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연장 12회 무승부 경기를 한 롯데와 두산은 일요일 경기를 꼭 잡고 싶었을 것입니다. 롯데는 개막 3연승 후 주춤하고 있는 팀 분위기를 일신시켜야 했고 두산은 위닝 시리즈를 완성시키면서 기분 좋게 다음주 삼성과의 주중 3연전을 대비하고자 했을 것입니다. 초반 팽팽하게 전개되던 경기는 롯데 타선의 집중력과 두산 내야진의 아쉬운 수비가 맞물리면서 승부의 추가 급격히 롯데쪽으로 기울었습니다.
5 : 0, 롯데의 팀 완봉승, 전날 역전승을 완성하지 못했던 롯데는 일요일 경기에서 공수 모든 부분에서 집중력을 발휘했습니다. 타선은 5회말 기회에서 집중타로 4득점에 성공했고 수비역시 무실책 경기로 롯데 선발 이용훈의 어깨를 가볍게 했습니다. 결국 롯데는 경기 중반 잡은 리드를 잘 지켜내면서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롯데 승리의 중심에는 선발 이용훈의 호투가 있었습니다. 한화와의 2차전에서 구원승을 따냈던 이용훈은 일요일 경기에서 7.1이닝 6피안타 무실점의 빛나는 투구로 선발승을 추가했습니다. 시즌 2승, 그리고 981일만의 선발승은 승리와 거리가 멀었던 이용훈에게 감격스러운 승리였을 것입니다. 팀 내 5선발 경쟁에 있어서도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게 하는 승리였습니다.
이용훈은 해마다 롯데의 5선발 후보로 거론되었던 선수였습니다. 전성기 시절,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로 기대를 모았지만 반복되는 부상과 기복이 심한 피칭은 그를 만년 기대주로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기대감이 반복되는 사이 그의 나이는 30대 중반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가 정체된 기량을 보이는 사이 롯데의 선발진은 김수완, 이재곤, 고원준 등의 젊은 선수들이 자리하게 되었고 이용훈의 입지는 좁아졌습니다.
지난 시즌 후반, 이용훈은 1군 등판의 기회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팀내 선발진에 누수현상이 발생했을 때도 그는 부름을 받지 못했습니다. 팀에서 그는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용훈은 2군에서 꾸준히 선발로테이션을 지켰고 부상없이 한해를 보냈습니다. 그의 약점이던 부족한 내구성 문제를 극복한 것입니다.
시즌 막판 퓨처스리그에서 이용훈은 프로 첫 퍼펙트 경기를 완성하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나이와 부상으로 방출위기에 놓여있던 이용훈은 시즌 막판 1군에 합류하면서 다시 한번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은 복귀는 이용훈의 기량을 펼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올 시즌을 앞둔 스프링 캠프에서 이용훈은 젊은 선수들과 치열한 5선발 경쟁을 펼쳤습니다. 그에게는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었습니다. 지난 시즌 2군 이지만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자신감을 찾은 이용훈은 5선발 경쟁에서 가장 앞서나갔습니다. 그리고 당당히 개막전 엔트리에 그의 이름을 올렸습니다. 구원 등판이었지만 시즌 첫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된 것은 자신감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일요일 이용훈은 부담이 큰 등판을 해야했습니다. 팀은 시즌 초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려있었고 전날 12회 연장으로 선수들은 지쳐있었습니다. 올해도 4월 부진, 즉 거인의 봄 촌곤증이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높아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상대 두산의 타선은 상하위 타선 모두 좋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팀의 승리가 꼭 필요한 상황에서 경기 결과에 대한 압박감이 큰 등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용훈은 베테랑다운 투구로 자신의 역할을 120% 이상 해주었습니다. 6안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집중타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실점을 막았습니다. 강속구는 아니었지마 낮게 제구를 하면서 위기를 스스로 극복했습니다. 2회초와 4회초 이용훈은 병살타를 유도하는 관록투는 베테랑 투수의 힘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이용훈의 호투는 롯데의 떨어진 페이스를 끌어올려 주었습니다.
