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 롯데와 넥센의 대결에서 양 팀의 입장은 크게 달랐습니다. 전날 대패를 당한 롯데는 5월 들어 계속되고 있는 침체를 벗어나야 했습니다. 이에 맞선 넥센은 상대의 좋지 못한 분위기를 최대한 활용해서 상위권 진입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일전이었습니다. 롯데는 뚜렷한 하락세, 넥센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은 화요일에 이어 수요일에도 재현되었습니다.
넥센은 2회 초 타선의 집중력을 얻은 5득점과 선발 등판한 신예 김영민의 호투를 앞세워 롯데에 8 : 0 완승을 했습니다. 전날 대승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간 것입니다. 롯데는 팀 에이스이자 마지막 희망이었던 선발 유먼이 초반 허무하게 무너졌고 큰 폭의 타선과 변화와 부상 중인 김주찬을 2군에 내리는 등의 엔트리 변화로 분위기 쇄신을 노렸지만 그 효과는 없었고 이틀 연속 완패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양 팀의 안타 수는 8 : 8로 같았지만 넥센은 8득점, 롯데는 무득점이었습니다. 넥센은 8안타 중 4안타를 2회 초에 집중시켰고 그 이닝에 얻어낸 2개의 볼넷을 묶어 대량득점에 성공했습니다. 반면 롯데는 8개의 안타가 산발로 처리되는 비효율적인 공격으로 득점에 실패했습니다. 타선의 집중력 차이가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롯데는 선발로 나선 유먼의 투구가 아쉬웠습니다. 선발진의 거듭된 부진에도 가장 안정감 있는 투구를 보였던 유먼이었기 때문입니다. 유먼은 넥센전에서 직구 승부를 고집하는 투구를 하면서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주 무기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좋았지만, 상대가 이를 대비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역선택이 큰 화를 불러왔습니다.
(유먼!! 너 마저....... )
경기는 2회 초 넥센 공격에서 그 분위기가 결정되었습니다. 롯데 선발 유먼은 첫 타자 박병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무난히 이닝을 넘길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강정호를 볼넷으로 내보낸 이후 극심한 난조에 빠졌습니다. 최근 최고의 타격감을 유지하는 강정호를 견제한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볼넷 이후 정교한 제구가 흔들렸고 볼 배합이 상대에 읽혔다는 것이었습니다.
유먼은 계속된 직구 승부를 걸었지만, 넥센 타자들은 이를 정확히 읽고 있었습니다. 최근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는 넥센 타선은 유먼의 단조로운 볼 배합을 거침없는 스윙과 함께 연속 안타로 연결했습니다. 이전 경기에서 보였던 유먼이 위기관리 능력도 넥센의 집중력을 당할 수 없었습니다. 잘 나오지 않았던 볼넷 2개가 더해지면서 위기가 점점 더 커졌습니다.
넥센은 중심타선에서 만들어진 기회를 하위타선의 적시타로 득점하면서 기선제압에 성공했습니다. 빗맞은 타구가 적시타로 연결되는 행운까지 겹치면서 전 날 초반과 같은 상황이 또 나타났습니다. 롯데는 유먼에게 위기 탈출을 기대했지만 유먼의 올 시즌 최악 투구는 기대를 실망감으로 바꿔버렸습니다. 유먼이 2회 초 대량 실점 이후 다시 안정세를 되찾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초반 대량득점은 넥센 선발 김영민이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습니다. 그동안 빠른 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고질적인 제구력 불안과 잦은 부상으로 2군에 주로 머물렀던 김영민은 이번이 올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이었습니다. 기존 선발진의 부진으로 임시선발로 기용된 탓에 아직은 경험이 부족한 김영민이었습니다. 이런 그에게 타선의 초반 득점지원은 많은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김영민은 제구력이 들쑥날쑥하면서 깔끔한 투구를 하진 못했지만 빠른 공을 앞세워 실점 위기를 넘겼습니다. 롯데는 황재균을 1번에 기용하고 손아섭, 전준우, 홍성흔 순으로 클린업을 재구성하는 타순의 큰 변화로 타격 부진을 극복하려 했지만 그 성과는 미미했습니다. 1번 타자로 나선 황재균은 하위타선에서 상위타선에 있는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고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새롭게 구성된 중심타선 역시 1안타씩을 기록했지만 필요할 때 한방이 없었습니다. 롯데는 이전보다 활발한 공격력을 보이면서 가능성을 보였지만 득점을 만들지 못하면서 답답한 경기를 했습니다. 득점 기회에서 타자들은 힘이 들어가고 서두르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롯데는 반격의 기회를 수차례 잡았지만, 잔루만을 쌓아갈 뿐이었습니다.
