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2번의 위닝 시리즈로 상승세를 지속한 롯데가 새로운 한 주를 승리로 시작했다. 롯데는 8월 17일 키움과의 주중 3연전 첫 경기에서 3회 말 손아섭의 적시 안타로 얻어낸 1득점을 끝까지 지키며 1 : 0으로 승리했다. 롯데는 시즌 첫 1 : 0 승리였다. 롯데는 승패 마진을 -9 한자리로 줄였고 7위 두산과의 승차로 3경기 차로 줄였다. 3연속 위닝 시리즈를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롯데 선발 투수 프랑코는 7이닝 5피안타 5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의 호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프랑코는 투구 수 85개의 매우 경제적인 투구를 했고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였다. 프랑코의 선발 호투와 함께 롯데는 8회 초 최준용, 9회 말 마무리 김원중이 키움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프랑코의 시즌 7승과 팀 승리를 지켜냈다. 키움 선발 투수 최원태는 그동안 약세를 보였던 롯데 타선을 상대로 6이닝 4피안타 5탈삼진 1사사구의 호투를 했지만, 타선이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면서 패전을 기록했다. 키움 타선은 득점권에서 집중력을 보이지 못했다.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진 간판타자 이정후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는 경기였다.
양 팀 선발 투수들의 투구 내용에서 보듯 경기는 근래 보기 드문 치열한 투수전이었다. 특히, 롯데에게는 1점 차 승부가 더 긴장될 수 있었다. 롯데는 전반기 접전의 경기에서 큰 약점을 보였다. 허약한 마운드가 그 원인이었다. 실점을 막아야 할 때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경기를 내주는 일이 많았다. 리그 최강의 화력을 자랑하는 타선이 있었지만, 승률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였다.
하지만 키움전은 달랐다. 후반기 달라진 롯데 마운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경기였다. 선발 투수 프랑코는 에이스의 향기를 그대로 느끼게 하는 투구였다. 지난주 NC전에서 승리 투수가 되긴 했지만, 4회와 5회 제구가 흔들리고 투구 수가 늘어나면서 이닝 소화에서 아쉬움이 있었던 프랑코였지만, 후반기 두 번째 등판은 한층 더 발전된 모습이었다.
150킬로 중반에 이르는 강속구가 주 무기였던 프랑코는 직구의 구속을 다소 줄이고 제구를 안정시키려는 모습이었다. 속도가 줄었지만, 그의 직구는 여전히 위력적이었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등 변화구가 효과적으로 들어가면서 강한 직구의 강점을 제대로 살려냈다.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고 유인구를 던질 수 있게 되면서 그의 투구는 한결 수월해졌다. 그의 직구를 집중적으로 노리던 키움 타자들은 변화한 프랑코의 투구 패턴에 적응하지 못했다. 프랑코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구를 했다. 포수 안중열과의 호흡도 잘 이루어졌다. 배터리의 의도대로 경기가 풀리는 모습이었다. 안중열은 안정된 투구 리그와 함께 3회 말 2사 후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이날 경기의 유일한 득점을 했다. 승리의 또 다른 주역이었다.
프랑코의 호투는 불펜의 필승조로 이어졌다.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8회를 지키는 셋업맨으로 돌아온 최준용은 8히 초 키움의 공격을 3타자로 가볍게 정리했다. 9회 초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김원중은 볼넷 하나를 내주긴 했지만, 키움의 중심 타자 송성문, 박동원을 모두 범타 처리하며 또 한 번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미 지난주 롯데가 승리한 4번의 경기에서 모두 세이브에 성공한 김원중은 후반기 5번의 등판에서 모두 세이브를 기록했다. 김원중은 5번의 등판에서 모두 실점 없이 깔끔한 마무리를 했다.
이렇게 롯데는 후반기 마운드가 그들의 상승세를 지속하게 하고 있다. 리그 최강의 타선이라 평가받는 롯데 타선은 지난주 전반기의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주말 3연전을 기점으로 그 사이클이 내려가는 모습도 있었다.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경기에서도 롯데 타선은 5안타의 빈공이었다. 하지만 마운드가 타선의 부진을 대신했다.
롯데 마운드는 후반기 매우 안정적이다. 아직 많은 경기를 치르지 않았지만, 후반기 롯데 마운드의 방어율은 리그 최상위권이다. 선발과 불펜진 모두 호투를 거듭하고 있다. 프랑코가 기대했던 파워피처의 면모에 안정감을 더하면서 확실한 원투 펀치로 거듭났고 지난 시즌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에이스 스트레일의 부족함을 메워주고 있다. 3선발 박세웅은 7월 이후 한층 좋아진 투구 내용을 유지하고 있다. 후반기 첫 경기에서 박세웅은 8이닝 무실점의 호투로 남은 경기 기대감을 높였다.
