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브레이크 기간 전 여러 사건 사고로 순위 변동이 유동성이 커진 프로야구다. 리그 중단 사태까지 불러온 심야 술판과 코로나 확진자 발생 문제는 여전히 영향을 주고 있다. 그 사건과 관련된 구단들은 해당 선수들의 중징계와 함께 심각한 전력 누수 현상이 발생했다.
NC는 주전 야수 4명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좌완 에이스 구창모도 재활 대신 수술을 택하면서 전력에서 이탈했다. NC는 강제 리빌딩 모드로 들어갔다. 여전히 양의지, 나성범, 알테어의 중심 타선이 강력하고 새롭게 1군에 가세한 젊은 선수들도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주력 선수들의 이탈은 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마무리 투수 원종현의 부진도 NC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NC는 원종현 대신 시즌 중 FA 계약으로 영입한 이용찬을 마무리 투수로 기용하기로 했다. 시즌 중 마무리 투수의 교체는 팀 구상이 흔들리는 일로 반가운 일은 아니다.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또 다른 팀 키움도 상황이 심각하다. 키움은 관련한 두 명의 선발 투수가 사실상 시즌 아웃됐고 여름 브레이크 기간 주전급 외야수가 음주운전 문제를 일으켰다. 키움은 과감히 그를 방출하며 흐트러질 수 있는 팀 분위기를 새롭게 했다. 하지만 에이스 브리검이 가족 문제로 미국으로 떠난 이후 함흥차사다. 그의 불행한 상황에 귀국을 종용하기도 어렵다. 브리검 역시 전력 외 선수가 됐다. 키움은 트레이드를 통해 선발 투수 정찬헌을 영입하고 팀 내 자원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구성했지만, 브리검과 정찬헌 외에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피할 수 없다. 여기에 주전 2루수 서건창이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되며 LG로 떠나면서 공격력 약화로 피할 수 없다.
키움은 젊은 선수들의 선전과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타자 크레익이 빠르게 리그에 적응하면서 공격력 약화의 우려를 덜었다. 지난주 5승 1패의 호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기 강팀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롯데와의 주중 3연전에서 2패를 당하며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비로 3차전이 취소된 게 그들에게는 오히려 다행일 정도였다.
마침 NC와 키움은 중위권 경쟁을 하고 있다. 이 팀들의 전력 약화는 하위권 팀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마침 같은 중위권 경쟁팀 두산이 강팀의 저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때 선두 경쟁을 했던 SSG 역시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선발 투수들의 빈자리가 후반기 드러나면서 주춤하고 있다. 후반기 중위권에 모여있는 4팀 모두 높은 승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모두 저력이 있는 팀들이지만, 지난 시즌보다 전력이 약해진 건 분명하다. 하위권 팀들이 힘을 낸다면 순위 경쟁에 변할 수도 있다.
8위 롯데와 9위 KIA는 후반기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롯데는 희망을 더 키워가고 있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왔다. 한층 선수층이 두꺼워졌고 경기 운영의 유연성이 더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롯데는 전반기와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리그에서 가장 불안했던 마운드가 환골탈퇴했다. 선발진은 물론이고 불펜까지 짜임새를 갖췄다. 각종 지표도 리그 최상위권이다. 뜨거웠던 타선이 다소 식은 감이 있지만, 마운드의 힘으로 3연속 위닝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타선까지 전반기 폭발력을 되찾는다면 상승세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롯데와 1경기 차를 유지하고 있는 KIA 역시 희망의 끈을 붙잡고 있지만, 팀 상황은 롯데와 차이가 있다. 롯데가 최상의 전력으로 후반기를 시작했다면 KIA는 곳곳에서 전력의 공백이 발생했다. 전반기 막바지 KIA는 연승을 이어가며 순위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팀으로 자리했었다. 리그 중간이 오히려 아쉬울 정도였다. KIA는 여름 브레이크 기간 부상 선수들의 복귀와 부진했던 주력 선수들의 페이스를 끌어올려 상승세에 다시 가속을 붙이려 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 에이스 브룩스가 경기와 상관없는 문제로 팀을 떠났다. 그가 해외에서 주문한 전자담배에서 대마초 성분이 발견됐다. 그의 말대로 부주의에 위한 우발적 상황으로 볼 수도 있었지만, 마약류 관련 법에 저촉되는 일이었다. KIA는 브룩스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브룩스는 전반기 부상으로 고생하기도 했지만, 점점 에이스의 면모를 되찾는 과정이었다. 여름 브레이크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KIA는 브룩스와 함께 부상에서 돌아온 외국이 투수 멩덴, 올림픽 출전으로 한층 더 성장한 신인 이의리, 전반기 사실상의 에이스 역할을 했던 임기영까지 이어지는 강력한 선발 마운드로 후반기 반전을 기대했지만, 반격을 시작하기도 전에 선발 로테이션이 한 축이 사라졌다. 코로나 상황으로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KIA는 에이스 투수가 없는 후반기를 시작해야 했다.
