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선발진 중에서 가장 꾸준하고 안정감 있는 투구를 하던 이용훈이 무너졌습니다. 이용훈은 화요일 한화전에서 4이닝 동안 8실점 하는 부진 속에 시즌 2패째를 안게 되었습니다. 이채로운 것은 8실점 자책점은 1실점에 불과했다는 것입니다. 롯데 내야진은 3개의 실책을 중요한 순간 범했고 그 실책들은 여지없이 점수와 연결되었습니다. 실책이 빌미가 된 위기를 이용훈은 끝내 넘지 못했습니다.
화요일 경기에서 이용훈의 직구 구위는 비교적 괜찮았습니다. 커브와 스플리터도 비교적 잘 떨어졌고 직구도 위력이 있었습니다. 볼넷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제구도 잘되는 편이었습니다. 선발 투수들에게 힘들다는 초반 이닝도 두 차례 삼자범퇴로 수월하게 넘겼습니다. 롯데는 2회 초 박종윤의 홈런으로 선취득점을 했고 이용훈의 호투와 더불어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3회 말 이용훈은 실책으로 주자를 출루시킨 이후 급격히 흔들렸습니다. 흔들리는 이용훈에서 롯데 내야진은 또 한 번의 실책으로 부담을 더 가중시켰습니다. 3회 말 이대수의 비교적 쉬운 타구가 유격수 실책이 되면서 대량 실점의 빌미가 제공되었습니다. 한화는 구위가 좋은 이용훈을 상대로 보내기 번트로 동점을 노렸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흐름이었습니다.
이용훈은 하위 타선인 정범모에서 1타점 2루타를 허용한 이후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위 타선을 상대로 쉽게 던지려 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이어진 강동우의 안타로 그 위기는 1사 1, 3루로 더 커졌습니다. 선발 투수가 경기하면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위기였습니다. 1실점 정도로 막아낸다면 큰 무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수비가 좋은 박종윤의 실책이 나오면서 이용훈은 더 크게 흔들렸습니다. 한상훈의 땅볼에 박종윤은 실점을 막으려 홈 송구를 노렸지만, 공을 잡는 것에 더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박종윤의 실책은 한화의 2 : 1 역전과 함께 또 다른 위기로 이어졌습니다. 이용훈의 실점은 2점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이용훈은 위기 상황에서 한화의 중심 타선과 상대해야 했습니다.
이미 심적으로 흔들린 이용훈에게 롯데전 극강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한화의 클린업은 큰 부담이었습니다. 장성호의 홈런성 타구는 이용훈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습니다. 파울 홈런 뒤 삼진이라는 야구의 속설이 재현되면서 장성호를 삼진 처리한 이용훈은 위기를 넘기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4할 타자 김태균과 최근 가장 뜨거운 방망이를 자랑하는 최진행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용훈은 김태균에게 1타점 적시타, 최진행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면서 실점을 6점으로 늘렸습니다. 선취 1득점으로 기세를 올렸던 롯데나 이용훈 모두 힘이 빠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용훈으로서는 실책이 동반되긴 했지만 좀 더 침착하고 집중력 있는 투구를 했야 했습니다. 이용훈은 코너워크를 노렸지만, 그 공이 빠지면서 카운트가 몰렸고 어려운 승부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 2회 고전했던 한화 타선은 흔들리는 이용훈을 상대로 무서운 집중력을 보이면서 경기 흐름을 그들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용훈의 투구 패턴을 다 알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이용훈이 승부구로 사용했던 스플리터를 집중적으로 노리면서 타선이 활기를 찾았습니다. 한화 타선이 집중력과 분석력이 돋보였지만, 이용훈의 대처도 좋지 못했습니다.
이용훈은 4이닝 6실점 한 5월 24일 삼성전과 마찬가지로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서 안정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재현했습니다. 정교하던 제구도 흔들렸고 이는 가운데 밀어 넣는 공을 던지게 하였습니다. 상대 타자들을 한결 수월하게 그 공을 공략할 수 있었습니다. 볼넷은 크게 줄었지만 볼 카운트 싸움에 실패하면서 결정적인 타구를 허용한 것입니다. 기복이 심한 투구가 한 경기 걸러 또 재현된 것입니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기에는 이용훈의 투구 내용이 좋지 못합니다. 시즌 초반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안착한 그였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상대의 집중분석에 고전하는 모습이 많아졌습니다. 제구가 잘 될 때에는 이를 잘 극복했지만, 위기의 순간 쉽게 무너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시즌 5승을 거두면서 다승 선두권에 위치한 그였지만 지금은 5승에서 정체되어 있습니다.
