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프로야구팀 구성에서 베테랑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세대교체의 물결에 휩쓸리는 선수들도 있지만, 팀의 구심점이 되고 선수들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겸비한 선수는 중용되고 있다. 그들이 보이지 않게 팀에 기여함을 구단들도 알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그 선수가 기량으로 팀 내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롯데의 영원한 캡틴으로 불리는 조성환은 이 점에서 팀 내 비중이 상당하다. 팀의 분위기 메이커로 큰 역할을 했던 홍성흔이 두산으로 떠난 이후 조성환의 유일한 팀 내 구심점이라 할 수 있다. 새롭게 영입한 장성호가 그와 역할을 분담하기에는 팀 적응 등을 고려할 때 무리가 따른다. 올 시즌 롯데는 조성환을 중심으로 시즌을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조성환은 팀의 주장으로 다시 컴백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성환으로서는 수년간 그를 괴롭히는 부상과 하락세로 접어든 성적 지표를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 조성환의 포지션인 2루수를 향한 젊은 선수들의 거세질 도전도 이겨내야 한다. 변화될 역할에도 적응해야 한다.
올 시즌 조성환은 테이블세터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30대 후반의 베테랑에 부담스러운 타선이다. 롯데는 김주찬마저 빠진 테이블 세터진에 경험 많고 팀 배팅에 능한 조성환을 2번 타순에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전통적으로 2번 타순에 아쉬움이 많았다. 수년간 전준우, 김주찬 조합으로 이를 극복해 왔지만, 김주찬은 팀을 떠났고 전준우는 중심 타자로 본격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1번 타순은 동계훈련의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누가 들어서더라도 무게감이 떨어진다. 조성환은 허약한 테이블 세터진을 강화시킬 대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조성환의 타격 하락세가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성환은 2011시즌 최악의 부진 속에 FA 기회를 살려내지 못한 아픈 기억이 있다. 의욕적으로 임한 2012시즌에도 이런 추세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타율은 전년도 0.243보다 상승된 0.278을 기록했지만, 각종 지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부상으로 경기 출전 수는 더 줄었다. 그의 노쇠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컷다. 그럼에도 롯데 코칭스탭은 조성환을 중용하려 하고 있다. 그의 경험과 상항에 맞는 팀 배팅 능력, 센스있는 주루능력을 고려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부상에서 그가 벗어나고 꾸준한 기량을 보여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이런 공격적인 부분과 함께 수비에서도 조성환은 변화된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난 시즌 1루수 겸업의 가능성을 타진했던 조성환은 올 시즌 1루수 글러브를 더 많이 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좌투수가 나서는 경기에서 그 모습을 더 자주 볼 가능성이 높다. 롯데의 주전 1루수로 지난해 풀타임을 소화한 박종윤이 체력적인 면에서 약점을 보였고 좌투수에도 취약점을 보였기 때문이다.
일정 수비능력을 지난 조성환이라면 플래툰 시스템 가동 시 충분히 1루수로 활약할 능력이 있다. 이를 통해 젊은 내야수들의 출전기회를 더 가져다 줄수도 있다. 조성환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조성환의 멀티포지션 소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지난해 조성환이 1루수로 무리없는 수비 능력을 보였다는 점은 1루수 조성환을 더 자주 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런 공격과 수비에서 역할을 하기위해는 역시 조성환의 건강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했지만, 수년간 조성환은 부상과의 전쟁을 치러왔다. 조성환의 성적 하락은 노쇠화도 있었지만, 부상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가 큰 원인이었다. 이는 수비범위를 크게 줄였고 타격 페이스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렵게 했다. 그동안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발휘했던 조성환이지만, 부상 방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13시즌 조성환은 다시 높아진 역할 비중과 함께 도전이 함께하고 있다. 주장으로 팀을 이끄는 것은 물론이고 더 많은 경기를 출전하기 위한 경쟁과 환경 변화를 이겨내야 한다. 팀은 조성환을 주전 2루수 겸 2번 타자로 중용할 예정이지만, 조성환이 건재를 과시했을 때 가능한 일일이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젊은 내야수들을 물론이고 지난 시즌 롯데 내야진의 새 바람을 몰고 온 또 다른 베테랑 박준서도 2루수 주전 경쟁을 펼칠 강력한 후보다.
최근 흐름은 조성환이 경험과 관록으로 자리를 수성하기 어려게 하고 있다. 특히 공격적인 면에서 우위를 보이지 못하면 또 다른 대안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 역할이 큰 만큼 이를 뒷받침할 성적이 필요하다.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한 번 주전에서 밀린다면 이를 회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세대교체의 흐름에 휩쓸리면서 역할 비중이 크게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선수생활의 지속 여부와도 연결된다. 다행히 올 시즌은 중간 중간 휴식일이 있다. 체력적인 부담을 덜어줄 오아시스라 할 수 있다. 베테랑 선수들에게 반가운 일이다. 조성환 역시 이를 잘 활용한다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직 롯데 라인업에서 조성환이 빠진다는 것은 허전함이 느껴진다. 그동안 조성환의 역활 비중이 상당했음을 의미한다. 조성환은 롯데의 새로운 황금기를 이끈 선수이기도 하고 팀의 리더로 그 존재감이 상당했다. 롯데를 상징하는 선수이기에 팬들의 성원도 상당하다. 하지만 이것으로 주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조성환은 그 입지가 크게 흔들렸던 것이 사실이다.
과연 조성환이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며 베테랑의 저력을 보여줄지 이는 롯데의 올 시즌 전력구상에서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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