KIA는 김현수, 김유신 등 신예 선수들로 선발 로테이션의 빈자리를 채웠지만, 이들은 아직 이닝 소화나 경기 운영에도 완전체가 아니다. 불펜진으로 부족함을 메워야 하지만, 부상 복귀를 준비 중이던 전 마무리 투수 전상현이 부상으로 후반기 시작을 함께 하지 못했다. 여름 브레이크 기간을 통해 부진 탈출을 기대했던 셋업맨 박준표도 부상이 1군에 포함되지 않았다.
KIA는 입단 2년 차 영건 정해영에게 마무리 투수 자리를 맡겼다. 정해영은 구위가 뛰어나고 담대함까지 갖춘 투수로 마무리 투수로 손색이 없지만, 아직 경험이 더 필요하다. 8월 11일 한화전에서 KIA는 9회 초 6실점으로 7 : 1 경기가 7 : 7 무승부로 마무리되는 충격적인 경기가 있었고 정해영은 예상치 못한 상황 전개 속에 적응하기 못하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8월 14일 SSG전에서 정해영은 2 : 1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홈런을 허용하며 2 : 2 동점을 허용했다. KIA는 그 경기를 모두 승리했다면 전반기 막판부터 시작한 연승을 길게 이어갈 수 있었지만, 믿었던 마무리 정해영이 그 고비를 넘지 못했다. 어린 선수가 받을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정해영은 8월 18일과 19일 두산전에서 2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로 그때의 충격을 벗어나긴 했지만, 팀은 물론이고 그에게도 아쉬움이 남는 두 번의 블론세이브였다.
마운드와 함께 타선도 KIA의 예상과 다른 모습이다. 우선 팀 중심이 되어야 할 베테랑들이 지난 시즌보다 못한 활약이다. 4번 타자 최형우는 전반기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에이징 커브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최영우는 여름 브레이크 기간 제 페이스를 찾았고 8월 들어 4번 타자의 역할을 확실히 하고 있다. 하지만, 다소 늦은 감이 있다. 홈런 파워도 이전보다는 떨어졌다.
최형우는 돌아왔지만, 떠 다른 베테랑 나지완은 아직 복귀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외국인 타자 터커의 부진도 여전하다. 터커는 지난 시즌 32홈런 113타점의 빛나는 활약을 하며 최형우와 함께 팀 타선의 구심점 역할을 했지만, 올 시즌 그는 타율은 2할대 초반이고 5홈런 34타점에 불과하다. 공격 생산력이 급격히 감소했다. 1루수로의 수비 전환이 역효과로 나타났다. 그에게 익숙한 외야로 돌아왔지만,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명성에 비해 부진한 외국인 투수 멩덴과 함께 재계약과 거리가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 공수를 모두 강화할 수 있는 선수로 기대됐던 류지혁이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그는 150킬로 이상의 직구를 던질 수 있는 파이어볼러 홍건희를 내주고 두산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다.
이렇게 KIA는 주력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 돌발 변수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후반기 잘 버티고 있다. 후반기 7경기에서 KIA는 3승 3무 1패를 기록 중이다. 기대 이상이다. 3번의 아쉬운 무승부가 있었지만, 바꿔 말하면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있다. 8월 19일 두산전에서는 두산의 필승 불펜진을 상대로 밀리던 경기를 끝내 동점을 만드는 저력을 보였다. KIA는 패배의 위기를 벗어나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KIA는 후반기 불펜진에 흔들림이 있지만, 팀 타선이 응집력을 발휘하며 만만치 않은 득점력을 보이고 있다. 최형우가 타선의 중심을 다시 잡아주고 있고 상. 하위 타선 모두에서 득점타가 나오고 있다. 타선의 선전은 KIA가 후반기 초반을 버티는 중요한 힘이 되고 있다. 여기에 8월 들어 무실점 역투를 이어가는 장현식을 중심으로 한 불펜진도 점점 안정감을 찾아가는 중이다.
에이스 브룩스의 전력 이탈로 시즌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몰렸던 KIA지만, 포기를 말하긴 이르다. 여전히 그들은 8위 롯데를 1경기 차로 추격하고 있고 중위권과의 격차도 줄여가는 중이다. 물론, 에이스 빈자리는 여전히 크고 완전한 전력은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힘에 부칠 수 있는 환경이다. 하지만 아직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경기는 남아있다. 주말 키움과의 4연전과 다음 이어질 롯데와의 3연전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순위 상승에 대한 희망도 더 커질 수 있다. 마침 그 경기는 모두 홈에서 열린다. KIA는 올 시즌 홈에서 강점이 있었다.
과연 KIA가 남은 8월 순위 경쟁의 끈을 놓치지 않고 그들의 희망도 지켜갈 수 있을지 한화에 이어 리빌딩의 대열에 합류하게 될지 궁금하다.
사진 : KIA 타이거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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