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국가대표팀의 WBC 1차전 참패는 큰 충격이었다. 핵심 전력이 상당수 제외되었다고 하지만, 네덜란드전 승리를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연습경기 부진은 준비과정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실전과 연습은 다를 거라 여겨졌지만, 대표팀은 연습경기에서 보여준 무기력증을 극복하지 못했다. 상대에 대한 분석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준비부족이 결과로 이어진 경기였다.
네덜란드전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경기력은 곳곳에서 누수가 보였다. 타선은 상.하위 타선 할 것 없이 부진했다. 누군가 타선의 구심점이 되어줄 선수나 단기전에 강점을 보이는 선수가 나와야 했지만, 그런 선수가 없었다. 출루조차 힘든 상황에서 작전이나 팀 배팅이 이루어질 수 없었다. 어렵게 잡은 기회에서도 타선을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네덜란드의 투수들은 강속구로 타자들을 제압하는 투수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제구를 동반한 변화구가 좋았다. 대표팀 타자들은 네덜란드 투수들의 변화구에 대응하지 못했다. 타격감이 떨어져 있다고 하지만, 적응력에 문제가 있었다. 스윙이 대체로 크게 나왔고 이는 효과적인 공격을 어렵게 했다. 오히려 상대 투수들의 페이스에 말려드는 모습이었다.
이런 타선의 부진을 메워줘야 할 마운드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생소한 투수들에 고전하기 쉬운 국제 경기의 특성상 마운드의 실점 최소화는 승리로 가기위해 꼭 필요한 요소였다. 대만에서의 연습 경기에서 대표팀 투수들은 페이스를 순조롭게 끌어올리는 모습이었다. 신예 선수들의 많이 포함되었지만, 준비과정은 순조로 와 보였다.
하지만 타선의 부진이 마운드에서 부담으로 작용한 탓인지 대표팀 투수들은 하나같인 자신의 공을 던지지 못했다. 예상외로 힘있고 날카로운 타격을 하는 상대 타자들에 부담을 갖는 듯 보였다. 특히 직구의 제구가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서 볼 카운트 승부를 쉽게 끌고가지 못했고 변화구의 위력을 높일 수 없었다. 승부를 위해 던진 공이 가운데 몰리면서 그 공은 여지 없이 안타로 연결됐다.
네덜란드 타자들은 지명도가 떨어지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마이너리그를 통해 경험을 축적한 타자들이 상당 수 포진되었다. 이들은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득점 기회에서 집중력도 높았다. 잘 훈련된 선수들이란 느낌이 강했다. 선취점을 올린 네덜란드는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감 있게 플레이를 펼쳤고 이는 마운드의 호투와 은 호수비로 연결되었다.
이렇게 초반 기선제압에 실패한 대표팀은 한 수 아래로 생각했던 상대에 끌려가는 경기를 해야 했다. 리드를 당하는 상황이었지만, 상대의 공세를 막기에 급급한 경기였다. 자연히 선수들의 마음은 조급해졌고 경기는 더 풀리지 않았다. 거듭된 실점은 대표팀은 회생불능의 상태로 몰아갔다. 그 결과는 충격적인 영봉패였다. WBC에서 일본을 제외한 팀에 패한 최초의 경우였다. 1라운드에서 대만을 집중 견제했던 대표팀은 의외의 복병을 만나면서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 자칫 자력으로 2라운드 진출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벌어질 위기에 처했다.
언론은 지난 2회 대회에서 일본에 대패 당한 이후 경기력을 회복하며 결승 진출을 이룬 예를 들면서 대표팀의 심기일전을 기대하고 있다. 실력을 갖춘 선수들인 만큼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대표팀 전체에 퍼진 무기력증은 우려감을 들게한다. 대표팀 구성과정에서부터 순탄치 못했던 대표팀이었다. 좋은 성적에 대한 열망은 여전하지만, 그 열기가 이전 대회만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대회 준비과정에서 부상으로 많은 선수가 교체된 것은 분명 대표팀 선수들에 악재로 작용했다. 국가대표에 대한 자부심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삐그덕 거리는 선수구성은 대표팀에 마이너스 요인임에 틀림없었다. 어렵게 팀 조직력을 갖추고 대만으로 날아왔지만, 대표팀의 분위기는 쉽게 달아오르지 않았다. 단기전의 성패 중 팀분위기가 좌우하는 비중이 높음을 고려하면 대표팀은 큰 무기 하나를 가지지 못한 셈이었다.
이런 팀 분위기는 실전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1차전 패배로 2차전, 3차전에 대한 부담을 더 가중되었다. 홈팀 대만이 연승하면서 2라운드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황에서 대표팀은 복잡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한다. 2, 3차전 승리가 2라운드 진출을 보장하지 못할 수도 있다. 홈팀 대만의 기세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승리를 한다 해도 축구와 같은 승자 승, 득점과 실점을 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1차전 0 : 5 패배가 대표팀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르게 되었다. 결국, 2차전 호주전 대승이 꼭 필요해졌다. 3차전 대만전 역시 큰 점수가 승리가 아니면 2승 1패를 하고도 탈락의 비운을 겪을 수 있다. 대표팀으로서는 1라운드 남은 2경기가 결승전과 같아졌다. 문제는 1차전과 같은 팀 분위기와 경기력으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당장 2차전 호주전에서도 생소한 상대 투수들의 공을 타자들이 잘 공략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 1차전에 나서지 않은 투수들이 투입될 마운드 역시 미덥지 못하다. 선발 투수로 나설 송승준, 또는 장원삼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이들의 가능한 많은 이닝을 한정된 투구 수 안에 소화해줘야 한다. 이는 실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를 그 저변에 깔고 있다.
최소 4강을 목표로 했던 대표팀이었음을 고려하면 한 숨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예선통과를 위해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대표팀은 1라운드보다 일본에서 있을 2라운드에 더 큰 비중을 두었지만, 지금은 현재가 급해졌다. 1차전 참패는 대표팀의 대회 운영전략 전체를 흔들리게 하고 있다.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힘겨운 예선을 치르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정신력을 다잡을 수 있다면 2라운드 이후 더 좋은 경기를 할 수도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긍정적인 경우의 수를 대입한 예상이다. 그 반대로 더 큰 부담 속에 대회를 그르칠 수도 있다.
이러한 대표팀의 상황은 야구팬들이나 대표팀 모두 예상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현실이다. 당장은 2차전 호주전에서 얼마나 회복된 모습을 보일지가 중요해졌다. 만약 승리하더라도 졸전의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마지막 대만전에 대한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생각하기 싫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야구팬들은 대표팀의 졸전에 비판어린 시선을 보내면서도 이것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과연 대표팀이 호주와의 1라운드 두 번째 경기에서 WBC의 또 다른 신화를 위한 반전 가능성을 보여줄지 아니면 참패의 충격에 빠져 힘든 경기를 계속할지 팬들은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국가대표팀 경기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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