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고 또 밀리는 잔여 경기 일정으로 고심하고 있는 올 시즌 프로야구 후반기가 숨 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전반기부터 연이어 발생한 악재들과 올림픽 부진 등으로 그 열기가 식었다고 하지만, 시즌은 계속되고 있다. 당장은 잔여 경기 일정을 빠르게 소화하고 정규리그를 무사히 끝내는 일이다. 이에 9월 일정은 더 빡빡해졌다. 수시로 더블헤더가 예정되어 있고 잔여 경기 일정을 소화하면서 가질 수 있는 휴식 일도 크게 줄었다. 가을장마로 경기 일정이 들쑥날쑥해졌다. 순위 경쟁을 하고 있는 팀들로서는 일정 관리와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가 중요해졌다.
특히, 더블헤더 경기에 대한 부담을 얼마나 극복할지가 후반기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하루에 2경기를 치르는 더블헤더는 체력적 소모가 크고 마운드 운영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칫 2경기를 모두 놓치면 그 대미지가 매우 크다. 통상적으로 많은 팀들은 1승 1패를 목표로 한다. 2승 노리다 전력을 소모하면 다음 일정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팀의 진정한 실력이 드러난다고도 할 수 있다.
롯데에게 더블헤더는 아픈 기억들이 많다. 익숙지 않은 경기 환경과 분위기, 2경에서 모두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더블헤더에서 롯데는 약점을 보였다. 롯데가 더블헤더 2경기를 모두 승리한 기억은 2004년 9월 22일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마운드는 효과적으로 운영돼야 하고 타자들이 보다 응집력을 보여야 하는 더블헤더는 롯데에게 빠져나오기 힘든 늪과 같았다. 분위기에 경기력이 크게 좌우되는 팀 컬러는 더블헤더에 적합하지 않았다.
9월 3일 한화전에서 롯데는 새로운 기억을 만들었다. 롯데는 한화와의 더블헤더를 모두 승리하며 하루에 2승을 추가했다. 그 결과 롯데는 7위 두산에 1경기 차로 다가섰다. 5위 NC와도 4.5 경기 차로 눈에 보이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여기에 올 시즌 유독 약한 면모를 보였던 한화와의 천적 고리를 끊었다는 점이 큰 의미가 있었다. 한화의 원투 펀치인 카펜터, 킹험이 선발 투수로 나선 두 경기를 모두 승리했다는 점도 더블헤더 연승을 돋보이게 했다.
롯데는 9월 3일 경기 전까지 한화와의 상대 전적에서 2승 7패로 크게 밀려 있었다. 한화가 올 시즌 확실한 최하위에 머물고 있지만, 롯데는 순위 상승을 위해 승수 쌓기의 대상이 돼야 할 한화를 상대로 투. 타에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특히, 마운드가 한화 타자들에 쉽게 공략 당하며 대량 실점하는 경기가 많았다. 롯데 안경 에이스 박세웅은 올 시즌 한화와의 2경기 선발 등판해 1패 방어율 12.27의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외국인 투수 프랑코도 한화전에 좋은 기억이 아니다. 에이스 스트레일리가 강점을 보였지만, 여타 투수들은 한화전 내용의 그들의 시즌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불펜진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한화 타자들을 유독 롯데전에서 펄펄 나는 모습이었다. 정은원, 하주석 등 좌타자들은 롯데전에서 그들의 평균 기록을 크게 웃도는 타격을 했다. 이는 상. 하위 타선이 모두 같은 현상이었다. 롯데전에서 뜨거워지는 타선을 바탕으로 한화는 롯데를 괴롭히며 우세를 이어갔다. 롯데는 역시 하위권의 KIA에도 약점을 보이는 중이다. 후반기 순위 반전을 기대하는 롯데로서는 하위권 두 팀에 대한 승률을 한층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마침 두 팀과의 잔여 경기 일정도 상대적으로 많은 롯데였다.
9월 3일 더블헤더에서 롯데는 쉽지 않은 경기였지만, 모두 승리의 결과를 가져왔다. 롯데는 선발 투수 프랑코가 불안불안한 내용에도 5이닝 3실점으로 마운드에서 버티며 승리 발판을 마련했다. 6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김대우, 김진욱, 최준용, 마무리 김원중까지 필승 불펜들이 리드를 실점 없이 지켜냈다. 롯데는 경기 초반 선취 득점에도 5회 초 역전 2점 홈런을 허용하며 경기 흐름을 내주는 듯 보였지만, 5회 말 3득점으로 다시 리드를 잡았고 결국, 6 : 3으로 승리했다. 한화전 패배의 공식이었던 중반 이후 마운드 부진이 없었다.
