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롯데의 또 다른 힘, 풍부해진 백업멤버

장기 레이스를 펼치는 프로야구 시즌에 있어 주전선수들을 뒷받침하는 백업 선수들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경향은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모두 주전이라 해도 될만큼 기량의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SK의 경우는 엔트리 전원을 골고루 활용하는 토털야구로 오랜기간 최강팀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SK 뿐만 아니라 상위권에 랭크된 팀 대부분은 백업 선수들의 층이 두텁고 강합니다. 주전들의 부상으로 인한 전력 누수를 최소화 시킬 수 있고 장기 레이스 동안 한결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각 팀들은 2군 육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2군 시스템이 잘 운영되는 팀들은 자체 자원으로 팀을 더 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최근 경향입니다.

이런 점에서 롯데는 타 팀에 비해 주전과 비 주전의 격차아 큰 팀 중 하나였습니다. 주전들의 부상은 성적의 하락과 직결되었습니다. 과거 롯데의 암흑기 시절 봄에는 최고의 팀이었다가 시즌이 진행될수로 하위권으로 처지는 중요한 이유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주전들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후반기 팀 전체의 힘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롯데가 2008년 시즌 이후 다시 상위권 팀으로 도약한 것에는 2군 육성에 대한 투자가 있었기 가능했습니다. 현대식 전용 연습장에서 키워낸 젊은 유망주들이 하나 둘 팀의 주축으로 성장하면서 팀이 더 강해질 수 있었습니다. 롯데에게 생소한 용어였던 포지션 경쟁이 이루어지면서 팀 전체의 체질개선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타 상위권 팀에 비해 롯데의 백업층은 여전히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주전과 백업 선수들의 기량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진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전준우, 손아섭, 문규현 등이 새롭게 주전으로 자리했지만 이들을 위협할 자원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끊임없는 경쟁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주전 선수들에 대한 새로운 자극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지난 시즌 롯데는 정규리그 2위로 시즌을 마치긴 했지만 주전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았습니다. 롯데의 후반기 상승세는 주전들의 부상복귀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강팀이 되기 위해 필요한 주전과 비주전간의 실력차 줄이기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가능성있는 선수들이 다수 등장했지만 주전들의 자리를 확실히 대체할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올 시즌 롯데는 공수 양면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투 타의 핵심 선수들의 팀을 떠난 상황에서 불기피한 선택이었습니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또 다른 방편으로 롯데는 백업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공을 들였습니다. 그 어느때 보다 강도높은 훈련으로 선수들 기량의 상향평준화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실이 조금씩 보이고 있습니다.

내야진의 경우 항상 백업 요원들이 부족했던 롯데였습니다. 올 동계 훈련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전은 3루수 황재균, 유격수 문규현, 2루수 조성환, 1루수 박종윤이 유력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세력들이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시즌부터 내야진의 백업요원으로 확실하게 자리한 손용석을 중심으로 양종민, 정훈 등이 엔트리 경쟁을 펼칠거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동계훈련 기간 양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신인 내야수 신본기의 기량이 크게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내야 거의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신본기는 입단 당시부터 견실한 수비능력을 인정받은 선수였습니다. 신본기는 수비능력과 함께 날카로운 타격감을 선보이면서 당당히 내야 엔트리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기존의 선수들이 모두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김대우가 가세했습니다. 해외 진출을 위한 꿈을 버리고 롯데에 입단한 김대우는 투수로서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지난 시즌 중반 타자로 전향한 크는 힘있는 타격으로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타고난 힘에 야구 센스를 갖춘 그는 우투 좌타라는 장점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롯데에 필요한 좌타 거포로의 성장이 기대됩니다.

김대우의 성장은 무혈입성이 예상되는 박종윤의 1루수 자리에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오랜 기다림끝에 주전 1루수의 꿈을 이룬 박종윤이지만 올 시즌 그는 풀타임 첫 시즌입니다. 백업멤버로 오랜 기간 활약했던 그로서는 체력적인 부담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롯데는 동계훈련기간 조성환의 1루수 수비 능력을 시험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박종윤에 대한 믿음이 확실치 않다는 반증입니다.

만약 김대우가 박종윤과 함께 1군에 이름을 올린다면 롯데 내야진 엔트리에 변화가 올 수 있습니다. 손용석, 양종민, 정훈, 신본기 등의 내야 요원 중 2명은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롯데의 코칭 스탭으로서는 내야엔트리 구성에 고민을 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범경기 동안 주어진 기회에서 누가 인상적인 활약을 펼칠지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이런 내야와 함께 외야 역시 북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손아섭의 부상이라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제 4 외야수를 향상 경쟁이 더 치열해졌습니다. 시즌 초반 선발 출전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승화, 이인구, 황성용, 김문호 등이 외야 엔트리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공수를 모두 겸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승화는 강한 수비와 떨어지는 타격이라는 장단점이 여전합니다. 이인구는 안정된 기량을 가지고 있지만 강한 임팩트가 없습니다. 황성용의 경우 근성있는 플레이와 수비가 돋보이지만 기복이 있는 플레이가 단점입니다. 김문호의 경우 힘있는 타격을 하지만 수비의 문제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남은 시범경기에서 누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일지가 관건입니다. 

이들간의 경쟁이 선수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 롯데의 외야진은 김주찬, 전준우, 손아섭으로 이어지는 단단한 3인방에 든든한 백업층을 갖춘 철옹성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내외야 모든 부분에서 든든한 선수층을 구축한 롯데지만 포수 부분에서는 아직 허전함이 여전합니다. 경험이 많은 이동훈이 군에 입대한 장성우를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이 높지만 공격과 수비 모두 기존의 장성우를 넘어서기게는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그와 경쟁하고 있는 김사훈, 윤여운의 경우 젊은 패기가 돋보이지만 1군에 자리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롯데로서는 내외야 모든 부분에서 선수층을 두텁게 한 스프링캠프였지만 포수 부분에 있어서는 여전히 고민을 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시범경기를 통해 백업포수 후보들의 기량을 차례차례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제 2 포수가 확실히 정해지고 강민호의 백업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균형잡힌 엔트리 구성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제 프로야구 각 팀들은 연습경기와 이어지는 시범경기로 사실상 실전 체제로 돌입했습니다. 엔트리 구성 역시 빨리 확정지어야 합니다. 팀애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것 또한 당연한 현상입니다. 롯데의 경우 주전들의 위치는 여전히 확고하지만 백업 선수층 역시 좋아졌습니다. 그들 내부에서도 경쟁구도가 형성될 만큼 양적으로 질적으로 양질이 백업선수층이 만들어졌습니다.

롯데로서는 개막전까지 풍부해진 선수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렵지만 분명 행복한 고민입니다. 롯데 팬들로서는 롯데 코칭스탭이 어떻게 선수들을 조합시킬지가 정말 궁금할 수 밖에 없습니다. 롯데의 풍부해진 백업층이 전력강화로 연결될지 동계훈련 기간동안 잠깐 보인 허상일지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롯데의 선수 운영에 달려있습니다.

이 부분은 초반 상위권 진입과 유지라는 올 시즌 롯데 전략의 큰 틀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youlsim)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