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롯데 불펜의 구세주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정대현이 심상치 않습니다. 끈질긴 설득과 거액을 투자해 야심 차게 영입했던 정대현이었고 부상 재활을 위해 긴 기다림도 마다치 않을 정도로 애지중지했던 롯데였습니다. 후반기 선발 투수들의 부진속에 가중되는 불펜의 과부하를 해결할 카드였기에 지난 지난 주 중 경기의 연속 실점은 큰 충격입니다.
주중 친정팀은 SK와의 3연전에서 정대현은 3경기 연속 승부처에 투입되었지만, 화요일과 수요일 경기에서는 선행 주자들의 홈 득점을 허용하면서 자책점은 아니었지만, 소방수의 역할을 하지 못했고 목요일 경기에서는 팀의 3점 차를 극복하고 5 : 3으로 경기를 뒤집은 상황에 동점을 허용하면서 고개를 떨궈야 했습니다. 이전 두 경기와 달리 상대에 집중안타를 허용했고 기습적은 스퀴즈를 허용하는 등 관록 투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목요일 경기의 실패는 롯데에 큰 타격이었습니다. 롯데는 1회 초 수비에서 선발 송승준이 흔들리면서 내준 3점의 차이를 끈질긴 공격으로 뒤집고 승리를 눈앞에 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SK는 선발 송은범이 컨디션 난조로 조기 강판당했고 초반 3득점 이후 롯데 선발 송승준의 역투에 막히면서 공격 흐름이 끊어졌고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반면 롯데는 선발 송승준의 초반 어려움을 극복하고 6이닝 3실점(2자책점) 퀄리티 스타트를 완성했고 7회 말 역전으로 경기 흐름을 가져온 상황이었습니다. 승리했다면 위닝 시리즈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이고 팀 분위기를 다시 상승반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4위 SK와의 격차를 더 벌리면서 순위 싸움에서 여유를 가질 수도 있었습니다. 롯데는 이 상황에서 승리를 굳힐 카드로 정대현을 선택한 것입니다. 하지만 정대현이 주자가 없는 상황임에도 2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면서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습니다.
정대현은 이전 두 경기보다 여유가 있었지만, 첫 타자 최정을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위기를 자초했고 이호준, 박정권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면서 너무 쉽게 실점을 하고 말았습니다. 수비의 아쉬움도 있었지만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했고 제구도 정교하지 못했습니다. 정근우에 기습 스퀴즈를 허용하면서 동점을 허용한 장면은 어렵게 가지고 온 승리 흐름을 내준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정대현, 흔들린 명성 다시 회복할까?)
물론, 3경기 연속 등판은 정대현에 큰 부담이었습니다. 부상재활을 마치고 1군에 합류한지 얼마 안 되는 불펜 투수에 무리가 가는 등판이었습니다. 롯데는 꼭 이겨야 하는 경기였고 정대현 만큼 믿을 수 있는 불펜 카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롯데의 불펜 운영은 무리수였습니다. 정대현의 구위를 떨어져 있었고 SK 타자들의 노림수는 밋밋한 정대현의 공을 잘 공략했습니다.
롯데는 핵심 불펜을 소모하고도 위닝 시리즈를 가져가지 못했고 다시 연승 분위기를 타고 있는 넥센과의 주말 3연전에 대한 부담이 커졌습니다. 약해진 선발진에 5선발 자리마저 공석인 상황에서 정대현을 비롯한 승리 불펜조를 3경기 연속 투입하고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롯데는 고전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어려움 이전에 필승 카드인 정대현의 컨디션이 아직 정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부상 복귀 후 정대현은 2경기에서 좋은 투구 내용으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정대현은 관록의 투구로 그것을 불식시켰습니다. 승리조 보다 추격조에서 부담을 덜어주려던 롯데 벤치는 마무리 김사율의 부상이 길어지자 정대현을 승부처에 투입했습니다. 아직 페이스가 완전히 올라오지 않았지만, 롯데 불펜 사정이 시즌 초반과 달리 좋지 못했습니다.
롯데는 순위 싸움의 중요한 경쟁상대인 SK 상대로 정대현을 중용했습니다. 에이스 유먼의 등판 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SK전에 대비한 롯데였습니다. 위닝 시리즈를 가져간다면 앞으로 일정에 여유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불펜 총력전을 펼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그 중심에 있었던 정대현은 화요일 경기부터 불안감을 노출했습니다.
