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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대만과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대표팀은 짜릿한 3 : 2 역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웃을 수 없었다. 세팀의 모두 2승 1패가 되는 상황에서 대표팀은 2라운드 진출을 위한 득실률에서 대만과 네덜란드에 밀렸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같은 2승을 하고도 1라운드 탈락의 불운을 피할 수 없었다. 1차전 네덜란드전 0 : 5 완패가 결국 대표팀의 3월 신화 재현을 막고 말았다.

 

대만과의 경기에서 대표팀은 큰 점수 차의 승리가 필요했다. 이미 앞서 벌어진 경기에서 네덜란드는 호주를 누리고 도쿄행 티켓을 확보한 상황이었다. 대표팀은 홈팀 대만을 5점 차 이상으로 승리해야 했다. 승리에 대한 중압감이 더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경기에 대한 각오를 다질 수도 있었지만, 심리적인 압박감을 함께 극복해야 이중고를 대표팀에 안겨주었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마음의 부담이 덜한 대만이 잡아나갔다. 대만은 홈 팬들의 열렬한 응원과 익숙한 경기장 분위기 속에서 대표팀보다 활발한 공격력을 보여주었다. 선발투수로 나선 양야오신은 불안한 제구에도 초반 위기를 넘기며 실점을 막았다. 초반 득점이 필요한 대표팀은 신중한 배팅으로 출루에는 성공했지만, 후속타가 나오지 않았다. 주루사로 스스로 경기 흐름을 끊기도 했다.

 

대표팀의 선발투수로 나선 장원준은 기대 이상으로 호투했다. 장원삼이 나설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코칭 스탭의 선택은 가장 컨디션이 좋은 장원준이었다. 장원준은 비록 지난 시즌 경찰청 소속으로 뛰었지만 2011시즌 15승을 거둔 롯데의 에이스 투수였다. 장원준은 강속구롤 타자를 압도하지 못했다. 매 이닝 주자를 출루시키면서 다소 힘들게 이닝을 이끌었다. 하지만 노련한 투수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장원준은 초반 1, 2회 고비를 넘기며 대등한 선발 투수 대결을 해주었다.

 

선발 투수 기용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타선은 이를 뒷받침 하지 못했다. 대표팀은 부상으로 결장한 최정을 대신해 강정호를 3루수로 베테랑 손시헌은 유격수로 기용했다. 상대 좌완 선발을 대비해 전준우를 선발 중견수로 기용하는 라인업의 변경도 단행했다. 전준우는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하위타선의 힘을 배가시켜주었다. 하지만 변경된 라인업은 수비불안을 초래했다. 이는 초반 실점으로 연결되었다.

 

 

 

 

 

 

3회 초 대표팀은 2사 1루 상황에서 나온 상대의 중전안타 때 중견수 전준우의 수비실책과 대만 주자의 홈 질주를 예상하지 못한 유격수 손시헌의 주춤거리는 수비가 이어지면서 아쉬운 실점을 하고 말았다. 대표팀의 부담을 더 가중시키는 실점이었다. 장원준은 3회초 투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2사 후 승부구가 높게 제구되면서 실점 위기를 넘기지 못했다.

 

이어진 4회 초 수비에서도 대표팀은 2사 후 바뀐 투수 노경은이 2스트라크를 잡고 던진 공이 실투가 되면서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초반 2실점은 대표팀의 분위기를 더 무겁게 했다. 2실점 모두 2사 후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던진 투구가 제구가 안 되면서 안타가 원인이 되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하지 않을 수 있는 실점이었다.

 

더 많은 득점이 필요해진 대표팀은 더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최고의 주루 능력을 보이는 정근우는 1회에 이어 5회 말에도 주루사하면서 공격의 맥을 끊고 말았다. 과감한 베이스런닝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두 차례 모두 2아웃 상황이었다. 주자를 좀 더 아낄 필요가 있었다. 반대로 항상 국제 경기에서 수비가 야약점이었던 대만은 한층 안정된 수비 조직력으로 대표팀의 발야구를 봉쇄했다.

 

대만은 선발과 불펜진의 효과적인 이어던지기로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대표팀 타자들의 잘 맞은 타구는 야수 정면으로 향했고 득점 기회는 번번이 무산됐다. 이닝이 계속될수록 대표팀의 초조함은 더해갔다. 큰 점수 차의 승리를 논하기 이전에 패배를 걱정해야 하는 흐름이었다. 이런 흐름은 8회 말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깨졌다.

 

3번 이승엽의 2루타와 이대호의 적시타로 1점을 추격한 대표팀은 강정호의 2점 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대만은 마무리 투수를 조기 등판시키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지만, 결과적으로 패착이 되고 말았다. 대표팀은 추가 득점을 위해 마지막 힘을 다했지만, 후속타 불발로 더는 득점하지 못했다. 8회 말 공격이 3득점으로 끝나면서 대표팀의 2라운드 진출 역시 무산되고 말았다.

 

대표팀은 1라운드 탈락에 상관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마무리 오승환은 장원준, 노경은, 박희수, 장원삼의 뒤를 이어 세 경기 연속 마무리 투수로 등판했고 끝판 대장 다운 투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오승환의 완벽한 마무리로 대표팀은 3 : 2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지만, 선수들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대만은 패배하고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었지만, 대표팀은 그 반대였기 때문이다.

 

최소 4강을 목표로 대회에 임했던 대표팀은 2라운드 무대조차 밟지 못하고 귀국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1차전 네덜란드전 참패는 대표팀에 큰 아픔을 남겨주었다. 대표팀은 이후 심기일전했지만, 탈락의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했다. 1라운드를 통과한 네덜란드와 대만은 대표팀 보다 더 충실하게 대회를 준비했고 상대를 분석한 모습이었다. 특히 대표팀은 첫 상대 네덜란드를 너무 몰랐다.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준비도 부족했다. 첫 경기 패배의 중요한 빌미가 되고 말았다. 이는 WBC 최악의 성적으로 이어졌다.

 

대표팀으로서는 앞으로 WBC 대회가 절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야구 변방국가들의 실력이 크게 향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철저한 준비가 없다면 국제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는 교훈을 얻는 대회였다. 그동안 양적 팽창에만 매달렸던 것에서 벗어나 야구의 질적 발전과 저변 확대도 시급함을 느낄 수 있었다. 

 

선수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인 선수 제도의 개선이나 아시아 쿼터제 시행 등으로 리그의 문호를 더 넓히는 등의 조치를 깊이 있게 검토할 시점이 되었다. 다음 WBC 대회에서 대표팀의 중심 타선을 이끌었던 이승엽, 이대호, 김태균 등과 상당수 주전 선수들의 참가가 힘든 상황을 고려하면 선수들 전반의 경기력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제3회 WBC 여정은 이렇게 짧게 마감되었다. 야구팬들에게는 너무 아쉬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고 자존심을 지켜냈다. 스타급 선수들의 국제 경쟁력을 확인한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많은 젊은 선수들이 국제 경기 경험을 했다는 점도 그들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앞으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게 되었고 우리의 위치를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좌절 속에서 얻은 값진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이번 WBC 실패가 우리 야구를 더 발전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길 기대해 본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https://www.facebook.com/worldbaseballclassic


다음 메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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