4, 5 선발 투수로 후반기를 시작한 최영환과 서준원도 기대 이상이다. 최영환은 지난주 불펜의 난조로 프로 데뷔 첫 선발승의 기회를 놓쳤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투구 내용이 나아지고 있다. 그는 선발 투수 자원 두 명을 연결하는 탠덤 전략의 한 부분으로 전반기를 보냈지만, 이제는 5이닝 이상을 충분히 책임질 수 있는 투구를 했다. 서준원은 후반기 첫 등판이었던 주말 LG전에서 4이닝 투구에 머물렀지만, 사이드암 투수로 큰 약점이 있었던 좌타자를 상대로도 무리 없는 투구를 했다.
그동안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등 자신의 자리를 잡지 못했던 서준원으로서는 선발 투수로 그 입지를 다질 기회를 잡았다. 이들 외에 롯데는 2군에서 컨디션을 조절 중인 베테랑 노경은과 선발 투수로의 가능성을 되찾아가고 있는 이인복 등 추가 선발 자원이 있다. 앞으로 일정에서 선발 마운드만큼은 큰 걱정을 던 롯데다.
불펜진의 변신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후반기 들어 각 팀별로 불펜진의 방화로 고심하는 일이 많지만, 롯데는 다르다. 전반기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던 롯데 불펜진은 마무리 김원중을 중심으로 흔들림 없는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김원중은 여름 브레이크 기간 구위를 회복했고 투구 패턴을 점검하며 기대했던 마무리 투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직구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았고 공격적인 투구로 좋은 결과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포크볼 대신 낙차가 큰 커브를 자주 사용하면서 더 효과적인 투구를 하고 있다.
여기에 부상에서 돌아온 최준용이 셋업맨으로 자리하면서 경기 후반 불펜진 운영에 힘이 생겼다. 선발 투수에서 불펜으로 다시 돌아온 나균안은 멀티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롱맨으로 경기 중반을 잘 책임져주고 있다. 전반기 부진했던 롯데의 주력 불펜 투수 박진형과 구승민도 휴식을 통해 구위를 되찾는 모습이다. 이런 우완 불펜진에 확실한 좌완 불펜 투수들이 가세하면서 롯데 불펜진은 짜임새를 갖췄다.
강윤구, 김진욱의 좌완 불펜 투수들은 상대 좌타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들은 원 포인트 투구 외에 한 이닝을 확실히 책임지는 투구로 불펜 운영을 원활하게 해주고 있다. 강윤구는 올 시즌 NC의 전력에서 사실상 배제됐지만, 트레이드로 롯데에 오면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경기에 대한 간절함이 강했던 강윤구의 절실함은 후반기 3경기 비자책 투구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의 특급 신인 김진욱은 불펜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다. 김진욱은 선발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제구 불안과 함께 이닝 소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롯데는 그를 불펜으로 전환해 경기 경험을 쌓게 했다. 불펜으로 전환한 김진욱은 투구 이닝에 대한 부담을 던 탓인지 한층 안정된 투구를 했다. 아직 제구의 기복이 있지만, 뛰어난 구위는 1, 2이닝을 책임지기에 충분하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안정감도 더해지고 있다. 이제 롯데는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마운드에 올릴 수 있는 좌완 불펜 2명이 있다.
이런 마운드의 긍정적인 변화가 함께 롯데는 마차도를 중심으로 한 안정된 내야 수비는 마운드 위 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마차도는 1번 타자로 나서며 체력적인 부담이 커졌지만, 후반기 경기에서 뛰어난 수비로 득점 그 이상의 기여를 수차례 했다. 그의 수비는 마운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마운드의 안정은 후반기 대반전을 기대하는 롯데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팀 공격은 기복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 있고 상대 투수에 따라 편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마운드가 계산이 되는 투구를 한다면 경기를 풀어가기가 한결 수월하다. 극적인 역전승 보다 마운드가 안정되며 편안한 승리를 계속 하는 게 힘의 소모를 줄이고 상승세를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된다.
후반기 롯데는 마운드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타선이 다소 주춤하지만, 언제든 그 위력을 회복할 수 있는 타자들의 역량이 있다. 롯데는 폭발력은 덜하지만, 최근 경기에서 2사 이후 득점이 많아졌고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다. 어떤 계기가 마련되면 전반기 타선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그때까지 마운드가 버텨낸다면 계속 높은 승률을 유지할 수 있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 롯데의 8월은 매우 중요하다. 롯데는 2017 시즌 후반기 엄청난 반전으로 하위권에서 정규리그 3위로 올라서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기억이 있다. 올 시즌 롯데는 내심 그때의 재현을 기대하고 있다. 당시에도 마운드의 호투가 큰 힘이 됐다. 후반기 초반 롯데는 그런 모습이 보이고 있다. 롯데 마운드가 지금의 모습을 유지한다면 롯데의 반전은 잠깐의 기대가 아닌 놀라운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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