뜻하지 않는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롯데는 에이스 유먼을 조기에 내릴 수밖에 없었고 그가 남긴 위기를 넘길 카드로 정대현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비로 인해 나빠진 그라운드 사정이 문제였습니다. 정대현은 미끄러운 마운드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가운데 몰리는 실투로 동점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1이닝 잘 막아내면서 승리 투수가 되긴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습니다.
수요일 경기에서도 롯데는 동점의 순간 실점을 막기 위해 정대현을 다시 투입했습니다. 전날 20개의 공을 넘게 던진 정대현에게 부담이 되는 등판이었지만 승부처에서 롯데는 정대현을 믿었습니다. 이번에는 불운이 그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정대현은 빚 맞은 타구가 적시타가 되면서 역전을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습니다. 두 차례 승부처에서 정대현이 실패한 것입니다.
그리고 목요일 경기에서 정대현은 팀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고 연장전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습니다. 아직 정대현에게 연투는 무리가 된다는 것을 확인하는 주중 3연전이었습니다. 이전 SK 시절부터 투구수와 경기 출장에서 철저하게 관리를 받았던 정대현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롯데 벤치의 불펜 운영이 나쁜 결과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런 무리가 있었지만, 주중 3연전에서 보여준 정대현의 투구 내용은 아직 그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님을 보여주었습니다. 지난 시즌 계속된 무릎 부상으로 투구 시 스트라이드가 좁아지고 공을 놓는 타점이 높아진 정대현이었습니다. 무릎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더 많은 투구이닝을 소화하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주무기 싱커와 변화구의 각도가 무뎌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주중 3연전에서 정대현의 변화구는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 날카로움이 부족했습니다. 아직 볼 스피드가 돌아오지 않은 상황에서 타자와의 승부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는 그의 장점인 땅볼 유도율을 떨어뜨렸습니다. 실점을 허용한 3경기에서 SK 타자들은 외야로 타구를 자주 보냈습니다. 아직 정대현의 구위가 정상이 아니라는 방증이었고 박빙의 경기에서 그의 경험에만 의지할 수 없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롯데로서는 정대현의 활용에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투구수와 등판 일정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여전히 무릅 부상의 후유증이 남아있고 구위를 완벽하게 되찾지 못한 정대현의 등판이 당장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 자신도 계속된 실패가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의욕과 달리 몸 상태가 그에 미치지 못함을 확인한 상황에서 자신감이 떨어질수도 있습니다.
최근 부상이 거듭되는 상황에서도 1점대 방어율을 유지했던 정대현이었습니다. 거듭된 실점이 스스로에게도 낯설 수 있습니다. 친정팀에 3경기 연속 실점했다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불펜 투수로서 실패에 익숙치 않은 정대현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마무리 김사율이 잔 부상에 시달리고 있고 불펜 투수들도 힘이 부치는 상황에서 정대현의 컨디션 회복이 절실한 롯데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함을 확인한 롯데입니다. 그것을 알기까지 그 댖가는 너무 컸습니다.
정대현은 이미 30살을 훌쩍 넘겼습니다. 이제 전성기에서 점점 기량이 떨어지는 단계에 있습니다. 언더핸드 투수의 숙명인 부상이 그를 더 심하게 괴롭힐 수 밖에 없습니다. 롯데로서는 시즌 초반 정대현에게 긴 재활을 할 시간을 주었을 때 처럼 서두르지 말고 그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정대현으로서도 지나친 의욕이 가지고 올 부작용을 고려해야 합니다.
정대현은 지난 3경기에서 결과가 좋지 못했지만 포스트 시즌 진출을 노리는 롯데에 꼭 필요한 불펜 자원입니다. 그가 가지고 있는 많은 경험과 경기 운영능력은 리그 최고 수준입니다. 주중 3경기의 부진은 올라오지 못한 구위에 따른 영향이 큽니다. 아직은 정대현에게 시간이 필요합니다. 오랜 기간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롯데로서는 정대현의 기량 회복과 이를 불펜 강화로 연결할 지혜가 필요합니다. 서두름은 정대현과 롯데를 모두 망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대현이 롯데 불펜의 어려움을 해결해줄 카드가 되기에는 이른 감이 있습니다. SK전 계속된 실패가 해법 마련을 위한 계기가 될 수 있을지 불펜 운영의 난맥상을 더 키울지 당장 롯데의 불펜운영에 있어 고민이 깊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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