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주전 자리를 오랜 기간 지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해마다 수많은 선수들이 입단하고 2군에서 기량을 갈고 닦는 선수들도 계속 1군 주전을 꿈꾼다. 입단 이후 상당 기간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주전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물론 이후 그 이후에도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대결은 계속된다. 대부분 구단은 주전 경쟁이 계속되기를 원한다. 이를 통해 팀의 더 강해지고 선수들의 기량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앞둔 스프링 캠프에서 롯데의 유격수 자리를 다시 경쟁구도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 2년간 롯데의 주전 유격수는 문규현이었지만, 군 제대한 베테랑과 신예 선수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 지켜야 하는 문규현이 지난해 부진했다는 것도 경쟁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문규현 스스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규현은 주전 유격수가 되기까지 힘든 과정을 견뎌내야 했다. 프로 입단 이후 문규현은 철저하게 무명선수였다. 입단 당시부터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고 퓨처스리그가 그의 주 무대였다. 어쩌다 잡은 1군에서의 출전기회에서도 주눅 든 플레이로 실망김을 주기 일쑤였다. 그렇게 문규현은 그저 그런 선수로 자리하고 있었다.
이런 문규현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2010년 시즌이었다. 당시 주전 유격수였던 박기혁의 부상은 또 다른 선수에 눈을 돌리게 했다. 문규현은 화려하지 않지만, 견실한 수비와 팀배팅에 주력하면서 경기 출전 수를 늘렸다. 롯데는 박기혁의 자리를 넥센에서 영입한 황재균으로 대신하기도 했지만, 수비불안을 극복하지 못했다. 문규현의 성실한 플레이는 롯데 내야진의 불안을 덜어주었다.
문규현
2010년 시즌 가능성을 보인 문규현은 2011시즌 주전 입지를 다졌다. 동계훈련과 시즌 초반의 경쟁을 이겨낸 문규현은 붙박이 유격수로 자리했다. 타격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견실한 수비는 여전했다. 리그 후반기에는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리면서 하위 타선에서 롯데의 숨겨진 뇌관으로 활약했다. 오랜 무명의 설움을 털어내는 시즌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문규현은 공수에서 만족스럽지 못했다. 타격 침체는 시즌 내내 문규현의 발목을 잡았다. 이는 플레이를 위축시켰다. 수비마저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잔 부상이 이어지면서 문규현은 힘겨운 시즌을 보내야 했다. 롯데는 문규현의 자리에 신예 신본기와 정훈 등을 기용하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서기도 했지만, 신본기는 부상으로 시즌 아웃당했고 정훈은 수비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롯데의 유격수 자리는 시즌 내내 불안한 포지션이 될 수밖에 없었다. 주전이었던 문규현의 입지도 흔들렸다.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서기는 했지만, 대안부재에 의한 기용이었다. 이런 문규현의 부진은 2013시즌 주전 유격수 경쟁을 더 치열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문규현이 여전히 앞서있지만, 지난해와 같은 공수플레이로는 자리를 지켜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돌아온 박기혁에 눈길이 간다. 박기혁은 문규현 이전에 롯데의 주전 유격수였다. WBC 대표로 선발될 만큼 박기혁은 리그에서 기량을 인정받았다. 화려한 수비와 만만치 않은 타격 능력을 지닌 박기혁은 팬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선수였다. 불의의 부상과 부진으로 2010년 아시안 게임 대표팀 선발이 무산된 박기혁은 늦은 나이에 입대를 해야했다.
그 과정에서 박기혁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고 팬들의 아쉬움은 차가운 시선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리고 2년, 박기혁은 조용히 팀에 복귀해 2013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박기혁은 공익요원으로 2년을 보낸 탓에 경기 공백이 상당하다. 30을 넘긴 나이는 경기감각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가 예전 기량을 되찾는다면 문규현을 위협할 1순위 선수지만, 박기혁의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훈
돌아온 스타와 함께 신예 선수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불의의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신본기는 타고난 야구센스를 바탕으로 다시 한번 주전 자리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수비 능력을 검증받은 선수인 만큼 타격에서 향상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난해 신본기는 변화구 대응에 약점을 드러냈다. 아직 신인의 티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경험을 통해 신본기가 얼마가 성장했을지가 그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수년간 롯데 내야진의 백업요원으로 활약한 정훈 역시 만만치 않은 경쟁상대다. 정훈은 장타력을 겸비한 타격 능력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떨어지는 수비능력도 경기 출전 수가 늘어나면서 보완되었다. 타선 보강이 필요한 롯데의 사정, 젊은 선수를 과감하게 발탁하는 김시진 감독의 성향을 고려하면 수비에서 조금 더 안정감을 보인다면 깜짝 기용의 가능성도 있다.
이런 경쟁구도에 올 시즌 야구에 눈을 뜬 전천후 내야수 박준서 역시 변수가 될 수 있다.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박준서는 유격수도 소화가 가능하다. 만약 확실한 주저 선수가 없다면 박준서의 유격수 기용 경기가 늘어날 수 있다. 수비 부담이 있지만, 지난 시즌 보여준 박준서의 타격감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롯데의 유격수 자리를 많은 선수로 북적이고 있다. 주전 문규현을 비롯 어느 누구도 주전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바꿔말해 롯데의 유격수 자리가 허약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공수를 겸비한 유격수가 없다는 것은 롯데의 계속된 고민이다. 이런 경쟁구도가 선수들을 각성시키고 내야진 전체를 강화시킬 계기가 될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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