롯데 타선의 부진 속에 넥센 선발 김영민은 이닝을 거듭할수록 안정된 투구를 했습니다. 롯데 타선은 넥센의 젊은 선발 투수의 약점을 파고들지 못하고 도리어 도와주는 타격으로 초반 실점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롯데가 반격의 득점을 하지 못하는 사이 넥센은 6회 초에 나온 강정호의 2점 홈런으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습니다. 양 팀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넥센의 7 : 0 리드는 롯데에 큰 부담이었습니다.
강정호의 2점 홈런은 롯데 선발 유먼에게 올 시즌 최다 실점인 7실점을 안겨준 것이었고 롯데의 추격 의지를 꺾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롯데는 강정호를 잡기 위해 애썼지만 가장 뜨거운 방망이를 과시하는 강정호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유먼은 6이닝 동안 5안타를 허용하면서 피안타가 많이 않지만 그 피안타가 2회 초에 집중되면서 5실점했고, 피홈런이 많다는 약점을 또 드러내면서 마운드를 물러나야 했습니다.
이후 경기 흐름은 넥센의 일방적 우위였습니다. 넥센은 선발 김영민의 7이닝 무실점 호투에 이어 이정훈, 오재영에게 경기 감각을 익히는 투구를 하게 하는 여유까지 가지면서 팀 완봉승을 완성했습니다. 반면 롯데는 타선이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하면서 홈에서 팀 완봉패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롯데로서는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이승호가 이전보다 좋아진 모습을 보였다는 것에 작은 위안을 삼아야 했습니다.
넥센은 어제 경기에 이어 또다시 득점 기회에서 대타를 연속 기용하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려 노력했고 9회 초 추가 1득점으로 완승 분위기를 끝까지 유지했습니다. 롯데는 분위기 반전을 위한 득점이 필요했지만 이미 전의를 상실한 선수들에게 그런 모습을 기대하긴 어려웠습니다. 새롭게 1군에 등록된 김대우, 김사훈, 박준서 등도 팀에 큰 활력을 주지 못했습니다.
(또 한번 롯데를 울린 강정호의 불방망이)
넥센은 수요일 경기 승리로 5할 승률을 넘어섰고 3위까지 그 순위를 끌어올렸습니다. 투타 모든 부분에서 팀 전체가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이런 넥센과 반대로 롯데는 침체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또다시 3연패에 빠졌습니다. 4월에 벌어둔 승수를 모두 소진하면서 5할 승률에 턱걸이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4월과 너무 다른 투타에 걸친 총체적 난국에 빠진 느낌입니다.
롯데는 주중 홈 3연전에서 스윕을 당할 위기에 빠졌습니다. 목요일 넥센의 선발이 에이스 나이트라는 사실은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 팀 분위기로는 나이트의 공을 공략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여기에 선발로 나서는 고원준의 최근 투구내용이 좋지 못하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인입니다. 넥센으로서는 침체된 롯데를 상대로 연승을 이어갈 절호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롯데로서는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타선이 나이트를 상대로 선전하길 기대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물오른 넥센 타선을 상대로 고원준이 얼마나 버터 낼지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홈에서의 스윕을 막기 위해, 주말 3연전을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롯데는 모든 전력을 쏟아부을 것으로 보입니다. 넥센 역시 에이스가 나온 경기에서 연승을 이어가고 싶을 것입니다.
과연 롯데가 연패를 끊고 5할 승률을 지켜낼지, 넥센의 파죽지세가 이어질지 일단 분위기는 넥센 쪽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넥센히어로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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