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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도전하는 두산 베어스의 올 시즌 발걸음이 무겁다. 전반기 중위권 경쟁 군에 포함된 두산은 후반기 반전을 기대했지만, 7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할 승률을 위한 승패 마진은 9월 1일 현재 -4다.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은 5위 SSG 랜더스에 2.5 경기 차로 추격권에 있지만, 후반기 상승 분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후반기 10경기 4승 1무 5패로 승패 마진도 줄이지 못하고 있다.

후반기 두산은 다수의 부상 선수들이 복귀했고 주전들이 컨디션을 조절할 시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힘이 떨어진 모습이다. 그동안 두산은 주력 선수들이 FA 계약 등으로 전력 누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내부 육성으로 이를 극복했지만, 서서히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 주전들은 서서히 노쇠화를 보이고 있지만, 이들을 대신할 젊은 선수들이 부족하다.

야수진에서 그 현상이 두드러진다. 올 시즌을 앞두고 내부 FA 선수를 잔류시키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했지만, 그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6년간 56억 원의 장기계약을 했던 두산 외야진의 중심 정수빈이 극심한 타격 부진으로 1군 주전 경쟁에서 밀린 건 물론이고 2군으로 밀린 건 두산에서 아프게 다가온다. 전반적으로 타선의 무게감이 크게 떨어진 두산이다. FA 보상 선수인 박계범과 트레이드 성공 사례로 자리하고 있는 양석환의 활약이 돋보이지만, 타선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두산을 지탱하던 마운드도 전반기의 단단함과 거리가 있다. 필승 불펜조에 속했던 박치국이 수술과 함께 시즌 아웃되는 악재가 있었지만, 두산의 마운드는 질적으로 양적으로 리그 상위권이다. 하지만 후반기 두산 마운드는 선발과 불펜 모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두산의 강점이 마운드의 불안은 그들의 후반기를 어렵게 할 수 있다. 아직 시즌 경기가 많이 남아있고 시즌 막바지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던 두산이었지만, 올 시즌 3강 체제를 구축한 KT, LG, 삼성의 벽을 넘어서기가 버거워 보인다. 이에 더해 선수 중 코로나 확진자 발생에 따른 전반기 리그 중단 결정 과정에서 두산이 큰 영향력을 발휘했고 여름 브레이크 기간 훈련 중 방역수칙 위반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두산에 대한 비호감 이미지가 커진 것도 부담이다. 

 



이런 두산에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은 큰 위안거리다. 지난 시즌 인상적인 활약을 했던 알칸타라, 프렉센의 빈자리를 대신한 미란다와 로켓은 두산 선발진의 원투 펀치로 꾸준한 활약을 하고 있다. 그들이 있어 두산 선발 로테이션의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제 1선발 투수 역할을 하던 로켓의 후반기 부진이 심상치 않다. 전반기 리그 최고 투수 중 한 명이었던 로켓은 6월부터 잦은 부상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전반적으로 페이스가 크게 떨어졌다. 여름 브레이크 기간 충분한 회복기를 가졌지만, 전반기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로켓을 대신해 미란다가 호투를 이어가면서 그 근심을 조금 덜어주고 있다. 미란다는 후반기 4경기 선발 등판에서 3실점과 불과하다. 그 3실점도 8월 14일 한화전이었다. 이후 그는 2연속 7이닝 무실점 경기를 했고 9월 1일 KIA 전에서는 1안타 완봉승 경기를 했다. 그 경기에서 미란다는 9회 2사까지 볼넷 2개 외에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미란다는 노히트노런 대기록을 눈앞에 뒀지만, 김선빈에 2루타를 허용했다. 경기 중 유일한 피안타였다. 미란다는 상실감이 클 수 있었지만, 후속 타자를 침착하게 범타 처리하며 그의 KBO 리그 첫 완투 완봉승을 완성했다. 

