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잔류 없었던 프로야구 FA 시장, 빗장이 열렸다.

올 시즌 예상외로 과열된 프로야구 FA 시장의 우선 협상이 마무리됐다. 거물급 선수인 LG 이진영, 정성훈, KIA 김원섭, 유동훈의 잔류로 소속팀 우선 협상의 타결 진척도가 높았지만, 이것이 모든 구단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었다. 미타결 선수중 마일영만이 한화와 3년 계약을 맺었을 뿐, 5명의 선수가 더 넓은 시장으로 나왔다.

 

롯데의 주축 선수인 김주찬, 홍성흔은 구단과 협상에서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삼성의 정현욱은 예상을 깨고 삼성과의 우선 협상에서 도장을 찍지 않았다. SK 이호준 역시 시장의 평가를 기다리게 되었다. KIA 이현곤 역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게 되었다. 협상 시한에 임박해 나오는 극적 타결 소식은 없었다.

 

김주찬과 홍성흔은 금액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김주찬은 옵션포함 4년에 44억을 제시한 구단과 48억을 제시한 김주찬이 의견이 일치하지 못했다. 롯데는 더는 금액을 올리지 않았고 김주찬은 자신을 원하는 또 다른 구단의 오퍼를 기다리게 되었다. 큰 차이가 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롯데는 김주찬에 상당한 금액을 배팅했다. 롯데는 김주찬을 원하고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50억 60억 설이 나오는 FA 최대어 김주찬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김주찬은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외면할 수 없었다. 홈팀 디스카운트를 기대하기에 시장 사정이 김주찬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김주찬은 자신의 요구액을 다소 조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우선 협상에서 롯데 잔류를 결정하기가 아쉬웠을 것으로 보인다.

 

 

 

(예상치 못한 협상 난항 홍성흔)

 

 

김주찬에 대해 공개적인 관심을 드러냈던 한화와 KIA의 조건에 따라 김주찬의 이적은 거의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NC의 과감한 배팅도 예상되지만, 투수력 보강에 집중하고 있는 NC가 타자쪽에 거액을 배팅할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이후 풍부한 자금을 확보한 한화가 김주찬을 잡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김주찬의 영입을 통해 한화는 약점이던 테이블 세터진을 보강하고 팀 기동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김주찬과 함께 홍성흔 역시 롯데 잔류를 결정하지 못했다. 롯데는 홍성흔에 3년에 25억이라는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홍성흔은 4년에 34억으로 맞섰다. 양측의 협상은 진전 없이 마무리되었다. 마지막 협상마저 전화로 이루어질 정도로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롯데는 30대 후반에 기량이 쇠퇴기에 들어선 홍성흔에 나름 성의를 보였다는 생각을 했지만, 홍성흔의 그 이상을 원했다.

 

홍성흔은 은퇴까지 안정된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계약조건을 원했다. 자신의 가지고 있는 성적 이상의 가치를 구단이 평가해주길 기대했다. 롯데는 원칙을 지키면서 더는 이상된 안을 내놓지 않았다. 홍성흔은 시즌 종료 이후 수도권 구단으로의 이적이 유력하다는 루머가 있었다. 친정팀 두산으로의 복귀 가능성이 나오기도 했다. 두산도 프렌차이즈 스타의 복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홍성흔이 자신의 협상안을 양보하지 않았다는 것은 롯데에서 마음이 떠난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롯데는 우선협상 과정에서 두 선수의 잔류를 확신했지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전임 양승호 감독의 경질 이후 흔들리던 롯데는 김시즌 감독 체제 구축으로 분위기를 조금 추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주축 선수 두 명마저 떠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내년 시즌 팀 운영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구단의 일방적인 선수단 운영과 이에 대한 선수들의 누적된 불만이 이번 협상에 반영되었을 수도 있다. 롯데가 나름 성의있는 협상안을 내놓았지만, 구단에 대한 애정을 이유로 자신의 요구안을 수정한 선수는 없었다. 마음을 잡지 못한 것이다. 롯데로서는 최악의 경우 김주찬, 홍성흔이 없는 2013년 시즌을 대비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이것이 현실이 된다면 올해 영입한 FA 투수 이승호를 NC의 특별지명으로 보내야 하는 롯데로서는 전력 약화를 피할 수 없다. 올 시즌 팀 목표가 운영에 있어 변화가 불기피한 상황이다.

 

롯데의 두 선수와 함께 거물 FA 지목되던 정현욱 역시 삼성의 제의를 거부하고 시장에 나왔다. 전통적으로 내부 FA를 절대 놓치지 않았던 삼성으로서는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정현욱은 새로운 도전에 더 큰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인다. 불펜 강화를 노리는 한화, KIA, LG 등 그를 원하는 팀도 다수 존재한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나이와 떨어지는 구위가 마음에 걸리지만 풍부한 경험과 성실함은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정현욱의 이동 가능성도 높다.

 

SK 이호준은 금액보다 계약 기간에서 문제가 있었다. SK는 2년에 12억을 제시했지만, 이호준은 3년 이상의 계약을 원했을 가능성이 높다. SK는 올 시즌 회춘한 이호준의 기량을 인정하지만, 첫 번째 FA 계약에서 상당 기간 부상으로 고전했던 30대 후반의 선수에 장기계약을 하지 부담스러웠다. 올 시즌 활약으로 자신감을 찾은 이호준은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시장으로 나오는 것을 선택했다. 과연 이호준의 올 시즌 성적을 타 구단들이 어떻게 평가할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초 읽기 들어간 대박계약, 김주찬)

 

 

 

KIA 이현곤의 경우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팀 내 입지가 극도로 좁아진 상황이다. FA 신청 자체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현곤으로서는 더 좋은 조건보다 주전으로 뛸 기회를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봉과 보상선수 부담이 없는 NC행이 유력해 보인다. 연봉 삭감이 불가피하고 계약 기간이 이현곤의 결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렇게 FA 시장의 또 다른 문은 활짝 열렸다. 대어급 선수가 다수 시장에 나오는 내년 시즌에 비해 조용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시장은 수요자가 몰리면서 그 판이 커졌다. FA를 통한 전력 보강을 천명한 팀들이 속속 나오면서 그 열기가 뜨거워졌다. 신생팀 NC의 가세는 이런 분위기를 더 증폭시켰다. 조용했던 LG와 두산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주찬, 정현욱의 경우 팀 간 쟁탈전이 치열해질 수 있다.

 

선수의 팀 이동이 쉽지 않은 우리 프로야구 현실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팀을 옮길 수 있는 기회의 장은 FA가 사실상 유일하다 할 수 있다. 선수로서는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려 하고 구단들은 선수보강을 기회로 삼으려 한다. 올 시즌 FA 시장은 이상 과열을 걱정할 정도로 수요자가 많다. 9구단의 리그 참여로 팀간 전력보강의 욕구가 강하다. 류현진의 포스팅 성공은 선수들의 눈높이를 더 높였다.

 

이러한 이유로 FA시장의 열기는 식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우선 협상의 미타결은 사실상 새로운 팀으로의 이적을 의미한다. 타 구단과의 사전접촉이 금지되어 있지만, 어느 선수가 어디로 간다 하는 사전 교감설도 들리고 있다. 지난해 FA 시장에서 나왔던 깜짝 계약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원하는 팀이 많다면 협상이 의외로 길어질 수도 있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의 변화는 내년 시즌 프로야구 판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