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2013프로야구 시범경기는 오랜 기간 빛을 보지 못했던 선수나 신예 선수들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의 장이라 할 수 있다. 주전 자리를 어느 정도 확보한 선수들에게 시범경기는 컨디션을 조절하는 의미가 크지만, 그 반대에 있는 선수들에게는 치열한 생존 경쟁의 장이기도 하다. 그 절실함 또한 더할 수밖에 없다.
NC의 조영훈에게 이번 올 시즌은 그 어느 때 보다 큰 의미로 다가온다. 지난 시즌 3개 팀의 유니폼을 입었던 조영훈은 뜻하지 않게 여러 팀을 전전하는 저니맨이 되었다. 2001년 삼성에 입단한 이후 줄 곳 한 팀에서 뛰었던 조영훈은 지난해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KIA로 팀을 옮겼고 시즌 종료후에는 2차 드래프트로 신생팀 NC로 또 한 번 팀을 옮겨야 했다. 대구에서 광주로 그리고 다시 창원으로 긴 여행을 한 셈이다.
조영훈은 올 시즌 붙박이 주전으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른을 넘은 그의 나이는 그를 더 이상 가능성 있는 유망주라 할 수 없게 하고 있다. 눈에 띄는 성적을 남기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자꾸만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신생팀 NC는 그에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다. 조영훈으로서는 생존을 위해 그 기회를 잡아야 할 처지다.
조영훈은 2001년 프로 입단 당시 타자로서 1억 8천만의 계약금을 받을 정도로 큰 기대를 받았던 선수였다. 하지만 입단 이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2005시즌이 되어서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2006시즌 조영훈은 88경기에 출전했고 0.283의 타율을 기록하며 중거리 좌타자로 가능성을 보였다. 주전은 아니었지만, 백업 요원으로 그리고 대타 요원으로 쓰임새가 많은 선수였다. 하지만 그의 성장세가 더 이어지지 않았다.
2007시즌 1할대 타율로 부진한 성적을 남긴 조영훈은 이후 2년간 경찰청에서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경찰청 소속으로 뛴 퓨처스 리그에서 조영훈은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하며 1군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삼성의 중심 타자로 자리한 박석민, 최형우와 더불어 또 다른 경찰청 출신의 성공사례를 쓸 것 같았다.
이런 기대에도 조영훈에게는 2군에서의 활약이 1군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삼성의 두터운 선수층은 그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 조금만 부진해도 다른 선수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환경에서 조영훈은 매 타석에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심리적 압박감은 조영훈을 벗어나지 못하는 유리 천장속에 가둬게 만들었다.
조영훈은 군 제대 후 삼성에서 2010, 2011시즌 꾸준히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확실한 주전으로의 도약은 이루지 못했다. 1.5군 선수로 어정쩡한 위치에 머물러야 했다. 그 사이 젊고 재능있는 외야수들이 그의 자리를 위협했다. 그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졌다. 이런 그에게 KIA행은 반전을 위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였다. 삼성 감독 시절 그를 높게 평가하던 선동렬 감독과 한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2012시즌 중반 KIA에 새롭게 둥지를 튼 조영훈은 중심 타자들의 연쇄 부상과 이에 따른 공격력 약화로 고심하던 KIA 타선에 중용되었다. KIA에서의 시작은 좋았다. 조영훈은 타율은 높지 않았지만, 득점권에서 높은 집중력을 보였다. 결정적인 홈런과 타점으로 침체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확실한 주전으로의 도약이 눈앞에 보였다.
하지만 조영훈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의 상승세는 타 팀의 집중분석으로 이어졌고 조영훈은 약점인 변화구에 대응하지 못했다. 뜨거운 방망이는 쉽게 식어버렸고 중요한 경기에서 계속된 수비 실책으로 자신감을 더 잃고 말았다. 공수에서 자신감이 떨어진 조영훈은 KIA에서도 벤치 신세를 져야 했다. 그에게 광주는 약속의 땅이 아니었다.
좌절할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신생팀 NC는 조영훈은 숨겨진 재능에 주목했다. NC는 2차 드래프트의 대상으로 KIA로 부터 조영훈을 선택했다. 선동렬 감독의 신임을 받는 그였지만, KIA가 20인 보호선수로 그를 포함시키기에 시즌 활약은 부족함이 있었다. 대신 NC는 즉시 전력감의 좌타자로 조영훈은 선택했다. 또 한 번 팀을 옮기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NC로 온 조영훈이지만, 그가 주전 경쟁에서 완벽한 우위를 점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NC는 조영훈을 영입하면서 큰 금액을 투자한 것은 맞지만, 조영훈의 포지션인 1루수 자리는 경쟁 구도속에 놓여있다. 우선 장타력을 겸비한 우타자 조평호의 젊은 패기가 만만치 않다. 지난해 퓨처스 리그에서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한 조평호는 만만치 않은 공격력을 보였다. 오랜 무명 시절을 벗어나려는 의지도 강하다.
FA로 영입한 이호준 역시 지명타자로 나서지만, 1루 수비가 가능하다. 조영훈이 공격적인 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이지 못한다면 힘겨운 경쟁을 할 가능성이 높다. 자칫 플래툰의 굴레에 갇힐 수도 있다. 신생팀이 분명 조영훈에 더 많은 기회를 잡게 하겠지만, 경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시범 경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조영훈은 스스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외야수 겸업을 시도하고 있다. 이전 팀에서도 조영훈은 외야수로 나선 경험이 있다. 낯선 포지션이 아니다. 특히 팀의 중심 타자인 나성범이 부상으로 상당 기간 팀을 떠나 있어야 하는 상황은 같은 좌타자인 조영훈에게 또 다른 기회이기도 하다. 외야수로도 일정 이상의 수비능력을 보여줘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NC는 올 시즌 신생팀이지만 연습경기를 통해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여주었다. 대만 전지훈련에서 NC는 짜임새 있는 공격과 수비로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임을 입증했다. 기존 젊은 선수들과 외부에서 영입된 선수들의 조합도 잘 이루어졌다. 이런 NC에서 조영훈은 중견 선수로서 입지를 다져야 한다. 하지만 중심 타자로 확실하게 자리 잡은 이호준, 모창민, 주전 유격수가 확실한 이현곤, 테이블 세터진을 포함될 김종호와 달리 확실하게 그 위치를 다지지 못했다.
조영훈으로서는 시범 경기 내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비교 우위를 통해 상대적으로 많은 경험을 살릴 필요가 있다. 조영훈이 지난해 여러 팀을 전전한 것은 원소속팀에서 포지션 경쟁에 밀린 이유도 있지만, 그를 원하는 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재능과 타격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폭발시키지 못한 잠재력을 살려낸다면 NC는 그의 바람대로 야구인생을 새롭게 열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다.
조영훈이 그의 세 번째 팀 NC에서 주전으로 확실하게 정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NC의 기대대로 중거리 좌타자로 생애 첫 풀 타임 시즌을 치를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도전은 아니지만, 성공한다면 그의 이름을 야구 팬들에게 확실하게 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도전의 결과가 주목된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NC 다이노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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