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LG 트윈스, 뭉쳐야 산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만큼 시즌 시작전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팀은 없을 것입니다. 서울이라는 거대 시장에 자리한, 다수 열혈 팬들을 보유한 LG지만 성적에 있어서 만큼은 불만족의 연속이었습니다. 한 때 하위권 팀들을 대명사로 일컷어지던 엘롯기 동맹의 한 축이었지만 롯데와 KIA가 LG보다 앞서 가을야구에 진출하면서 LG는 나홀로 하위권을 전전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2002년 한국시리즈를 끝으로 LG는 더 이상 가을야구와 인연을 맺지 못했습니다. 떨어질 팀은 떨어진다 라고 하는 DTD의 저주에 걸려버린 것입니다. 해마다 선수 영입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최고 수준의 지원을 받았지만 성적과는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수 차례 감독이 경질되었고 자체적인 변화를 시도했지만 소득은 미미했습니다.

이런 LG를 두고 많은 팬들은 근성이 부족하다 모래알 조직력이라는 평가를 내리곤 했습니다. 지난 시즌 LG는 새롭게 영입된 리즈, 주키치 두 외국인 투수의 활약과 혜성과 같이 등장한 에이스 박현준이 선발진의 3각 편대를 이루면서 상위권의 가능성을 보였습니니다. 4번 타자로 고정된 박용택을 중심으로 한 타선은 신구의 조화를 이루면서 강력한 힘을 발휘했습니다.

투타가 조화를 이룬 LG는 시즌 초반 상위권에 랭크되었고 시즌 중반까지 그 기세를 유지했습니다. 이번에는 다르겠지 하는 LG팬들의 기대가 이루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 전년도 가을부터 시작된 강훈련의 효과가 결과로 이어질 것 같았습니다. 항상 문제가 되었던 조직력의 문제도 고참 선수들을 중심으로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해마다 LG를 괴롭혀온 DTD의 저주가 또 다시 재현되었습니다. 여름이 되면서 LG의 페이스는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잘 유지되던 투타의 균형을 무너뜨렸습니다. 무너진 팀 밸런스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그들 뒤에 있어 팀들이 LG를 추월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LG는 또 다시 가을야구의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근래 들어 가장 좋은 내용의 시즌을 보냈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를 하고도 또 다시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낸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시즌 막판 코칭스탭과 선수가 따로 노는 모습이나 코칭스탭 내부의 불화설 여기에 프런트와의 갈등설 등 좋지 못한 소문들이 불거진 것도 LG를 더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LG의 체질개선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박종훈 전 감독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라이벌 두산 출신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박종훈 감독이었지만 성적에 대한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그에게 팀의 세대교체와 성적이라는 두마리 토끼 잡기를 기대한 LG였지만 그것은 욕심이었습니다.

LG는 올 시즌을 앞둔 스토브리그에서도 시련을 겪었습니다. 팀의 주축 선수들이 대거 FA로 팀을 떠난 것입니다. FA 시장의 큰 손 역할을 하던 LG였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그 셈법이 냉정했습니다. 그것은 팀 내 FA들에게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우선 협상에서 LG는 좌완 불펜 이상열만을 잔류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택근이 팀을 떠났고 송신영이 뒤를 따랐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10년 넘게 LG의 안방을 지키던 조인성의 전격 SK행이었습니다. 비록 투수리드 등 수비적인 면에서 아쉬움의 평가를 받았던 조인성이었지만 프랜차이즈스타의 이적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장타력을 겸비한 수준급 공격력을 지닌 베테랑 포수의 이적은 그 어떤 선수의 이적보다 큰 타격이었습니다.

