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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10, 야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무승부 경기가 나왔다. 롯데와 두산은 8월 28일 롯데의 홈 사직구장 경기에서 9회까지 양 팀 합계 25안타를 주고받는 타격전 끝에 10 : 10 무승부를 기록했다. 무승부는 어느 팀에게나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날 경기는 롯데와 두산 모두에게 아쉬움 가득한 경기였다. 

경기 내용상으로는 두산의 아쉬움이 더 클 수 있는 경기였다. 두산은 1회부터 롯데 선발 투수 프랑코를 공략하며 1회 6득점, 2회 2득점으로 8 : 0의 압도적 리드를 잡았다. 1회에는 양석환의 만루 홈런이 있었고 2회에는 페르난데스의 2점 홈런이 있었다. 이런 차이라면 두산은 여유 있는 경기를 하면서 승리를 가져가는 흐름이 만들어져야 했고 선발 투수 이영하는 모처럼 승리 투수가 될 수 있는 기회였다. 

2019시즌 17승 달성으로 리그를 대표할 우완 선발 투수로 자리했던 이영하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지난 시즌 이영하는 5승에 머물렀고 올 시즌에는 4월 14일 경기 선발 승 이후 승리가 없이 패전만 쌓았다. 방어율은 무려 10점이 넘어서고 있다. 이영하는 타선으로부터 무려 8점의 득점 지원을 받았지만, 그런 득점 지원이 무색하게 하는 부진한 투구를 했다.

 


결국, 이영하는 2회 말 2사까지 6개의 안타를 허용하는 등 불안한 투구 끝에 3실점 후 마운드를 물러났다. 가능하며 그를 5회까지 던지게 하면서 승리 투수의 기회를 주고 싶었을 두산이었지만, 이영하는 8점의 리드를 지키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 두산으로서는 다음 경기에서 이영하를 선발 등판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하는 투구였다. 두산은 큰 점수 차 리드에도 초반 불펜을 가동해야 했다.

두산은 두 번째 투수 김민규를 시작으로 마무리 김강률까지 7명의 불펜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결과는 무승부였다. 두산으로서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최근 타격 부진에 빠져있던 두산의 중심 타자 양석환은 1회 초 만루 홈런을 포함해 5안타 5타점의 신들린 타격을 했지만, 웃을 수 없었다. 

롯데는 극적인 무승부 경기를 하긴 했지만, 마운드와 수비에서 불만족스러웠다. 선발 투수 프랑코는 1회에만 6실점 한데 이어 2회 추가 2실점, 4회 초 실점을 추가하며 9실점으로 부진했다. 구위는 뛰어났지만, 제구의 정교함이 떨어졌다.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가운데 승부를 하다 장타를 허용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후반기 호투로 기대감을 높였던 그였지만, 전반기 기복이 심했던 투구가 다시 재현됐다.

하지만 프랑코의 잘못만으로 그의 부진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롯데 내야진은 초반 불안한 수비로 프랑코를 더 힘들게 했다. 1회 초 롯데 1루수 정훈은 충분히 처리 가능한 땅볼을 안타로 만들어주는 수비를 했다. 이후 프랑코는 급격히 흔들렸다. 구심의 좁은 스트라이크존은 그를 더 어렵게 했다. 이는 불의의 만루 홈런 허용으로 연결됐다. 2회 초 프랑코는 심기일전 투구를 하며 가볍게 2아웃을 잡았지만, 2사후 3루수 한동희의 실책이 빌미가 되면서 추가 실점을 했다.

이닝이 끝나야 할 상황이 정리가 안되면서 프랑코는 다시 흔들렸고 이는 2점 홈런 허용으로 이어졌다. 프랑코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가 대량 실점의 큰 원인이었지만, 1루와 3루 두 코너 내야수의 수비가 대량 실점의 가능성을 더 높였다. 3루수 한동희는 2회에 이어 3회에도 실책을 연발했고 타격에서도 부진했다. 한동희는 3회 말 두 번째 타석에서 김민수로 교체됐다. 사실상 문책성 교체였다. 서튼 감독 역시 한동희의 공. 수 부진을 그대로 두고 보기 어려웠다. 최근 한동희는 타격에서 그 페이스가 크게 떨어져 있고 고질적인 송구 불안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8월 28일 두산전은 그런 두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났다. 롯데 차세대 중심 타자로 주목받고 있는 한동희지만, 올 시즌 그는 공. 수에서 모두 기량이 퇴보하는 모습이다. 경기 중 교체는 그에 대한 코치진의 강력한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초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경기 주도권을 내준 롯데는 끈질긴 추격전으로 격차를 좁혀나갔다. 후반기 부진했던 타선이 힘을 냈다. 1회 1득점, 2회 2득점한 롯데는 4회와 7회 각각 1득점했다. 두산은 필승 불펜조를 모두 마운드에 올리며 롯데의 추격을 막아냈고 8회 초 양석환의 적시 안타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듯 보였다. 

