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들은 시원한 바닷가로 어떤 이들은 시원한 계곡을 찾습니다.
저는 그와는 조금 다른, 짙은 녹음이 우거진 숲을 좋아합니다.
강렬한 태양을 막아주는 나무들 사이를 걷다보면 다른 세상속에 와 있는 느낌입니다.
그 중간 중간 작은 계곡물을 만나게 되면 또 다른 즐거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 자리한 산사는 현실의 치열함속에 갇혀있던 제 맘에 잠시 평화를 가져다 줍니다.
6월의 어느 날, 숲길을 따라 수천년의 역사가 숨쉬는 한 사찰을 찾았습니다.
제가 찾은 곳은 경남 사천의 다솔사,
그 창건 역사 신라 지증왕에 이를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입니다.
그 건물 하나하나 곳곳에 위치한 부도나 그림이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가치가 큰 곳입니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빽빽히 우거진 숲 길을 지나야 합니다.
햇살은 따가웠지만 나무들이 그 빛으 막아주니 시원함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중간중간 우거진 나무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빛을 담았습니다.
곳곳에 있는 빛들은 흔적은 저를 산중의 사찰로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숲길을 한 참 걸어서 사찰에 도착했습니다.
사찰 입구에 있는 약수물로 목을 축입니다.
맑은 물은 제 마음속에 찌는 때까지 씻어내리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돌 계단을 지나 사찰 안으로 향합니다.
사찰의 규모는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건물 하나하나가 기풍이 있고 멋이 담겨 있었습니다.
세심한 장인의 손길이 있었기에 천년이 넘게 그 기품있는 모습을 간직할 수 있었겠지요?
이 사찰으 가장 큰 법당은 와불이 모셔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는 바깥을 볼 수 있게 되어 있는데요.
바로 사리가 모셔진 이 부도를 함께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법당의 모습은 카메라로 담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찰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였습니다.
작은 화단의 한 편에는 방문자들이 하나 둘 가져다 놓은 불상들이 자리했습니다.
그 표정이나 모양이 정말 다양했습니다.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기원과 소망도 다를 것 같습니다.
사찰의 작은 화단에 연 꽃이 피었습니다.
뜨거운 날씨였지만 그 모습에는 흐트러짐이 없었습니다.
오래된 고찰의 연꽃은 그 자체로도 기품이 있어 보입니다.
사찰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 작은 시냇물에 햇살이 비치면서 보석같이 빛납니다.
이 시냇물을 따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도 점점 저편으로 사라져 가겠지요?
그리고 세월이 지나 마지막 사진처럼 삶의 회한을 가득 안고 어떤 벤치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되세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전 그 회한을 사진으로 담고 있습니다.
화창한 날씨였지만 그 모습은 왠지 모를 쓸쓸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제 먼 미래는 어떤 것일까요?
산중의 작은 사찰,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시간이 흘러 지나간 세월에 대한 회한대신 내가 담은 사진들을 추억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보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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