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12회 연장 접전을 0 : 0으로 마치면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롯데와 LG의 토요일 경기는 경기 초반부터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한 LG의 7 : 3 승리였다. LG는 2회 초 롯데 에이스 유먼을 상대로 안타 6개를 집중시키면서 4득점 하면서 기선제압에 성공했고 선발투수 김광삼이 6이닝 2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면서 낙승할 수 있었다.
경기 전 전망은 롯데의 우세가 예상되었다. 선발 투수 대결에서 리그 최강 선발 중 한 명인 유먼이 김광삼과 비교하면 각종 지표에서 크게 앞서 있었다. 전날 연장 12회 접전을 펼쳤다는 점은 피로 회복에 있어 홈팀 롯데가 조금 더 유리해 보였다. 특히, 연장 후반에 갈수록 롯데의 타선은 살아나는 조짐이었다.
하지만 경기는 롯데 에이스 유먼을 초반 무너뜨린 LG의 일방적 우세 흐름이었다. 전날 타선의 결정력 부족으로 속을 끓였던 롯데와 LG중 LG가 먼저 타격 부진의 늪에서 벗어난 것이다. 2회 초 LG는 선두타자 윤요섭의 좌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으로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이후 유먼은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정교했던 제구는 흔들렸고 공은 가운에 몰리기 시작했다.
한번 흐름을 탄 LG 타선은 거침이 없었다. 연속 안타로 유먼을 공략한 LG는 2회 초 4득점 하면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LG전에 좋은 기억이 많았던 유먼이었지만 근래 들어 가장 부진한 투구 끝에 2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물러나야 했다. LG는 좌완 유먼을 공략하기 위해 3번에 정의윤을 배치했고 우타자의 비중을 높이는 라인업을 구성한 것이 적중했다.
(초반 강판 유먼, 이어가지 못한 상승세)
초반 4실점으로 시작이 좋지 못했던 롯데였지만 2번째 투수로 나선 진명호의 호투로 반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진명호는 갑작스러운 등판이었고 사실상 또 다른 선발투수와 같은 역할이었지만 6회 초 2사까지 상승세를 탄 LG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제 몫을 다해주었다. 초반 대량 득점한 LG였지만 그 4득점으로 승리를 장담하긴 어려웠다.
초반 실점을 극복하기 위해 롯데는 타선의 분발이 필요했다. 하지만 롯데 타선은 유먼을 구원 등판한 진명호의 호투에도 살아나지 않았다. 롯데는 최근 타격에서 부진한 전준우, 박종윤, 문규현을 선발 제외하고 조성환을 1번 타자로 기용하는 큰 폭의 라인업 변경으로 경기에 나섰다. 분위기 전환으로 계속되고 있는 타선의 부진을 벗어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롯데 타선의 부진은 여전했다. LG선발 김광삼은 안정된 제구력과 과감한 승부로 경기를 쉽게 이끌었다. 타선의 초반 4득점도 김광삼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롯데 타선은 전체적으로 스윙이 무디고 집중력이 떨어졌다. 김광삼의 직구는 140킬로 초반대였지만 방망이가 밀리는 현상이 뚜렸했다. 초반 4실점이 점점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4회 말 롯데는 경기 흐름을 바끌 기회가 있었다. 1사 후 LG 선발 김광삼의 제구가 흔들리면서 연속 볼넷을 허용했기 때문이었다. 김주찬, 손아섭의 연속 볼넷으로 맞이한 1사 1, 2루 기회에서 롯데는 강민호, 홍성흔 두 중심 타자의 한방을 기대했지만 기대는 기대에 그치고 말았다. 오히려 홍성흔의 유격수 정면 타구가 실책으로 이어지면서 행운의 1점을 얻었을 뿐이었다. 어제부터 이어진 무득점 경기가 끝났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롯데 타선의 부진이 계속되었지만, LG는 추가 득점이 꼭 필요했다. 이닝을 거듭할수록 김광삼의 구위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고 어제 불펜 소모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LG의 고민을 풀어준 것은 롯데 불펜의 붕괴였다. 롯데는 6회 초 2사 이후 이승호를 마운드에 올렸지만 그 이승호가 7회 초 무너지면서 추격의 동력을 상실할 수 밖에 없없다.
최근 부진으로 2군에서 컨디션을 조절했던 이승호는 회복된 모습을 기대했던 롯데 벤치에 부응하지 못했다. 7회 초 1사 후 정의윤에 내야 안타를 허용한 이후 이승호는 급격히 흔들렸다. LG는 정의윤을 빼고 발 빠른 이대형을 기용하면서 흔들기를 시도했고 이것은 이승호에 큰 부담이 되었다. 이승호는 연속 볼넷으로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이 상황에서 나온 이승호의 폭투와 실점은 롯데가 어렵게 쥐고 있었던 역전에 대한 희망의 끈을 끊어지게 하는 것과 같았다. 맥이 빠진 이승호를 상대로 LG는 이진영의 2루 땅볼과 최동수의 적시타로 2점을 더 득점했고 7 : 1의 리드를 잡으면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었다. 롯데는 베테랑 이승호가 위기를 맞이한 순간에도 그를 믿고 불펜을 더 가동하지 않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이승호의 뒤를 이어 나온 김수완이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것을 고려하면 불펜 운영에서 아쉬움을 남긴 7회 말 수비였다.
(또 다른 롯데 킬러, 시즌 7승 성공한 김광삼)
이후 롯데는 7회 와 8회 말 각각 1점을 추격하면서 점수차를 좁혔지만 넘어간 경기 흐름을 되찾아 오기에 역부족이었다. LG는 류택현, 임찬규에 이어 마무리 봉중근까지 9회 말 등판시키면서 승리를 확실하게 지켜냈다. 롯데로서는 경기 후반부 타자들이 타격감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인 것에서 위안을 찾아야 했다.
반면 LG는 상대 선발을 고려한 맞춤형 타선이 적중했고 득점 기회에서 두 차례 높은 집중력으로 보이면서 갈길 바쁜 롯데의 발목을 잡을 수 있었다. 3번 타자로 기용된 정의윤은 4안타를 몰아치면서 타선을 이끌었다. 베테랑 이전영과 최동수는 멀티 안타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윤요섭은 시즌 첫 홈런을 유먼을 상대로 터뜨리면서 전날 부진했던 팀 타선의 분위기를 살려주었다. 선발 김광삼은 이런 타선의 지원과 안정된 경기 운영으로 시즌 7승에 성공할 수 있었다. 올 시즌 계속된 롯데전 강세를 지속한 경기이기도 했다.
한껏 분위기를 살린 LG와 달리 롯데는 2위 싸움 과중에 너무 아픈 패배를 당했다. 에이스를 내세운 경기에서 패한 것은 큰 타격이다. 타선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걱정스럽다. 일요일 경기에서 LG 에이스 주키치를 상대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올 시즌 주키치 공략이 잘 되고 있는 롯데지만, 현재 타선의 흐름이라면 많은 득점을 기대하기 어렵다. 롯데로서는 선발로 나설 사도스키의 호투가 절실하다.
사도스키가 상승세의 LG 타선을 상대로 초반 어떤 투구를 할지가 경기의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를 탄 LG가 롯데의 발목을 또한번 잡을지 롯데가 다시 상위팀의 힘을 보여줄지 타선의 집중력이 결과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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