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에 비의 변수가 등장했다. 예정되었던 3차전이 비로 취소되면서 모든 일정이 하루씩 연기되었다. 양 팀은 토요일 3차전을 일요일 날 치러야 한다. 대구에서 1, 2차전을 모두 승리하고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삼성은 아쉬운 비였고 PO 5차전 접전을 치른 이후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SK에는 반가운 비였다.
1, 2차전에서 SK는 힘에서 완벽하게 밀렸다. 삼성의 빈틈없는 전력과 완벽한 준비에 틈을 찾을 수 없었다. 특히 타격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SK는 삼성의 힘 있는 마운드에 고전했다. 1번 정근우를 제외하면 대체로 몸이 무거웠다. PO 접전의 후유증이 분명 존재했다. 2차전 믿었던 선발 마리오가 조기에 무너지고 완패한 것은 팀 사기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경기내용이었다.
삼성은 지친 SK를 초반부터 밀어붙이면서 조기에 한국시리즈를 끝낼 기세였다. 압도적 우세를 보이는 마운드는 힘까지 비축된 상황이었다. 경기 감각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던 타선 역시 1차전 승리 이후 확실하게 살아났다. 이승엽은 큰 경기에 강한 변모를 과시했고 타선의 집중력도 보여주었다. 1, 2차전 승리로 분위기도 타고 있었다. 지난해와 같이 재미없는 한국시리즈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비로 3차전이 연기된 것은 SK가 한숨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하루 휴식이지만 밀리는 분위기를 반전시킬 기회을 잡은 것이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SK는 2007년 2연패 후 4연승으로 한국시리즈를 차지한 기억이 있다. 당시 SK는 홈에서 두산에 2연패 하면서 큰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3차전 벤치클리어링이 사건으로 팀 분위기를 다잡은 이후 내리 4연승 하면서 두산을 누르고 한국시리즈 챔피언이 될 수 있었다. 당시 두산은 리오스라는 최강 선발 투수가 마운드를 이끌고 있었고 타선 역시 강력했다.
두산은 초반 2연승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지만, 비가 내리는 와중에 치러진 3차전에서 수비가 무너지면서 완패한 것이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이후 흐름을 잃어버린 두산은 SK의 마운드에 밀리면서 힘없이 시리즈를 내줘야 했다. 이 외에도 SK는 2009년 시즌 PO에서도 SK는 뒤지고 있던 경기가 비로 순연되는 행운이 함께 하면서 두산을 누르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기억이 있다.
(3차전 선발 부시, SK의 필승카드 될 수 있을까?)
SK로서는 이래저래 비에 대한 좋은 기억이 많이 남아있다. 반면 삼성은 정반대의 기억이 있다.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준PO부터 올라온 두산을 상대로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두산은 이미 크게 지친 상황이었고 마운드 운영도 쉽지 않았다. 삼성은 우승 청부사 김응룡 감독체제가 들어선 이후 팀 분위기를 일신했고 단단한 전력으로 절대 우세를 확신하고 있었다.
1차전 삼성이 승리하면서 이런 분위기를 그대로 지속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2차전이 비로 연기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뜻하지 않은 휴식으로 원기를 회복한 두산은 우즈, 김동수, 심정수로 이어지는 우동수 트리오가 타선을 이끌면서 신들린 타격으로 삼성 마운드를 초토화하면서 4승 2패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뤄냈다. 92년 롯데에 이은 두 번째 준PO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삼성에 뼈아픈 패배였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이미 10년도 더 지난 기억이다. 당시 삼성은 마운드가 붕괴되면서 시리즈 분위기를 내주고 말았지만, 올해 삼성 마운드는 철옹성 그 자체다. 하루를 더 쉰것이 마운드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불리하지 않다. 오승환을 비롯한 불펜진은 더 힘 있는 공을 던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등판을 기다리고 있는 배영수, 탈보트로 이어지는 선발 투수들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경험 많은 선수가 다수 포진된 타선 역시 비로 인한 변수를 극복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룬 경험도 삼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마운드는 난전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타선이 부담을 덜 가질 수 있다. 비로 인한 아픈 기억이 들어설 틈이 없다.
문제는 SK가 비로 인한 휴식을 어떻게 자신들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여부다. 일단 SK는 지친 야수들에게 힘을 회복한 시간이 생겼다는 점에서 반가운 비라 할 수 있다. 3, 4차전에 홈에서 치러지는 만큼 보너스와 같은 휴식은 체력적으로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박희수, 정우람으로 이어지는 필승 불펜진과 김광현, 송은범으로 이어지는 선발진도 컨디션을 회복할 시간을 벌었다.
(최고 타격감 과시하고 있는 정근우)
마운드에서 대등한 싸움을 할 발판이 마련된 SK다. 일단 SK는 3차전 선발 투수로 부시를 그대로 예고했다. PO에 등판하지 않은 부시는 삼성전을 대비한 히든카드나 다름없다. 정규 시즌 삼성전에도 좋은 투구 내용을 보였다. 경기 공백이 길었지만, 한 경기 순연으로 상승세가 한 풀 꺾인 삼성 타선을 상대로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부시가 좋지 못하다면 SK는 채병용이 언제든 등판할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큰 플러스 요인이다. 휴식을 더 취한 박희수는 2이닝 이상을 던질 힘을 비축했고 마무리 정우람도 더 힘있는 공을 던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와 좋은 기억이 많았던 기억들도 선수들에게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SK로서는 3, 4차전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인천에서 잠실로 이어진 한국시리즈는 SK의 연속 홈경기나 다름없다. 삼성은 3차전부터 시리즈 내내 원정경기를 치르는 기분이다. SK가 3차전을 잡아내고 시리즈를 접전 양상으로 이끌 수 있다면 삼성의 일방적 승리를 속단할 수 없게 된다. 삼성도 이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 더 3차전에 집중할 것이다.
삼성이 비의 변수를 극복하고 압도적 우세를 계속 이어갈지 SK가 가을비가 가져다준 휴식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지 가을비는 한국시리즈에 큰 영향을 줄 요소임에 분명하다. 결국, 3차전 결과에 따라 시리즈 향방은 결정된다고 봐고 될 것이다. 양 팀 모두 모든 전력을 다할 수 밖에 없는 일전이다. 한국 시리즈 3차전은 가장 긴장되고 치열한 접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SK 와이번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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