아쉬움이 있었지만, 미란다는 그의 방어율을 2.38로 끌어내리며 리그 방어율 1위인 삼성 백정현의 2.26에 바짝 다가서는 2위가 됐다. 미란다는 시즌 11승으로 12승의 키움 요키시를 1승차로 따라붙었다. 탈삼진 155개로 경쟁자들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있는 미란임을 고려하면 투수 3관왕도 기대할 수 있는 페이스다. 미란다는 세부 지표도 우수하다. 선발 투수에 중요한 이닝 소화에 있어 미란다는 124.2이닝으로 키움 요키시에 이어 2위를 유지 중이다. 6이닝 3실점 이하의 퀄리티 스타트도 14번으로 리그 2위권이다. 이닝당 출루 허용도 1.11로 리그 최상위권이다. 이 정도면 리그 최고의 투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란다의 지금 모습은 시즌 초반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만리그에서 활약하던 미란다는 두산과 계약하며 올 시즌 KBO 리그에 처음 발을 내디뎠다. 대만리그에서 준수한 활약을 했지만, 투구의 안정감이나 방어율에서 확실한 믿음을 주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두산이 미란다를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으로 영입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두산은 큰 키에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미란다의 하드웨어에 높은 점수를 줬다. 실제 큰 키의 좌완 투수들은 그동안 KBO 리그에서 성공 사례가 많았다. 다만, 한 가지 그의 제구가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충족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시즌 초반 미란다는 흔들리는 제구로 어려움을 겪었다. 달라진 환경과 스트라이크 존도 문제였지만, 안정감 있는 선발 투수와 거리가 있었다. 타자 당 투구수가 많았고 이닝 소화에 문제를 보였다. 미란다는 컨디션이 좋은 날은 위력적인 투구를 했지만, 그렇지 못한 날은 스스로 무너지는 경기를 하는 등 기복이 심했다. 같은 팀의 외국이 투수 로켓과 비교되는 투구 내용이었다. 애초 1선발 투수로 시즌을 준비했던 미란다는 그 순번이 뒤로 밀렸다. 

미란다는 날씨가 더워진 6월부터 크게 달라졌다. 6월부터 미란다는 단 한 경기만 제외하고 매 경기 7이닝 이상의 투구를 했다. 6월부터 패전은 1에 불과하고 6승을 수확했다. 원투 펀치 중 한 명이 로켓이 부상 등으로 주춤하고 긴 부진에 늪에 빠진 이영하가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엷어진 두산 선발진에서 미란다는 최후의 보루로 큰 역할을 했고 그 활약은 진행형이다. 그의 약점이던 제구 불안이 사라졌고 공격적인 투구로 투구 수를 줄였다. 이는 그의 구위를 더 빛나게 했다. 홈런 부담이 덜하고 단단한 수비진을 구축하고 있는 두산과의 조화로 잘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시즌 KBO 리그 2년 차였던 알칸타라가 두산에서 한층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인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6월 1일부터 9월 1일까지 11번의 선발 등판에서 미란다는 4번이나 두 자릿 수 이상의 탈삼진 경기를 했고 볼넷 허용은 모든 경기에서 2개 이상을 넘지 않았다. 3실점 이상을 한 경기도 없다. 현재로서는 두산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선발 투수라 할 수 있다. 그의 활약은 리그 투수 부분 경쟁 구도를 완전히 뒤흔들었다. 미란다와 함께 한화의 1선발 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카펜터까지 대만 리그 출신 투수들의 활약은 앞으로 대만리그에 대한 KBO 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더 크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미란다는 KBO 리그 데뷔 시즌에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앞으로 10경기 정도 더 등판 가능성이 있는 미란다가 어떤 성적을 남길지도 주목된다. 이미 내구성과 꾸준함을 입증했고 지금의 페이스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현재 투구 내용이라면 경쟁자들을 앞질러 투수 부분에서 다관왕도 유력하다.  

미란다는 큰 반전을 이룬 선수다. 시즌 초반 그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사라졌다. 그를 영입한 두산의 결정은 성공으로 판명되고 있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두산은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이 팀 전력 상승에 긍정 요소가 되고 있다. 아직 이르다 할 수 있지만, 재계약은 물론이고 시즌 후 일본이나 미국 리그에서 관심이 두산을 고심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하는 두산으로서도 미란다에 더 많이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란다가 있어 두산은 희망을 유지할 수 있다. 


사진 : 두산 베어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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