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기 완패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야구 국가대표팀의 대 호주전 승리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대표팀은 호주와의 1라운드 두 번째 경기에서 팀 조직력이 되살아났고 투타의 조화가 이루어지면서 상대를 압도했다. 6 : 0 완승, 네덜란드전 0 : 5 완봉패의 충격을 벗어나 1라운드 통과의 희망을 되살리는 승리였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컨디션 회복이 눈에 보였다는 것이 긍정적이었다.
대표팀은 초반 3득점과 선발 투수의 호투로 경기를 쉽게 이끌었다. 초반 분위기를 이끈 선수는 베테랑 이승엽과 송승준이었다. 이승엽은 1루수 겸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하면서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고 송승준은 안정된 투수로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두 선수가 투타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대표팀은 첫 경기와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1회 초 대표팀은 상대 선발 투수의 제구력 난조를 파고들며 선취득점에 성공했다. 선두타자 이용규의 볼넷 출루 이후 대표팀은 1사 1루에서 나온 이승엽의 2루타, 이대호의 볼넷으로 잡은 만루 기회에서 김현수의 2타점 적시타와 손아섭의 땅볼을 묶어 3득점에 성공했다. 부담이 큰 경기에서 초반 3득점은 대표팀의 사기를 높이는 소중한 득점이었다.
첫 경기에서 상대 투수들의 유인구에 고전했던 대표팀은 끈기있게 볼 카운트 승부를 하는 모습이었고 타석에서의 집중력도 한층 더 높아졌다. 이는 득점 기회에서 결정력을 높여주었다. 대표팀은 그 기세를 몰아 2회 초에서도 추가 1득점 하면서 경기 분위기를 확실하게 가져왔다. 이용규의 1사 후 안타 출루에 이은 이승엽의 2루타로 대표팀은 확실한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
타선의 지원 속에 송승준은 노련한 투구로 호주 타선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1회 말 구심의 들쑥날쑥한 볼 판정과 석연치 않은 보크 선언으로 흔들렸던 송승준은 그 위기를 잘 넘기면서 호투의 발판을 마련했다. 같은 소속팀 강민호와 함께 상대의 허를 찌르는 볼 배합과 빼어난 변화구 제구력으로 호주 타자들을 압도했다.
송승준은 볼넷 3개가 조금 아쉬웠지만, 4회까지 단 한 개의 안타만을 허용했다. 결정적인 순간 삼진 5개를 잡아내며 상대 공격의 맥을 끊었다. 송승준은 공 끝이 변하는 투심패스트볼과 포크볼,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질이 낮게 제구되면서 상대 타선의 방망이를 춤추게 했다. 제한 투구수 65개를 적절히 활용하며 초반 팀의 리드를 굳건히 지켜주었다.
이런 송승준의 호투는 뒤이은 불펜도 함께 이어갔다. 대표팀 타선이 상대 불펜 투수들에 막혀 주춤거리는 사이 대표팀은 5회 말 수비에서 큰 위기를 맞이했다. 송승준은 무사에 2루타를 허용했고 투구 수 제한에 걸려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득실율까지 고려해야 하는 대표팀은 무실점으로 막아줄 불펜 카드가 필요했다. 대표팀의 선택은 지난 시즌 최강의 셋업맨이자 홀드왕 박희수였다.
지난해 많은 등판의 후유증으로 컨디션 회복여부에 대해 우려가 컷던 박희수는 홀드왕의 진가를 확실하게 발휘했다. 주 무기 체인지업과 과감한 몸쪽 직구 승부로 무사 2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가장 큰 승부처에서 박희수는 국제 경기 첫 등판이라 믿어지지 않는 강심장으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했다.
큰 위기를 넘긴 대표팀은 7회 초 이대호의 적시타, 9회 초 이승엽, 이대호의 연속 안타와 효과적인 팀 배팅으로 추가 1득점 하면서 승리를 확실하게 굳혔다. 불펜 역시 효과적인 이어던지기로 실점을 막았다. 다음 대만전을 고려한 투수들의 투구 수 조절에도 성공하면서 힘도 비축할 수 있었다. 호주는 대표팀 마운드에 6안타 빈공을 보이며 마운드의 열세를 극복하기 못했고 2패로 탈락의 위기에 빠졌다.
호주전 완승으로 대표팀은 우려를 씻어내고 자신감을 되찾게 되었다. 무엇보다 주력 선수들의 타격감 회복이 반가웠다. 1번 타자 이용규는 2안타와 함께 특유의 끈질긴 선구로 공격의 돌파구를 잘 열어주었고 이승엽, 이대호는 3안타를 기록하며 중심 타자의 위력을 되찾았다. 5번 김현수 역시 1안타 2타점으로 제 역할을 해주었다. 최정과 손아섭은 젊은 패기로 하위타선에 힘을 실어주었다.
기대했던 정근우, 강민호, 강정호의 부진이 눈에 띄었지만, 타순과 선수 기용의 변화가 적중하면서 팀 타선이 조화가 잘 이루어진 경기였다. 호주전 승리로 한숨 돌리긴 했지만, 대표팀은 홈 팀 대만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부담감은 여전하다. 대만은 열광적은 홈 팬들의 성원을 받고 있다. 대만이 텃세가 심하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여기에 네덜란드와 호주전에서 드러난 좌완 투수에 대한 타선의 약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대표팀을 분석한 대만은 이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네덜란드가 사실상 탈락한 호주를 상대로 완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만전 역시 큰 점수차 승리가 절실하다. 호주전 승리로 상승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은 대만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강한 위기의식은 대표팀에 긍정적은 자극제로 작용했다. 대표팀은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이는 좌완 장원준을 대만전 선발로 예고했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의미의 선발 투수 기용이다.
대표팀은 장원준을 시작으로 불펜을 총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승리의 관건은 기세가 오른 대만을 상대로 초반 리드를 잡을 수 있을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발투수 장원준이 초반 1, 2회만 분위기를 잡아주고 타선이 호주전과 같이 집중력을 유지한다면 좋은 승부를 할 가능성이 높다. 대만 역시 타도 한국을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접전이 될 것으로 보이다.
호주전 승리로 벼랑 끝에서 탈출한 대표팀이다. 하지만 이제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을 조금 높였을 뿐이다. 대만과의 대결은 결승전과 같은 경기라 할 수 있다. 야구 대표팀이 대만전 승리와 함께 일본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을지 이를 위해서는 홈팀 텃세를 누를 실력이 우선이고 되살아난 조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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