롯데의 선발진은 한 선수가 살아나면 또 다른 선수가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용훈은 그 선발진 중에서 가장 기복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용훈은 기복이 심한 롤러코스터 투구를 하고 있습니다. 토요일 한화전 역시 초반 1, 2회와 이후 3, 4회는 전혀 다른 투수였습니다. 벤치는 그에게 신뢰를 보내면서 4회에도 마운드에 올렸지만, 추가 2실점을 하면서 추격의 의지를 더 가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선발 투구의 조기 붕괴와 대량실점은 선수들의 사기를 급격히 떨어뜨렸습니다. 이후 롯데 타선은 힘이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타선의 대량득점으로 힘을 얻은 한화 선발 김혁민은 이후 과감한 직구 승부로 롯데 타선을 상대했고 프로 데뷔 이후 첫 완투승을 거두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롯데는 부상에서 돌아온 홍성흔이 4번타자 자리에 들어오면서 2안타로 분전했지만 이미 넘어간 분위기를 되돌리지 못했습니다.
결국, 롯데는 이용훈의 초반 8실점의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고 2 : 8로 완패당하고 말았습니다. 최하위 한화를 상대로 승수 쌓기에 나서려 했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것입니다.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이를 대신한 백업 선수들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불펜진의 구위를 점검한 것 외에는 경기를 통해 얻은 것이 없는 경기였습니다.
롯데는 수비불안과 더불어 믿음직한 선발 이용훈이 또다시 무너졌다는 점이 패배를 더 아프게 했습니다. 올 시즌 좋은 투구내용을 선발마운드의 중요한 버팀목이었던 이용훈이 최근 들어 부진에 빠진 것은 앞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더 힘들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송승준은 다시 살아났지만, 사도스키가 부상을 컨디션이 떨어져 있고 돌아온 유먼 역시 부상경험이 있습니다.
여기에 고원준도 2군에 내려간 상태에서 대체 선발 진명호가 로테이션에 가세했습니다. 최근 좋은 투구를 하고 있지만 믿음을 주기에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만약 이용훈마저 흔들린다면 롯데 선발진 전체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습니다. 실책이 결정적이었지만 이용훈의 투구는 우려감을 높이기에 충분했습니다. 상위권 유지를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롯데로서는 앞으로 일정에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용훈으로서는 화요일 부진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위기의 순간 와르르 무너지는 현상이 반복된다는 점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이미 초반 상승세를 타면서 이용훈의 투구에 대해서는 타 팀들의 분석이 철저하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때와 같은 패턴으로는 어려운 승부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투구내용에 있어 변화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서 좀 더 자신감 있는 투구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용훈은 좋은 구위를 가지고도 실점에 대한 부담 탓인지 지나치게 완벽한 투구를 하려하면서 어려운 승부를 자초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위기상황에서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투구수도 늘어나고 수비시간도 길어지게 됩니다. 수비수들의 호수비를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토요일 경기도 이용훈은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시즌 초반 승승장구하던 이용훈에게 고비가 찾아온 것은 분명합니다. 해마다 부상과 기복이 심한 투구로 주저앉았던 이용훈이었습니다. 부상의 공포를 털어냈지만, 기복이 심한 투구가 다시 재현된 것입니다. 최근 3경기 이용훈은 불안감을 노출하면서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습니다. 두 자리 승수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지금은 상황은 그에 제동이 걸린 모습입니다.
아직 이용훈은 타자들과 좋은 승부를 할 수 있는 구위를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투구 수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이닝당 투구수가 늘어나면 이용훈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좀 더 빠른 승부가 필요합니다. 이는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요일 경기에서도 한 이닝에 던지는 투구 수가 늘어나면서 공이 높아지고 구위가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용훈으로서는 위기의 순간, 좀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잘 던지려는 노력이 그에게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다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점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빠른 정면승부로 이를 돌파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금의 부진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롯데로서는 이용훈의 계속된 부진이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닙니다. 그를 대체할 자원도 없습니다. 이용훈이 다시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고 시즌 초반의 투구를 재현하길 기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선발의 한 축이 또 무너진다면 여름철 순위싸움에 큰 악재가 되기 때문입니다. 롯데는 이용훈의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길 바랄 것입니다. 결국, 부진탈출의 열쇠는 이용훈이 쥐고 있습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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