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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서 동계 훈련은 치열한 생존 경쟁의 장이기도 합니다. 주전급 선수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하지만 팀내 입지가 확고하지 못한 중견 선수들에게는 더욱 더 절실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다가가기 힘든 주전 자리에 도전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유망주들과의 엔트리 경쟁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밀리면 시즌 내내 잊혀진 선수가 될수도 있습니다.

롯데의 외야수 이인구에게 이번 동계 훈련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입니다. 이미 30살을 넘겨버린 나이, 하지만 아직 1군에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한 그로서는 개막전 엔트리 진입에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습니다. 롯데의 포지션 중에서 최고의 경쟁율을 자랑하는 외야진 속에서 이인구는 후배 선수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합니다.

이인구는 프로 입단 이후 빛나는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2003년 입단 당시 2라운드 8순위로 지명을 받을 정도로 유망주로 기대를 모은 선수도 아니었습니다. 입단 첫해와 그 다음해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한 이인구는 상무 입대를 선택했습니다. 그곳에서 이인구는 가능성을 보였고 군 제대후 롯데 외야진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선수로 변신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안정된 수비와 성실한 플레이는 그를 지탱하는 힘이었습니다. 타격 역시 장타력은 없지만 좌타자라는 이점에 컨텍 능력을 지닌 선수로 평균 이상의 성적을 충분히 기록할 능력을 보였습니다. 해가 지나면서 점점 타수를 늘린 이인구는 2009년 주전 도약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 해 이인구는 시즌 중반까지 3할대의 타율과 근성있는 플레이로 오랜 기다림의 결실을 맺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시즌 후반기 이인구는 극심한 체력저하 현상을 보였습니다. 성적 역시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결국 이인구는 주전에서 밀리는 것은 물론이고 2군행을 통보받아야 했습니다. 포스트시즌 역시 그는 관중으로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봐야 했습니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였고 이인구는 그것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 기회를 놓친 이인구에게 더 이상의 기회는 없었습니다.

손아섭, 전준우 등 젊은 외야진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2010년 이후 이인구는 경기 출전의 기회를 크게 잃고 말았습니다. 2010년 시즌에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내야했습니다. 그 사이 롯데 외야진은 또 다른 신예들로 채워졌습니다. 이인구의 입지가 크게 불안해진 것입니다. 여기에 뜻하기 않은 타격 부진까지 겹치면서 이대로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 해 이인구는 다시 한번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대부분의 경기를 백업으로 나섰지만 대타, 대주자, 대수비 등 자신의 역할을 확실하게 해주었습니다. 1군과 2군의 경계에서 불안한 시즌을 보내야 했지만 이인구는 특유의 성실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항상 준비된 선수로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습니다.

2012년 이인구는 다시 한번 경쟁구도속에 서 있습니다. 매 시즌 생존을 위한 노력을 해야하지만 이번 시즌은 더욱 더 중요합니다. 김주찬, 전준우, 손아섭으로 구성된 외야 라인업의 틈을 뚫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백업선수로 이인구는 충분히 가치가 있는 선수입니다. 타 경쟁자들과 차별화되는 많은 경기 경험은 엔트리 경쟁에 있어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비교적 빠른 발을 가진 좌타자라는 점도 그에게 유리합니다. 롯데는 현재 좌타자 부분에서 약점이 있습니다. 손아섭, 박종윤 등이 주전 라인업을 구성하겠지만 마땅한 왼손 대타 요원이 부족합니다. 컨텍능력을 가지고 있는 좌타자 이인구라면 이러한 역할에 적합합니다. 여기에 수비에 있어서도 이인구는 안정적입니다. 외야 백업에만 머물러 있기에는 넘치는 기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올 시즌 그의 자리는 백업 외야수 그 이상이 되기에는 힘들어 보입니다. 하지만 제 4의 외야수로 충분히 가치를 지닌 선수입니다. 여타 선수들의 저마다의 특화된 기량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면 이인구는 안정감있는 플레이로 언제든 믿을 수 있는 선수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타격에서 변화구에 대한 약점만 조금 더 보완한다면 그가 좀 더 활용될 여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팀의 중견선수가 된 이인구는 실력으로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강할것입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한 몫을 할 능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주전 선수의 불의의 부상과 체력 안배를 위해서도 각 팀은 백업 야수들에 대한 기량 향상에도 큰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공수 어디에도 빠지지 않은 기량을 지닌 이인구라면 선수층의 두텁게 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얻기 위해 이인구는 이번 동계훈련 동안에도 숨막히는 경쟁을 이겨내야 합니다. 이 경쟁에서 밀리면 이인구의 1군 진입은 더욱 더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경험을 쌓게 하는 선수 기용은 젊은 선수들에게 해당되는 것입니다. 이인구는 동계 훈련기간 팀에 긴요하게 쓰일 자원임을 스스로 입증해야 합니다.

늦은 나이에 빛을 본 선수들 대부분은 기회가 없는 것에 좌절하지 않고 항상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롯데 주전 외야진이 강하다고 하지만 시즌 중 어떠한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이인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팀을 만들어가기 보다는 더 좋은 성적을 우선시 하는 롯데의 상황은 전력에 보탬이 된다면 그 누구도 기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올 시즌 이인구가 더 치열해진 롯데 외야진 경쟁을 이겨낼 수 있을지 자신의 존재감을 1군에서 보여줄지 그의 물러설 수 없는 벼랑끝 승부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youlsim)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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