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파워, 잠들어있는 KIA 깨울까?


프로야구에서 그 전해 우승팀이 연속으로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승의 과정에서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이 따르기 마련이고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하는데 따른 후유증도 있습니다. 우승이라는 영광뒤에는 연봉 협상등의 과정에서 더 큰 갈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과거 해태나 최근의 SK같이 오랜 기간 강자의 자리를 유지하는 팀들도 있지만 우승 후유증은 분명 존재합니다.

2009년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모두 우승했던 KIA 타이거즈는 여전히 우승 후유증이 진행형입니다. 2009년 우승 당시 해태시절 이룩한 우승과 더불어 10번의 우승을 이룬 유일한 팀으로 그 영광이 더했던 KIA였습니다. 강력한 선발진과 장타력을 겸비한 순도높은 타선의 공격력,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맞물리면서 강자의 자리를 오랜 기간 유지할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KIA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10년 부터 KIA는 다시 침체기로 접어들었습니다. 그 해 주전들의 줄부상이 어이지면서 KIA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우승의 주역들이 하나 둘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가지고 있는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KIA는 지난 해 이범호를 전격 영입하면서 약점이던 타선을 보강했습니다. 이범호 효과는 타선 전체를 강화시키는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살아난 타선과 윤석민, 로페즈, 트레비스가 주축이된 강력한 선발진이 다시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1위로 전반기를 마감한 KIA는 2009년 우승의 영광을 재현할 것 같았습니다. 투타의 조화는 연패를 허용하지 않았고 팀 전력은 안정적이었습니다. 이러한 KIA의 기대는 후반기 실망감으로 변했습니다. 피해가는 듯 했던 주전들이 부상이 연이이 발생하면서 팀 전체가 다시 크게 흔들렸습니다.

백업 선수들과 주전 선수들의 기량이 큰 KIA의 사정상 주전들의 부상 공백은 치명적이었습니다. 전반기 철벽을 자랑하던 선발 투수진마저 피로감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두 외국인 투수는 약속이나 한 듯 부진에 빠졌습니다. KIA는 후반기 전반기 승수를 패배와 맞바꾸면서 힘겹게 4위에 턱걸이 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KIA는 대 롯데전 치욕의 연패를 당하면서 롯데 돌풍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습니다.

KIA의 4위는 전략적인 부분도 있었습니다. 부상 선수들의 많은 상황에서 팀 전력을 100% 가동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한 페이스 조절의 측면도 있었습니다. 윤석민을 중심으로한 투수진이 힘을 발휘한다면 포스트시즌에서 해볼만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입니다. 준 플레이오프 1차전을 승리할때까지만 해도 그 예상은 맞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2, 3, 4차전을 속절없이 내준 KIA는 쓸쓸히 가을야구 무대를 떠나야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의 우세 전망과 함께 1차전을 승리하면서 절대 유리한 시리즈 승리의 확율을 잡았지만 KIA는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전임 조범현 감독의 팀운영과 선수기용 등에서 팬들의 많은 비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는 강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KIA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조범현 감독은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성적표를 남기고도 팀을 떠나야했습니다. KIA 팬들은 좀 더 강하고 근성있는 팀으로의 변신을 원했고 이는 팀의 변화를 가져오게 만들었습니다. KIA는 선동열 전 삼성감독에서 손을 내밀었습니다. 과거 KIA의 전신 해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레전드 선동열 감독이 긴 시간을 돌아 고향팀으로 복귀한 것입니다.

해태시절 무등산 폭격기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도 선동열 감독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습니다. 그가 마무리 투수를 하던 시절, 선동열이 불펜에서 몸을 풀기만해도 상대팀은 주눅이 들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상적인 컨디션이라면 선동열의 공을 제대로 때려낼 타자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국내 무대에서 천하무적의 투구를 했던 선동열은 이후 일본 리그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었습니다.

선동열이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그와 KIA와의 인연은 바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지도자 생활의 첫번째 행선지로 삼성행을 택한 선동열 감독은 수석코치와 감독을 거치면서 삼성의 체질을 바꾸는데 성공했고 젊고 강한 팀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선동열 감독은 우승 이후 과감한 리빌딩을 선택했고 삼성은 신구가 조화를 이룬 팀으로 변모했습니다. 특히 어느 팀도 넘볼 수 없는 강력한 불펜은 그의 유산이었습니다.

KIA는 선동열 감독의 이러한 점을 높게 산 것으로 보입니다. 선동열 감독은 가능성이 있는 젊은 선수를 중용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를 통해 기존 선수들의 분발을 촉진하고 팀내 경쟁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삼성 감독시절 선동열 감독은 이를 통해 삼성을 젊고 강한 팀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백업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두터운 선수층 구축이 필요한 KIA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선동열 감독의 탁월한 투수지도력 또한 KIA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선동열 감독은 외부 영입보다는 내부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하면서 현재의 삼성 철벽 불펜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한 지키는 야구는 상대팀에게 큰 부담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고질적인 불펜약점을 가지고 있는 KIA로서는 선동열 감독의 영입으로 불펜의 숙제를 해결하고자 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외에 선동열 감독의 영입은 팬들의 오랜 염원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2009년 우승의 숙원을 풀었지만 KIA 팬들은 팀의 레전드가 팀을 이끌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과거 해태시절의 향수를 잊지 못한 것입니다. 과거 해태는 강팀으로서 강력한 전력을 가지고 있기도 했지만 선수들 모두가 강한 승부욕을 지닌 조직력과 근성의 팀이기도 했습니다.

KIA팬들은 이러한 해태의 정신이 이어지기를 바랬습니다. 해태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던 KIA였지만 2009년 이후 무기력증에 빠진 팀에 대한 변화요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해마다 막대한 투자를 하고도 실망스러운 성적을 기록했던 구단이 과거 해태와 다시 손을 잡은 것입니다. 선동열 감독의 영입은 그가 지닌 상징성과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고려한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선동열 감독 영입 이후 KIA는 선동열 감독에게 전권을 위임했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선수 부상 도미노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던 광주구장의 인조잔디도 천연 잔디로 교체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당장 KIA는 동계 훈련부터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입니다. 스타 선수들도 몸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전훈에서 배제되고 있습니다. 이는 젊은 선수들에게는 기회의 문이 더 넓에 열렸음을 의미합니다. 습니다. 윤석민을 비롯한 투수들 역시 강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방황의 시간을 털어내고 팀에 복귀한 김진우, 부상재활의 과정을 거친 한기주 등 젊은 투수들의 성장에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선동열 감독의 투수 조련 능력으로 KIA의 불펜진이 안정화된다면 그리고 신예와 베테랑이 조화를 이룬 라인업이 구축된다면 KIA는 다시 한번 상위권 판도를 흔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을 벌써부터 최강 전력의 삼성을 위협할 팀으로 KIA를 거론하는 분위기입니다. 선동열 감독의 존재가 이러한 판단에 큰 바탕이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 고향팀에 돌아온 선동열 감독입니다. 과거의 그의 이름을 따 일본 주니치가 있는 나고야의 태양으로 불리기도 했던 선동열감독이었습니다. 그의 SUN파워가 우승 이후 다소 주춤하고 있는 KIA를 더 강하게 만들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을지, 그들이 원하는 또 한번의 우승에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 줄지 선동열 감독의 KIA가 만들어갈 2012년 역시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youlsim)
사진 : KIA 타이거즈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