의 사직 경기장 대결은 그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경기였다. 롯데와 KT는 주말 4연전을 치러야 했지만, 우천으로 토요일 경기가 취소되면서 일정이 화요일까지 밀렸다. KT는 뜻하지 않게 긴 원정 경기를 하게 됐다. KT는 금요일과 일요일 경기를 승리하며 4연전 중 2승을 선점했다. 최소한의 목표는 달성했다. 하지만 롯데는 달랐다. 롯데는 외국인 원투펀치 스트레일리, 프랑코가 선발로 나섰지만, 모두 패했다. 후반기 3연속 위닝시리즈에 성공하며 롯데는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선두 KT의 마운드가 단단한 부분도 있었지만, 팀 타선이 부진했고 선발 투수들이 한 번의 난조로 대량 실점을 했다는 점에서 경기 내용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후반기 순위 반등을 기대하고 있는 롯데로서는 패배의 아쉬움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 아쉬움의 영향으로  자칫 연패가 길어질 수도 있었다. 롯데는 승리가 필요했다. 롯데는 현재 선발 투수 중 가장 컨디션이 좋은 박세웅의 등판 순서였다. 연패 탈출을 위한 최상의 카드였다.

KT 역시 연승을 이어 간다면 선두 경쟁에서 한층 더 앞서갈 수 있었다. 마침 KT의 선발 로테이션 순서는 에이스 데스파이네였다. 그는 특이하게도 4일 휴식 후 등판 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특성이 있다. 월요일 경기가 성사된다면 그의 등판 루틴을 지킬 수 있었다. 

 



문제는 날씨였다. 태풍이 북상하는 상황에서 부산은 태풍의 길목에 있었다. 이미 월요일 경기를 치러야 했던 4개 구장은 우천 취소가 결정된 상황이었다. 부산 역시 비로 경기 진행이 불투명했다. 하지만, 묘하게 롯데 홈구장 사직 야구장은 경기 개시 전까지 비가 내리지 않았다. 충분히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사직 야구장에서 유일하게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우천 취소 가능성이 있는 경기이니 만큼 선발 투수들의 컨디션 유지가 중요했다. 롯데 박세웅은 그의 투구를 했고 KT 데스파이네는 그렇지 못했다. 이는 경기 승패를 가르는 큰 요인이 됐다. 박세웅은 직구 위주의 공격적인 투구로 KT 타선을 상대했다. 박세웅은 1회 초 KT의 공격을 3타자로 가볍게 막아냈다. 

하지만 데스파이네는 불안했다. 첫 타자가 실책으로 출루하면서 그는 더 흔들렸다. 데스파이네는 1회에만 7타자를 상대하며 2실점했다. 2회에도 그는 하위 타자인 안중열에 솔로 홈런을 허용하는 등 추가 2실점하며 페이스를 찾지 못했다. 최근 경기에서 득점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던 롯데 타선은 집중력을 보였다. 후반기 선취 득점한 경기에서 대부분 승리했던 롯데로서는 연패 탈출의 희망일 커지는 분위기였다. 

롯데의 리드를 선발 투수 박세웅은 호투로 단단히 지켜냈다. 박세웅은 언제든 폭우가 쏟아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를 의식하지 않고 침착했다. 이미 박세웅은 지난주 키움과의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나섰지만, 폭우로 인해 경기기 취소되는 경험을 했었다. 박세웅은 우천 취소를 막기 위해 빠르게 이닝을 끝내려는 욕심으로 투구 리듬이 흐트러질 수 있었지만, 안정된 투구로 이닝을 정리했다. 그가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오히려 수비 시간도 줄었다. 롯데 타자들도 빠르게 이닝을 끝내기 위해 서둘러 타격을 하지 않고 득점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추가 득점을 쌓았다. 롯데는 3회와 4회 각각 1득점하며 6 : 0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4회 말 고비가 찾아왔다. 빗방울이 굵어지면서 경기가 중단됐다. 이대로 경기를 이어갈 수 없다면 경기가 취소하고 롯데는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칠 수 있었다. 이미 태풍 특보가 발효된 상황에서 비가 계속될 가능성이 컸다. 롯데와 박세웅 모두 초조해질 수 있는 순간이었다. 얼마간의 기다림 후 비가 잦아들었다. 경기는 다시 속행됐다. 박세웅은 공식 경기가 인정되는 5회를 넘어 6회 초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의 어려움을 이겨낸 결과였다.

결국, 롯데는 7회 초 다시 시작된 비로 경기가 주된 되면서 강우 콜드승으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KT는 롯데 불펜진을 상대로 2득점하며 반격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롯데에는 그들의 승리를 지켜주는 더 강력한 구원투수가 있었다. 흔히 야구팬들이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강우 콜드승을 부르는 많은 비, 가수 비의 본명인 정지훈으로 지칭하는 강력한 마무리 투수가 7회 초 롯데의 승리를 확정했다.

KT로서는 아쉬움이 생길 수도 있었지만, 초반 경기 흐름이 롯데 쪽으로 완전히 넘어간 경기였고 롯데는 필승 불펜진이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경기장 곳곳에 물이 고이면서 선수들의 부상 우려도 있었다. 심판진은 더 이상의 경기 진행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이렇게 롯데는 연패에서 벗어났다. 내리는 비에도 자기 플레이를 한 결과였다. KT 역시 패하긴 했지만,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고 해야 할 플레이를 했다. 과거 우리 프로야구에서는 비가 내리는 경기에서 앞서가는 팀은 빠르게 경기를 진행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빠르게 아웃을 당하는 등 이닝을 빨리 끝내려 노력하고 리드를 당하는 팀은 이닝 진행을 늦추기 위해 수비 시 볼넷을 남발하는 등 추태를 보인 경기도 있었다. 롯데와 KT는 정상적인 경기를 하는 품격을 보였다.

롯데는 초반 득점과 선발 투수의 호투로 비로 인한 변수를 그들 것으로 만들었다. 롯데는 연패를 끊었고 타선이 되살아날 가능성도 보였다. KT는 에이스 데스파이네가 부진하면서 불리한 여건에서 경기를 해야 했다. 선두로 보다 더 치고 나갈 기회를 놓쳤다.

후반기 프로야구는 연장전이 폐지되면서  선취 득점과 지키는 야구의 중요성이 한층 더 커졌다. 가을장마는 그 중요성을 한 번 더 일깨워주고 있다. 롯데와 KT의 8월 23일 경기는 날씨의 변수가 미치는 영향과 그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보여준 예가 되는 경기였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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