타선은 후반기 한화 마운드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외국인 투수 카펜터를 상대로 6회까지 5득점하며 경기 흐름을 가져올 수 있게 했다. 이대호를 시작으로 전준우, 정훈, 안치홍, 한동희까지 주력 타자들이 제 역할을 다했다. 전준우는 솔로 홈런 포함 2안타 1타점, 정훈은 2루타와 3루타와 함께 볼넷 2개를 더하며 4번의 출루와 2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다. 안치홍은 2번의 볼넷 출루로 공격 흐름을 이어줬고 최근 공. 수에도 모두 부진하면서 주전 자리마저 위협받던 3루수 한동희는 2안타 2타점으로 모처럼 존재감을 보였다.
9월 3일 경기 전까지 후반기 4번의 선발 등판에서 단 1실점만 하며 괴력의 투구를 하던 한화 선발 카펜터는 롯데 타선에 무너지며 후반기 첫 패전을 기록하고 말았다. 롯데는 더블헤더 1차전 승리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결과였다. 2차전 한화의 선발은 외국이 투수 킹험이었고 롯데는 5선발 투수 서준원이었다. 선발 투수의 무게감에서 차이가 있었다. 후반기 킹험은 카펜터에 묻히긴 했지만, 원투 펀치로 손색이 없는 투구를 하는 중이었다.
이에 맞서는 서준원은 올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상황이었고 승리 기록도 없었다. 전반기 부진한 투구로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았다. 후반기 5인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긴 했지만, 그 비중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부진하면 언제든 선발 투수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불안한 입지였다. 누가 봐도 기울어진 선발 매치업이었다. 더군다나 롯데는 더블헤더 연승의 기억도 가물가물했다. 그동안 롯데가 쌓아온 더블헤더의 기억도 2차전 승리를 예상하기 어렵게 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경기 양상은 예상과 달랐다. 서준원은 1회 초 실점 위기를 넘어선 이후 안정된 투구를 했다. 기존의 사이드암에서 조금 더 팔을 올려 던지는 느낌의 투구를 하면서 공의 각도를 더 만들었고 제구를 안정시켰다. 변화구 구사도 적절히 이루어졌다. 좌. 우 타자 상대로 구위로 압도하는 투구를 했다. 서준원은 5회까지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키며 기대 이상의 투구를 했다.
타선은 집중력이 아쉬웠다. 롯데는 한화 선발 킹험을 상대로 2회와 3회 결정적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후속타 불발로 득점하지 못했고 4회와 5회에는 상대 실책과 흔들리는 킹험의 볼넷으로 더 좋은 기회가 있었지만, 4회 말 무사 만루에서 안치홍의 희생 플라이로 단 1득점에 머물렀다. 킹험은 수비의 실책이 겹치며 거의 매 이닝 실점 위기에 놓였지만, 강력한 구위로 스스로 이를 극복하는 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6회까지 킹험은 무려 10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1실점으로 호투했다. 충분히 승리 투수가 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롯데 마운드도 만만치 않았다. 롯데는 선발 투수 서준원이 5이닝 무실점 투구를 했고 1 : 0 리드를 이어받은 불펜진이 그 리드를 지켜냈다. 롯데는 더블헤더 1차전에 등판했던 필승 불펜진을 마운드에 올리지 않고 김도규, 강윤구, 구승민까지 추격조 불펜진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그들이 모두 실점을 하지 않았다. 마운드가 버티면서 리드를 잃지 않은 롯데는 7회 말 전준우의 적시 안타로 추가 득점에 성공하며 승리 확률을 높였다. 9회 초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김원중은 팀의 2 : 0 리드를 무실점으로 지켜내며 세이브를 추가했다. 김원중은 하루에 세이브 2개를 추가했다. 롯데는 1차전에서 타선의 집중력으로 2차전에서 마운드의 선전으로 승리의 결과를 가져왔다.
중위권 추격이 급한 롯데로서는 소중한 2승이었다. 또한, 한화전 징크스를 깨뜨릴 계기도 마련했다. 상대 원투 펀치를 넘어섰다는 점은 앞으로 한화전에 대한 자신감 더할 수 있다. 롯데는 더블헤더 연승으로 후반기 초반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중위권 추격에 탄력을 잃어가던 상황에서 다시 추진력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롯데는 주말 NC와의 2연전 이후 다음 주 그들보다 상위권 팀들인 삼성, SSG, 키움과 연달아 대결한다. 그중 NC와 SSG, 키움은 롯데가 목표로 하는 4, 5위권 경쟁 군에 있다. 그들과의 대결에서 긍정적 결과를 만든다면 순위 상승에 가속도를 더할 수 있다. 이런 대결을 앞두고 그들을 감싸고 있었던 징크스 하나를 제거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롯데가 이 더블헤더 연승의 효과를 상승세로 만들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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