하지만 롯데는 포기하지 않았다. 9회 말 공격에서 롯데는 5득점하며  5 : 10의 열세를 10 : 10으로 반전시켰다. 두산의 수비 불안이 롯데의 5득점에 촉매제가 됐다. 9회 말 선두타자 안치홍의 빗맞는 타구는 2루수 박계범이 처리가 가능해 보였지만, 타구 판단이 잘못되면서 안타가 됐다. 롯데에는 행운이었다. 이어 롯데는 전준우의 2루타와 안치홍의 적시 안타, 대타 김재유의 2루타가 연달아 나오며 두산은 3점 차로 압박했다.

두산은 마무리 김강률까지 마운드에 올려야 했다. 9회 말 수비가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김강률은 준비가 부족한 모습이었다. 여기에서 결정적 수비 실책이 김강률을 흔들었다. 롯데 김민수의 2루 땅볼은 강했지만, 충분히 처리가 가능했다. 하지만 박계범이 그 타구를 놓치며 실점과 연결됐다. 후속 타자 추재현의 땅볼은 병살 처리가 가능해 보였지만, 어설픈 수비로 아웃 카운트 하나만 늘렸다. 그 사이 득점이 추가됐다. 점수 차는 어느새 한 점차로 줄었다. 

김강률은 어렵게 아웃카운트를 추가하며 경기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만 남겼다. 손아섭만 잘 처리하면 승리는 두산이 가져올 수 있었다. 손아섭은 끈질기게 김강률과 승부했고 김강률의 승부구를 적시타로 연결했다. 10  10이 되는 순간이었다. 김강률은 이미 멀티 안타를 때려내며 타격감이 올라온 손아섭과 어렵게 승부를 하며 볼넷까지 고려한 투구를 했지만, 손아섭의 대응이 좋았다. 김강률은 이대호를 범타 처리하며 최악의 상황은 막았지만, 블론 세이브와 함께 팀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지키는 야구에 있어서는 강점이 있었던 두산이었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마운드와 수비가 모두 그 강점을 잃고 말았다.

 



두산은 최근 연승으로 분위기 반등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무승부를 기록하고 말았다. 롯데는 패색이 짙었던 경기를 9회 말 5득점으로 극적으로 반전시키긴 했지만, 전반기 보였던 투. 타의 불균형을 드러냈다. 롯데는 후반기 들어 타선이 부진한 가운데 단단해진 마운드를 앞세워 3연속 위닝 시리즈로 기세를 올렸다. 타선만 전반기의 폭발력을 회복한다면 순위 상승의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타선이 감을 찾는 시점에 마운드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KIA와의 2경기에서 롯데 마운드는 2경기 연속 111사사구를 허용하는 동네야구의 모습을 보였다. 두산전에서도 선발 투수 프랑코가 크게 부진했다. 마운드의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다만, 최근 1군에 콜업된 베테랑 노경은이 2번째 투수로 안정감 있는 투구를 하며 마운드를 안정시키고 정성종, 김도규까지 추격조에 있는 젊은 불펜 투수들이 호투하며 반전의 발판을 마련해 준 점은 긍정적이었다.  

롯데와 두산은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후반기를 임하고 있다. 두산은 7위에 머물고 있지만, 5위 NC를 2.5경기 차로 추격하고 있다. 그런 두산을 8위 롯데가 3.5경기 차로 추격 중이다. 4위부터 6위 팀들은 모두 전력 누수가 크다. 두 팀 모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위치다. 이런 두 팀의 맞대결은 승패의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비중이 큰 경기에서 롯데와 두산은 모두 마운드와 수비에서 함량 미달의 경기를 했다. 그 결과로 나온 무승부는 그만큼 상위권 팀 추격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시즌 144경기 중 한 경기라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서는 불안정한 양 팀의 전력을 보여주는 경기이기도 했다. 롯데와 두산 모두에 개운치 않은 내용이고 결과였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 두산 베어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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