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시리즈 이변의 희생양은 한국시리즈 챔피언 삼성이었다. 삼성은 대만 라미고전에서 팀 3안타의 빈공 속에 0 : 3으로 완패했다. 예상하지 못한 충격이었다. 삼성은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2개의 결정적 실패로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우승 이후 대회 2연패까지 노렸던 삼성은 무기력한 플레이 끝에 결승진출이 좌절됐다. 대만 대표로 나선 라미고는 예상하지 않았던 대어를 낚으며 결승전에 선착했다.
공격과 수비 모든 부분에서 밀린 경기였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대회에 대비했다고 했지만, 집중력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 상대에 대해 다소 방심한 듯한 인상도 있었다. 초반 득점으로 경기 주도권을 잡아야 했지만, 라미고 선발 투수 로리의 변화구에 고전하면서 접전의 경기를 이어가야 했다. 쉽게 생각한 경기가 어렵게 풀리자 삼성 선수들은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삼성은 경험 많은 배영수를 선발투수로 내세웠고 배영수는 경기 초반 대등한 마운드 대결을 했다. 위기에도 흔들리는 않는 투구로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하지만 4회 말 불의 홈런을 허용하며 선취점을 빼앗기도 말았다. 라미고의 링홍위에 배영수의 몸쪽 승부구가 상대의 방망이에 걸렸고 좌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이 되었다.
대만 타자들은 변화구 대처에는 미숙함이 있었지만, 거침없는 스윙으로 일관했다. 승패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탓인지 부담도 없어 보였다. 4회 말 나온 홈런 역시 자신감 있는 스윙이 만든 결과였다. 라미고의 선취득점은 선발 로리의 공을 더 춤추게 했다. 삼성은 출루 자체가 힘들 정도로 로리의 투구에 끌려다녔다.
삼성은 무사에 단 한 번도 출루하지 못하는 타격 부진 속에 득점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라미고는 안정적인 수비로 선발투수의 호투를 뒷받침했다. 대만 야구의 고질적인 문제인 수비불안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4회 말 라미고의 1득점은 로리의 호투와 함께 점점 더 위력을 발휘했다. 추가 실점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져갔다. 삼성은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배영수에 이어 불펜을 가동하며 추가 실점을 막으려 했다.
삼성의 의도는 수비 실책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7회 말 삼성은 이승엽의 실책 이후 2타점 적시타를 곧바로 허용하면서 경기 분위기를 라미고에 내주고 말았다. 팀의 중심인 이승엽의 실책이 함께 한 실점은 팀 분위기를 더 가라앉게 만들었다. 대만 선발 로리의 구위에 눌려있던 삼성은 7회 말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서 추격의 동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이후 삼성은 거듭된 대타 작전으로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더 신바람을 낸 로리의 공에 타자들의 방망이는 허공을 가르기 일쑤였다. 라미고 선발 로리는 9회까지 무려 129개의 공을 던지며 완투했고 팀의 3 : 0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 타자들은 로리의 큰 키에서 나오는 각도 큰 공에 변화구에전혀 적응하지 못했다.
대만 내야진을 흔들어야 할 발 빠른 배영섭, 정형식은 무안타로 공격의 돌파구를 열어주지 못했고 팀의 중심 이승엽도 삼진 3개를 당하며 공격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팀 3안타로 득점에 기대 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결국, 삼성은 팀 8안타로 삼성보다 앞선 경기력 선보인 라미고에 시종일관 끌려다닌 경기한 끝에 완봉패를 피하지 못했다.
한국 프로야구 챔피언의 경기라 하기에 부끄러운 내용이었고 결과였다. 삼성은 대회 2연패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홈 경기의 이점을 살리지 못했고 한국 시리즈 이후 선수들의 경기감각이 극도로 떨어진 것이 패배로 이어졌다. 이렇게 삼성은 아쉬움속에 그들의 올 시즌을 마무리해야 했다.
반면 대만 라미고는 선발 투수의 호투와 짜임새 있는 수비, 날카로운 타격이 조화를 이루면서 예상치 못한 완승을 했다. 최근 들어 국제 경기 부진으로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대만 야구였지만, 라미고의 플레이는 이런 생각을 바꾸게 할 정도로 짜임새가 있었다. 특히 선발투수로 나선 라미고의 로리는 완투 완봉을 하면서 한.일 프로야구 팀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챔피언 삼성의 예선 탈락으로 아시아시리즈는 자칫 남의 나라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토요일 요미우리와 대결하는 롯데의 선전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롯데의 팀 사정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롯데는 이미 에이스 송승준을 호주 퍼스 전에 등판시킨 상황이고 투수 운영에 어려움을 안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주전들이 모두 가동될 수 없어 최상의 전력도 아니다. 퍼스전 승리로 떨어진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객관적 전력이 요미우리에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롯데는 홈팀의 이점을 바탕으로 대결을 펼칠 수밖에 없다. 요미우리 역시 최상의 팀 컨디션이 아니다. 롯데가 집중력을 가지고 경기에 임한다면 파고들 틈이 분명 존재한다. 선발투수로 나설 고원준이 얼마나 많은 이닝을 버텨줄 수 있을지가 승부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타자들도 역시 일본 투수들의 유인구에 인내심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과연 롯데가 삼성이 탈락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또 다른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그리고 포스트 시즌 탈락의 아픔을 달랠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롯데와 요미우리의 한. 일 거인들의 대결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상황이 되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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