롯데는 두산 선발 김승회를 공략하지 못하면서 초반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단단한 수비로 이용훈을 도왔습니다. 1회초 손아섭의 멋진 홈 송구는 이용훈의 무실점 호투를 하는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반면 두산은 선발 김승회가 초반 분위기를 잘 이끌어주었지만 이용훈의 노련한 투구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했고 5회말 어설픈 수비가 연속되면서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5회말 롯데는 두산 김승회의 구질에 적응하면서 집중안타를 폭발시키면서 기회를 잡았습니다. 1사 후 가벼운 어깨부상으로 결장한 전준우를 대신해 출전한 이승화의 안타로 시작된 찬스에서 롯데는 문규현의 내야안타와 김주찬의 안타로 만들어진 만루 기회에서 박종윤의 밀어내기 볼넷, 홍성흔의 3타점 2루타로 단숨에 4득점에 성공하면서 경기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두산은 새롭게 1루수로 기용된 윤석민의 두 차례 수비가 아쉬웠을 것입니다. 문규현의 1루수 내야안타는 심판 판정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조금만 더 침착했다면 문제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홍성흔의 2루타 역시 정면으로 가는 땅볼 타구였습니다. 윤석민이 전문 1루수 였다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두 차례 결정적인 수비는 승부와 직결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두산은 5회말 위기에서 좌타자 박종윤을 겨냥한 김창훈, 홍성흔을 겨냥한 고창성 두 좌우완 언더핸드 카드가 모두 실패하면서 대량 실점을 막지 못했습니다. 투수의 기용과 타이밍에서 또 한가자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이후 등팡한 노경은의 호투는 그 아쉬움을 더 크게 만들었습니다. 반면 롯데는 전준우 대신 3번에 기용된 박종윤 카드가 적중하면서 대량 득점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박종윤은 5회말 밀어내기 타점에 있어 6회말 쐐기 적시타로 1타점을 더 추가하면서 팀 승리에 크게 기여했고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했습니다. 3번타자로서 손색이 없는 활약이었습니다. 4번 홍성흔은 4안타 3타점을 기록하면서 승리의 또 다른 주역이 되었습니다. 두산과의 주말 3연전에서 무려 6타점을 쓸어담으면서 중심 타자에게 필요한 클러치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 외에도 롯데는 그동안 부진하던 김주찬이 3안타 2득점, 조성환이 2안타, 문규현이 2안타 경기를 하면서 타선에 힘을 보탰고 팀 16안타를 기록하면서 선수들의 타격감이 다시 돌아왔음을 알렸습니다. 안타수에 비해 5득점이 부족해 보인것은 사실이지만 극심한 타격부진 현상을 탈피했다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승기를 잡은 롯데는 이용훈에 이어 효과적인 불펜 기용으로 팀 완봉승을 완성했습니다. 마지막 투수로 등판한 최대성은 150킬로 넘은 강속구로 3타자를 가볍게 막아내면서 방어율 0의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롯데로서는 팀 승리와 더불어 투타에서 좋은 경기 내용을 보였다는 것이 승리의 기쁨을 더하게 했습니다.
롯데는 일요일 경기 승리로 상위권에서 시즌 초반 레이스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 팀간 승차가 크지 않고 많은 경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초반 팀 슬럼프로 이어질 위기를 잘 넘겼습니다. 특히 팀의 5선발 투수가 등판한 경기를 잡아내면서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다음주를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용훈의 가세로 확실한 5선발 체제가 구축되었다는 것고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이제 롯데는 1위를 달리고 있는 SK와의 주중 3연전을 시작으로 KIA와의 주말 3연전을 다음 주 앞두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됩니다. 하지만 상위권 유지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고비입니다. 일요일 다시 찾은 상승기류를 유지한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과연 롯데가 봄 촌곤증을 탈피하고 다시 상승 분위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초반 상승세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제이기도 합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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