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힘겹게 4연패를 끊었다. 롯데는 5월 16일 KT와의 원정 경기에서 초반 2득점을 끝까지 지키며 2 : 0으로 승리했다. 선발 투수 박세웅은 6이닝 4피안타 2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 투구로 시즌 4승에 성공했고 자신의 방어율을 3점대로 낮췄다. 모처럼 세이브 기회를 잡은 마무리 김원중도 1이닝 무실점 투수로 시즌 8세이에 성공했다. 그에 앞서 마운드에 오른 김상수, 전미르 두 불펜 투수들도 2점 차 리드를 잘 지켜내며 홀드를 기록했다.
모처럼 마운드가 제 역할을 했던 롯데였지만, 가장 빛나는 선수는 부상 복귀 후 첫 선발 출전한 외야수 황성빈이었다. 황성빈은 선발 좌익수 겸 1번 타자로 출전해 2안타 1득점으로 활약했다. 여기에 결정적이 호수비로 KT 공격의 맥을 끊는 역할까지 다방면에서 롯데의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이 경기는 황성빈의 올 시즌 얻은 마성의 남자, 마황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내용이었다. 황성빈은 팀의 2득점에 모두 관여했다. 모두 그의 특기를 잘 살려냈다. 1회 초 선두 타자로 나선 황성빈은 KT 선발 투수 쿠에바스와 치열한 볼 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후 황성빈은 쿠에바스의 견제 실책과 폭투로 3루까지 진출했고 짧은 외야 플라이에 홈을 파고들어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부상 복귀 후 첫 선발 출전 그리고 팀 연패 탈출
롯데는 안타 없이 황성빈의 빠른 발로 1 : 0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 KT 선발 쿠에바스는 지난 롯데와의 부산 원정 경기에서 황성빈에게 예상치 못한 홈런을 허용한 기억이 있었다. 쿠에바스는 황성빈을 상당히 의식하는 모습이었고 그가 출루하자 그의 도루를 극도로 경계했다. 실제 황성빈은 올 시즌 13번의 도루 시도를 모두 성공시키고 있었다. 이는 견제 실책과 폭투로 연결됐다. 황성빈이 주자가 아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변수였다.
3회 초에도 황성빈의 진가가 다시 발휘됐다. 무사 1루 기회에서 타석에 선 황성빈은 기습 번트 안타로 KT 내야를 흔들었다. 그 여파는 고승민의 적시 안타로 연결되며 롯데는 2 : 0으로 앞서 나갔다. 황성빈의 출루가 만든 결과였다.
그의 타격에서 활약은 8회 초 공격에서도 있었다. 1사 후 타석에 선 황성빈은 3루수 내야 안타로 출루했다. 빗맞은 땅볼 타구와 황성빈의 빠른 발이 만든 안타였다. 이후 상항이 묘하게 흘러갔다. KT는 유격수 신본기와 1루수 문상철이 연달아 평범한 타구에 실책을 하며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비록, 한동희가 병살타로 물러나며 추가 득점을 하지 못했지만, 황성빈의 존재감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빠른 주자 출루의 효과였다.
황성빈은 수비에서 마성의 남자다운 모습을 보였다. 6회 말 KT는 1사 1루에서 타석에 선 문상철이 좌측 담장으로 향하는 큰 타구를 날렸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하게 하는 타구였다. 하지만 그 타구는 더 뻗어가지 못하고 좌측 펜스 앞에서 좌익수 황성빈에게 잡혔다. 만약, 홈런이 됐다면 경기는 2 : 2 동점이 될 수 있었다.
이미 화요일 롯데는 3 : 1로 앞서던 8회 말 강백호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며 순식간에 역전을 허용한 기억이 있었다. 그 아픈 기억이 반복될 수 있는 상황에서 롯데에게 경기 운이 따랐다. 황성빈이 포기하지 않고 공을 쫓은 결과였다. KT로서는 아쉬움이 큰 순간이었다. 묘하게도 그 타구는 마치 황성빈을 찾아가듯 좌측 펜스 앞에서 더 날아가지 않았다.