가능성을 보인 젊은 포수들이 있지만 그들이 당장 조인성을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외부 영입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LG는 주전포수에 대한 고민을 안고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이와 동시에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고 넥센에서 영입한 이택근, 송신영의 이적은 비효율적인 투자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으로 팬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는 결과였습니다.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한 LG는 스토브리그에서 상당한 전력 손실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팀의 변화를 재촉받게 된 것입니다. 신임 김기태 감독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부터 순탄치 못했던 김기태 감독으로서는 동계 훈련기간 떨어진 팀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전력공백을 해결할 방안도 찾아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LG는 되풀이되는 뒷심 부족현상과 투자대비 부진한 성적에 대한 해법으로 또 한번의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젊은 김티태 감독선임은 그 시작이었습니다. 당초 가을야구에 대한 강한 열망을 지닌 LG였기에  김성근, 선동렬 등 검증된 명장의 영입이 예상 되었습니다. LG팬들 역시 강력한 카리스마을 지닌 감독의 선임을 원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크게 빗나갔습니다.

프랜차이즈 출신이 아닌 젊은 감독의 내부발탁에 우려감이 높았습니다. 스타플레어가 즐비한 LG 선수들을 과연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힘이 그에게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김기태 감독은 동계 훈련기간 부터  선수들에게 자율권을 주면서 이전과 다른 리더십을 선보였습니다. 지난 시즌 긴 기간 동안의 훈련이 큰 효과가 없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팀내 경쟁구도 형성에 주력하는 인상입니다.

그동안 LG는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했음에도 이들을 하나로 묶지 못했습니다. 특히 위기의 순간 팀은 하나로 뭉치지 못했고 주저앉기를 반복했습니다. 그 결과는 항상 뒷심 부족과 연결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강한 의지로 다음 시즌을 시작하지만 똑 같은 패턴이 반복되지 일 수 였습니다. 선수들 역시 하위권을 전전하는 팀의 분위기에 동화되는 느낌이었습니다. LG 팬들의 실망감도 쌓여만 갔습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LG는 투자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파격적인 투자는 잠시 접었습니다. 팀 부진의 원인이 선수들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실제 FA 선수들이 팀을 떠나긴 했지만 LG선수들의 면면은 화려합니다. 지난 시즌 완벽하게 부활한 이병규는 올 시즌 팀의 주장으로 구심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외야진의 박용택, 이대형, 이진영 역시 검증된 선수들입니다.

여기에 재능있는 젊은 유망주들이 다수 포진된 LG의 야수층은 두텁습니다. 투수진 역시 박현준이 부상에서 회복되고 주키치, 리즈 두 외국인 선수가 재 계약하면서 단단한 선발진 구축이 가능합니다. 또한 오랜 부상재활 과정을 거친 에이스 봉중근도 가세할 전망입니다. 선발진 만큼은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송신영이 떠난 불펜진의 강화가 동계훈련 기간 큰 이슈가 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좀처럼 뭉치지 못하는 선수들의 조직력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을 실천에 옮길 필요가 있습니다. 주전급들의 FA 이적은 큰 위기일수도 있지만 기존 선수들에게 큰 자극제가 될 수 있습니다. 기회의 문이 열린 백업 선수들의 의욕을 높일 계기도 될 수 있습니다. 이번 동계훈련의 분위기기 뜨거워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LG로서는 내부경쟁의 강화를 통한 팀 체질개선을 기대할 것입니다. 또한 2차 드래프트에서 노장 최동수를 영입하면서 베테랑 선수들의 분발 또한 요구하고 있습니다. LG의 주축 선수들 역시 이번에는 다르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습니다. 팀이 하나로 뭉칠 계기는 마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외부 영입이 없다는 것이 선수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팀에 대한 팬들의 충성도에 있어서도 어느 팀도 부럽지않은 LG였습니다. 하지만 그 팬들은 해마다 긴 한숨을 내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성적향상을 위한 다양한 시도 역시 소용이 없었습니다. 팀 스스로가 무너지면서 시즌을 그르쳐왔던 LG의 모습들이었습니다. 이는 LG의 가을야구 희망을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줍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많은 변화를 겪은 LG가 과연 심기일전 할 수 있을까요? 모래알 같은 조직력이 단단해 질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은 결국 LG 선수들 자신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과연 LG가 똘똘 뭉친 힘으로 올 시즌을 임할 수 있을지 그리고 시즌 내내 그 힘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그것이 가능하다면 LG는 올 해 프로야구 판도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youlsim)
사진 : LG트윈스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