황성빈의 수비는 9회 초 수비에서도 빛났다. 마무리 김원중과 KT 중심 타자 강백호와의 승부가 치열하게 이어지는 순간, 강백호의 타구가 좌측 파울 라인을 벗어났다. 황성빈은 그 타구를 펜스에 부딪히며 잡아냈고 김원중은 큰 고비를 넘겼다. 강백호는 최근 타고의 타격감을 유지중이었다. 승부가 계속 이어졌다면 상황은 알 수 없었다. 황성빈의 마법 같은 수비가 필요할 나왔다.
이렇게 황성빈의 활약은 연패 탈출의 시급한 롯데에 큰 힘이 됐다. 경기에서 롯데는 수차례 득점 기회에서 적시 안타가 나오지 못하면서 답답한 공격을 했다. 팀에서 가장 뛰어난 클러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중심 타자 전준우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영향이 있었다. 이 상황에서 황성빈이 빠른 발과 센스 있는 플레이로 공격의 활로를 열었고 수비로 실점을 막았다.
묘한 매력의 선수
황성빈으로서도 부상 복귀 후 가질 수 있었던 부상 재발에 대한 불안감과 떨어진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는 활약이었다. 황성빈은 올 시즌 초반 주로 대주자 등 백업 역할을 했지만, 부상 선수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4월부터 주전 외야수로 나섰고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다.
황성빈은 4월 한 달 월간 타율 4할을 넘겼고 홈런 3개에 10개의 도루까지 기록하며 롯데의 새로운 1번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성적 외에 황성빈은 기존 롯데 선수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와 허슬 플레이에 상대를 매우 곤혹스럽게 하는 도전적인 플레이를 했다. 이 과정에서 그의 플레이는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비매너 플레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황성빈은 자신의 플레이 기조를 잃지 않았고 타격 페이스로 유지했다.
황성빈의 플레이 스타일은 생존을 위한 절실함에 기인한 플레이였다. 황성빈은 대졸 선수로 입단 후 바로 병역 의무 이행을 위해 입대를 했고 프로야구 선수로서 시작이 많이 늦었다. 그만큼 기회에 목말라 있는 그였다. 1군 선수로 첫 기회를 잡은 2022 시즌 가능성을 보인 황성빈은 2023 시즌 2년 차 징크스에 시달리며 공. 수에서 모두 부진했고 1군과 2군을 오가는 처지가 됐다.
2024 시즌 역시 황성빈은 1군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하지만 황성빈은 대주자 전문 요원으로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고 롯데에 부족한 스피드를 채워졌다. 그리고 그에게 찾아온 주전 기회에서 황성빈은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의 플레이는 롯데 선수들에게서 볼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었고 롯데 팬들을 빠져들게 했다. 이는 그가 마성의 남자라는 별명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됐다.
황성빈은 뛰는 야구를 하는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햄스트링 부상으로 상당 기간 회복과 재화를 거쳤지만, 부상 복귀 후에도 4월의 플레이를 재현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가 건강하게 그 활약을 이어간다면 롯데 타선은 한층 더 힘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팀에 활력소가 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그의 가치는 크다.
지속 활약을 위한 부상 관리
다만, 재발 위험이 큰 햄스트링 부상 이력은 분명 걱정되는 부분이다. 황성빈은 매번 타석에서 타격을 하고 전력 질주를 하고 있고 주자 플레이에도 열정적이다. 매 경기 흙 범벅이 된 그의 유니폼은 그가 어떤 플레이를 하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런 플레이는 부상 재발 위험이 상존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황성빈은 적당히를 모르는 허슬 플레이가 몸에 배어있다. 그 안에는 어렵게 잡은 주전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의지도 담겨있다. 하지만 부상은 그의 열정과 의지를 이어가지 어렵게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관리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분명한 건 어려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롯데에서 황성빈은 매우 소중한 존재가 됐다는 점이다. 전에는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열심히 하는 선수였지만, 이제는 야구를 알고 현명한 플레이를 하고 있다. 이는 발만 빠르고 도루 성공률이 낮았던 그가 100% 도루 성공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다시 뛰기 시작한 황성빈이 그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그의 마성이 발휘되면 발휘될수록 롯데의 승리는 많아지고 롯데 팬들이 즐거워할 일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황성빈은 부상 복귀 후 첫 선발 출전에서 팀 연패를 끊는 활약을 했다. 그가 지금의 페이스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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